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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하나 Aug 30. 2024

가족이라는 존재

나는 착한 아이가 되어야 해요!

1983년 2월 나는 태어났다.  

나는 초등학교(당시는 국민학교) 4학년이 될 무렵까지 부산에서 친할아버지, 친할머니와 함께 살았고, 내 기억 속의 부모님은 가족이라기보다는 일 년에 손에 꼽힐 정도로 우리 집에 오는 손님 같은 존재였다.


그리고 그런 부모님이 집에 오시는 날이 되면 할머니는 늘 나에게 백설공주, 신데렐라 같이 계모가 나오는 동화책에 대해서는 말을 하지 말라고 하셨고, 어린 나는 왜 그런지 이해를 할 수가 없었다. 

할머니 손을 잡고 절에 가서 모르는 영정사진 앞에다 술을 따르고 절을 할 때도...


그러던 어느 날... 아마도 그날도 할머니 손을 잡고 절에 갔을 때였던 것 같다. 

친척언니 한 명이 나에게 저 사람이 너네 엄마라고 했고, 나는 순간 직감했다!

(그때가 아마도 5살 정도였던 것 같다... 지금 생각해 보면 꽤나 어린 나이인데도 눈치가 빨랐던 것 같다) 

우리 엄마가 우리 엄마가 아니었구나....... 그래서 계모 얘기는 꺼내지도 말라고 했던 거구나.. 할머니가 늘 나에게 " 내가 니 때문에 오동나무에 걸려서 오도가도(오지도 가지도) 못한다.."라고 했던 것도..


하지만 나는 내가 그 사실을 알고 있다는 것을 할아버지, 할머니, 부모님이 알게 되는 것이 무서웠다.

버려지지 않을까.... 더 이상 내가 필요 없다고 하면 어쩌지...?


내가 초등학교 4학년이 되고, 나보다 세 살 어린 남동생이 초등학교에 입학하게 될 즈음 포항에 살던 부모님과 남동생이 부산으로 왔고, 함께 살게 되었다.  

술만 마시면 폭력과 폭언(주로 대상은 엄마나 할아버지, 할머니였다....)으로 이웃에서 신고를 해서 몇 번이나 경찰들이 집에 왔었고, 내가 동생 손을 잡고 화장실에 숨어서 112에 신고를 한 적도, 신발도 신지 못하고 밖으로 뛰쳐나가서 경찰 아저씨가 오기 전까지 집 앞에 있던 리어카 뒤에 숨어 있었던 적도 있다.

경찰 아저씨가 데려가서 집에 다시는 안오길 얼마나 기도했던지... 


그때부터였다. 나는 착한 아이가 되어야 했다. 

세상에서 제일 사랑하는 할아버지, 할머니로부터 버려지지 않기 위해서... 

술만 마시면 무섭게 변하는 아빠로부터 나를 보호하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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