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놈의 변덕스러운 내 마음....
다음 주에 다른 지방에 사는 일본인 친구가 도쿄에 놀러 온다고 한다. 전문학교 다닐 때 아르바이트를 하던 식당에서 처음 만났고, 아르바이트 끝나고 술 한잔 마시고 집으로 가는 날이 하루 이틀 늘어가면서 친해지게 되었다. 학교에서도 친구는 있었지만 거의 다 10대 후반, 20대 초반이라 친구라는 느낌보다는 뭔가를 챙겨주고 상담을 해주는 사이가 많았다. 아르바이트를 같이 하는 사람들도 일로 바쁜 시간을 같이 보내는 사람들인지라 사적인 만남이 있는 일은 거의 없었다. 그런데 이 친구는 집도 가까웠고, 아르바이트를 했던 식당이 우리 집 근처라 자주 만나곤 했었다.
그 친구는 정사원이 아니라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유지하고 있었다. 일본에서는 "프리터"라는 단어가 있을 정도로 정사원보다는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유지하는 사람들이 아주 많이 있다. 정규직에 비해 시간은 자유롭고 일하는 시간에 따라 정규직보다 돈도 더 많이 벌 수 있기 때문에 정규직을 그다지 선호하지 않는다. 그 친구도 어릴 때 도쿄로 와서 여러 가지 일을 하면서 생활을 하고 있었고, 코로나가 시작되고 아르바이트 일자리가 줄어들면서 본가로 돌아가기로 결정했다. 부모님도 나이가 드셨고, 무엇보다 장애를 가진 동생이 있기 때문에 이제는 본가로 가서 자기가 가족의 생계를 도와야겠다고 했었다. 본가로 돌아가고 나서도 가끔 도쿄에 오면 우리 집에서 머물다가곤 했었다.
작년에도 몇 번이나 오려고 했지만 나의 입원이나 다른 사정들로 인해 거절을 했었다. 그런 친구가 다음 주에 1박으로 온다는 것이다. 요즘 내가 느끼는 감정 중 가장 많이 느끼는 감정은 외로움과 허무함이다. 이런 상황에 친구에게서 연락이 왔고, 나는 흔쾌히 좋다고 대답했고, 친구가 오는 다음 날은 휴일로 스케줄을 넣었다. 그런데 갑자기 친구가 오는 게 부담스러워진다. 친구가 오면 잠자리도 봐줘야 하고, 아침도 챙겨줘야 하고... 정말 미안한 말이지만 귀찮아졌다.
외롭다면서도 누군가와 만나는 것이 상당히 불편하다. 아직까지는 다른 사람을 돌아볼 만큼의 에너지는 없나 보다.. 체력적으로도... 마음적으로도... 이번에도 거절하면 정말 그 친구에게 미안해질 것 같고, 그렇다고 무리해서 그 친구를 만나면 그 뒤에 출근할 에너지가 없을 것 같다.... 머릿속에서는 말한다.. 친구에게 솔직하게 이야기하고 너를 먼저 생각해라고... 어떻게 하면 좋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