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이 낳은 알
들개가 두 마리 암탉중 한 마리를 물어 죽인 사건이 있었다. 들개들은 큰 고라니를 해하고 사람이 겁을 줘도 눈동자를 직시하며 대적할 자세를 취하는 등 보통 깡이 아닌 놈들이었다. 하필 흰털에 몸집도 커서 ‘멀리서 보면 꼭 우리 집 백구로 착각하겠네’ 했는데 진짜로 누군가 우리를 신고했다.
하얀 집 젊은 부부가 개들을 풀어 키운다고.
속이 뒤집어지게 억울했었지.
그 일이 잊힐 즈음 들개들이 또 나타난 것이다.
살아남은 암탉은 어떻게 들어갔는지 백구들이 사는 울타리 안에 있었다. 닭은 백구 중 가장 겁이 많은 솜치네 집 지붕 위에 올라가 있었고 솜치는 닭을 피해 울타리 구석에 웅크리고 있었다.(못난놈)
”아이고 닭이 혼자 외롭겄어. 장날 나가서 하나 더 들여놔.“
”네 그래야죠.“
마담JD는 오며 가며 남은 닭 걱정을 하셨고 나도 맞장구 쳤지만 어쩐지 행동으로 옮겨지지 않았다. 닭도 적잖이 충격을 받았는지 한동안 밥을 먹지 않았다. 그런 닭이 안쓰러워 동지를 만들어 주려고 장날만 기다려놓고는 막상 빈손으로 돌아오기도 했다.
- 실은 닭을 보낸 게 이번뿐이 아니었다. 그 얘긴 중략 -
밥 주고 똥 치우기도 힘든데 알 받기 프로젝트는 이제 그만 포기할까? 있는 닭은 어쩌지? 닭에 관해서는 어떤 의욕도 나지 않았기에 사료 다 먹을 때까지 생각해보자며 그냥저냥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엊그제 사료가 다 떨어졌고 딱히 이렇다할 결정을 못 내려 할 수 없이 쌀을 두어 번 줬는데 세상에! 똥 더미 위에 알을 낳아놓은 게 아닌가! 오늘까지 세 개, 그러니까 매일 하나씩 낳고 있다.
계란 한 알이 이다지도 벅찰 일이냐고.
도대체 계란 프라이가 이토록 맛있을 일이냐고.ㅠㅠ
나 지금 사료사러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