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잎차 덖는 방법.
부드러운 연두색의 맛을 떠올린다면
어린 감잎만은 모른 채 하기 어렵다.
억누르고 자제하여 조금만,
조금만,,
제발 조금만 따자.
부디~
악귀야 물렀거라!
귀촌하고 첫 해 이맘때는 채집 악귀가 씌었던지 밤 잠이 부족할 정도로 차를 덖었다. 공짜라면 양잿물도 마신 댔던가...
채집 이후의 뒷일을 감당하느라 누적된 피로와 수면 부족으로 정말 대머리가 될뻔했다. 또한 옻이 올라 병원 신세를 졌으며 진드기가 팔에 붙어 멋모르고 떼어낸 자국이 흉으로 남았다. ;;;
차 덖는 일, 고된 거 알지만 지나치면 후회할 것 같아서 매년 감잎 새순만은 놓치지 않는다.
밀집된 새순도 솎아내고 나중에 꽃까지 솎아내는데 이렇게 신경 써서 손질한 해에는 큰 단감을 기대해도 좋다. 속아낸 감꽃도 차로 덖는데 감잎의 맛에 꽃향이 더해져 입 안이 풍요롭다.
도라지 잎차, 감잎과 작약 꽃차
쑥과 작약 꽃차, 둥굴레 잎차
아카시아꽃과 잎차, 둥굴레차
보통, 잎은 구수한 맛을 담당하고 꽃은 향을 담당하는데 이 두 가지를 섞어서 다양한 맛과 향을 즐기는 재미가 아주 꿀이다.
잎차는 어떻게 만드는 걸까?
잎차 만들기는 생각보다 만만하기도 하고 생각보다 수고롭기도 하다. 까다로운 꽃차는 다음 기회에 다루기로...
감잎차 덖는 방법
• 준비물: 씻어 손질한 감잎, 면장갑, 면포, 시간, 노력, 프라이팬을 준비한다. 보통은 명절 때 흔히 사용하는 큰 전기팬을 사용하지만 귀하신 감잎 새순이라 양이 적어서 보통의 프라이팬을 사용했다.
• 방법: 감잎차는 익히는 [살청]과 상처 내는 [유념]과 볶듯 건조하는 [덖음]의 과정을 여러 번 반복하여 만든다. 이 방법은 대부분의 잎차에 적용된다.
살청: 씻은 감잎은 강하게 달군 전기팬에 지지직~ 뒤집어가며 골고루 지진다.
뜨거운 열기를 머금은 녀석들을 면포에 쏟아내어,
낙하시키면서 빨리 식힌다.
유념: 잎의 표면을 상처 내는 과정인데 괴롭힐수록 목 넘김이 부드럽고 맛이 잘 우러난다.
덩어리들은 세심하게 펼쳐서 반복 유념한다.
여기까지 한 세트!
자,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서
달군 팬에 올려 열 받게 하고/
호로록 열 식혀주고/
못살게 굴어서 상처 주고/
뭉친 것 살살 달래 풀어주고/
이렇게 병 주고 약 주길 두어 번 반복하다가
잎에 수분이 없어지면 [유념]을 뺀 나머지 과정을 바스락 기척이 날 때까지 반복하여 덖고 식힌다. 과정 중에 뭉친 걸 하나하나 떼는 일이 가장 중요한 과정이자 중노동이다. 마지막에 수분체크를 반복하여 완벽히 건조한다. (방법은 아래의 영상 속에~^^)
만드는 방법을 알고 마시면 더욱 맛있는 차.
마약 같은 이 중노동을 올해도 즐겁게 하고 있다.
녹차밭 풍경과 감잎차 만드는 과정을 영상으로 담았습니다. 유튜브 채널에 놀러 오세요. ^_^
아!! 장마철에 다시 한번 수분체크를 하며 차를 관리하면 곰팡이로부터 안심하고 일 년 내내 마실 수 있습니다.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