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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베로니카 May 08. 2021

활자 중독자에게 웹소설이란,


  오늘도 밤을 새웠다. 이 작품 저 작품 샘플 분량을 보면서 고민하다가 결정한 작품은 역시나 재밌었다. 그나마 3권 분량이어서 해가 뜰 무렵 다 보고 잠들 수 있어서 망정이지 안 그랬으면 남편의 잔소리를 들으며 하루 종일 헤롱 거릴 뻔했다.


  웹소설. 굳이 기원을 따지자면 PC통신 게시판에 연재되던 것부터 해당이 되지 않을까. 이우혁 작가의 퇴마록을 밤을 지새우며 읽던 여중생은 이 나이가 먹어도 이런 형태의 독서를 할 것이라고 짐작했을까.

  장르소설, 또는 라이트노벨. 장르는 무협에서 판타지, 겨냥 독자층에 따라 여성향 또는 남성향까지.

  웹 공간 발달에 따라 그 형태나 방법은 조금씩 변하고 있지만 독자들을 쫓아가면서 혹은 끌어당기면서 명목을 이어가고 있다. 오히려 최근에는 공식적인 결제루트가 보장된 플랫폼이 잇따라 등장하면서 너도나도 시장에 뛰어드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천리안이나 하이텔 고유의 파란색 화면에서 나우누리나 유니텔이 후발주자로 진입하며 적용된 웹 UI로 변동된 시기쯤 PC통신을 접한 세대였다. 그 당시에도 장르나 주제를 구분한 개별 커뮤니티 공간에 연재를 하는 등, 소위 ‘작가’와 ‘독자’가 존재하고 ‘이야기’가 이어져왔다.

  하긴, “이야기”는 선사시대 벽화 때부터 시대와 매체가 변하면서 함께 그 형태가 변용될 뿐이지 인간 진화와 함께 한 “문화”였다. 이야기를 문자로 표현하는 ‘소설’이라는 장르가 종이에서 웹 공간으로 변화했을 뿐이지 그 본질은 오히려 강화되는 측면이 되었을 수도.


  그래도 웹 공간은 접근성의 제약에 따라 궁극적으로는 출판으로 연결하는 수단이 될 뿐이지 그 자체는 플랫폼이나 운영시스템의 변화에 따라 쉽게 사라질 여지가 높은 조금은 가벼운(글의 경중을 따지자는 느낌은 아니다), 그런 느낌이었다.

  웹 공간에서의 흐름이 빠르게 변화하면서 독자는 계속 이동을 했고 다수의 독자가 모이는 공간에 자연스럽게 형성이 되는 웹 연재 공간은 어느 순간 양지(음지-양지로 표현하는 것도 조금 애매하지만)로 나왔다. 조아라, 문피아 등 다양한 웹소설 연재 공간에서 네이버, 카카오 등의 대형 포털사이트를 기반으로 한 곳으로 연결되는 흐름은 꽤나 예측 불허의 전개였다. 연재분을 묶어서 출판을 하는 것이 궁극적인 목적인 경우도 있지만 전자책 시장 전개와 스마트폰 보급까지 맞물려 급변하였다. 이북 단행본에 그치기도 하고 혹은 연재만으로 끝내는 상황도 꽤 많은 비중을 차지하여 이제 웹소설은 말 그대로 하나의 하나의 매체 장르가 되었다는 느낌이다.


  그 모든 흐름을 따라갔던 독자는 아니었기에 나름의 분석이 정확하지는 않을 수 있지만 웹소설에 대한 흐름이나 분석글은 다른 곳에도 많이 있으니 대충 이런 것이다- 라는 사족 정도로 봐주시기를.


  개인적으로는 종이책을 고를 때만큼이나 편식이 심한 탓에 한쪽 장르와 여러 가지 설정, 분위기를 따져보고 읽는 스타일이라 내세우기는 애매하지만 꽤 많은 양의 웹소설을 보는 편이다. 사실, 단 한순간도 활자를 읽지 않으면 좀이 쑤시는 활자 중독자로서 스마트폰과 웹소설은 축복이자 재앙 같은 조합이 아닐 수 없었다.

