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망한 며느리

발현된 감정은 더 이상...

by 은는이가

언니가 '크크크'와 함께 사진을 보내왔다.


어쩌다 [요망하다]가 요즘 우리의 밈이 되었기에 '요망한'이 너무도 요망지게 박힌 책 사진을 보고 웃겨서 보낸 것. 마음에 가시처럼 박힌 '요망한'이 이제 개그 소재가 된 걸 보니 언니 스스로 가시를 뽑는 경지에 올랐나 보다.


언니는 지난 추석 때 '요망한 며느리가 잘 못 들어와서'라는 말을 두 귀로 직접 들었다며 분노하고 슬퍼하고 서운해했었다. 시어머니의 입에서 요망한 이 나오기까지의 내용이 별게 없던 걸 보면 이런저런 복합적인 화가 모여 약자인 며느리에게 꽂힌 것 같았다. 언니가 평소에 시어머니에게 얼마나 잘 했었는지 나열하는 걸 듣다 보니 그게 원인이 아니었을까 싶었다.


"원래 평소에 잘 하다가 한 번 못하면 그런 거야."

"나? 잘 하고 말고도 없어. 아무것도 안 했어, 가만히 있었는데?"

"아 그렇지. 암튼, 며느리가 여럿이라도 고분고분한 쪽이 만만한 게 보통 아니겠어? 그게 아니면 너무 가족같이 생각하셨다던가. 생각해 봐, 엄마가 우리한테 기분 되는대로 얼마나 막말하는지. 근데 [요망하다]가 정확히 무슨 뜻이지?"


스피커폰으로 통화 중에 습관적으로 '요망하다'를 어학사전에 검색창에 얹어보았다.

"요망하다: 요사스럽고 망령되다... 망령? 늙거나 정신이 흐려서 말이나 행동이 정상적이지 않다? 요망은 좀 그렇고 요사스럽다, 간사하다 정도가 적당하지 않을까? 하하하"

언니가 촉새 같은 면이 없진 않으나 그렇다고 간사하고 비정상적이라고 하기엔 많이 엇나가서 웃음이 나왔다.


"에흐, 지난 일 곱씹어서 뭐하니~"

화재는 조카와 생고기로 넘어갔다.

"저번에 생고기 앞에서 시큰둥 하더니 이제 와서 먹고 싶다고? 소윤이 걔 참 요망하네~ 안 그래도 애들 이모부가 생고기 보내준다고 그랬는데, 방서방이 요망한 구석이 좀 있지?"

이런 식으로 뭐만 했다 하면 '요망하다'로 매듭을 짓다 보니 밈이 되고 어느새 웃음 벨이 되어버렸다.

이제는 길 가다가도 '요망한'만 들리면 피식 웃게 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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