  커뮤니티 공간이나 SNS를 들여다보는 것도 하루 이틀이지, 아이가 잠들면 일명 찾아오는 육아 휴식기-육아 퇴근기에 드라마나 영화를 찾아본다는 맘카페 게시글에는 공감하지 못하고 오로지 글자만 찾아 헤맸다.


  웹이나 전자기기를 잘 모르는 사람들이 웹브라우저의 메인화면으로 알고 있다는 국민 포털사이트 네이버에서 웹소설을 론칭하게 된 것은 대한민국 사람들이 웹소설이라는 장르를 너무나도 친숙하게 생각하게 된 계기가 아닐까.

  한번 이야기에 들어서면 일상생활이 힘들어질 정도로 몰입하는 터라 굳이 멀리하고 싶었던 조아라나 북큐브(아예 접근하지 않았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와 달리 매일매일 메인 화면을 볼 수밖에 없는 초록색 검색창은 나를 너무 힘들게 만들었다.

  당시에는 일주일에 5일 연재 막 이랬으니 얼마나 작가를 갈아 넣었던가, 그런 것에는 관심이 없고 오랜만에 재밌는 이야기에 빠졌다. 큰아이 출산-육아휴직-복직 이후 시점이었으니 출퇴근 시간에만 봐도 하루가 너무 즐거웠다. 업무 중에도 너무 궁금해서 10시 반 연재 게시 시간을 손꼽아 기다리기도 했고.


  연재작을 따라가는 성격은 아니라(처음부터 끝까지 훑어보고 전개나 설정을 따져가면서 다시 읽어보는 스타일) 찜해놓은 연재작이 완결 날 때까지 다른 이슈에 빠져있다가 돌아오는 주기를 반복하면서 최근에는 다른 곳으로 플랫폼을 바꿨지만.


24시간 스마트폰과 활자에 예속되어 버린 삶

  앞선 글에서 전자책과 리더기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책을 그리 많이 읽지 못했다고 변명 아닌 변명을 했지만 웹소설 단행본만 늘어놓고 봐도 1년 독서량은 꽤 많은 편이었다. 웹소설 혹은 장르소설은 독서가 아니다-라고 할 수는 없지 않은가. 한번 잡으면 끝장을 봐야 하는 성격 탓에 재미있는 이야기다 싶으면 밤을 새워서라도 끝.이라는 글자를 확인하는 것과는 달리 한 페이지 한 페이지를 꾸역꾸역 읽어 내려가는 책들만이 진짜 독서일수는 없지 않은가. 자고로 인간은 예로부터 재미있는 이야기에만 독자가 몰리지 않았는가.


  음식도 문화도 편식을 하면 탈이 나기에 사고를 다른 방향으로 전환해주는 책들을 읽으려고 노력하지만 결론적으로 최근 독서가 한쪽에 치우쳐져 있음은 인정해야겠다.

  밤을 새우고 다음날 출근하다가 졸음운전으로 사고가 날 뻔한 적이 있어서 최대한 절제하려고 노력은 하는데 전날 밤처럼 재미있는 이야기는, 도저히 중간에서 끊을 수가 없다. 1권만 보고 2권은 내일 봐야지- 가 가능하다니, 세헤라자드의 끊기 신공에도 다음날을 기다릴 수 있던 술탄은 낮에는 정무를 보아야 하는 위치였기 때문에 초인적인 인내심을 발휘했던 건가-

  리더기를 열어볼 필요도 없이(가끔 재독할때는 리더기로 보기는 하지만 웹소설은 스마트폰 비율에서 보는게 적응되어버렸다.) 잠결에 누워서 글자를, 이야기를 훑어보면서 감정이입을 한다는 것은 얼마나 삶을 즐겁게 하는가. 학창 시절 잔다고 말해놓고 몰래 스탠드만 키고 누워 밤을 새워서 판타지 소설을 읽었던  시절의  흥미진진함을 유지할  있다는 것은 얼마나 축복인가.




베로니카, 즐겁게 살기로 결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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