꽉 막힌 가슴에 조그마한 숨통이 트였다.
복직을 한지 어느덧 한 달이 지났다. 일도 어느 정도는 다시 익숙해졌지만, 자주 과호흡이 오기도 하고 얼굴과 머리까지 저릿한 느낌이 들면서 손이 떨리는 증상들이 있었다. 그럴 때마다 화장실이나 비상계단에 가서 증상이 가라앉을 때까지 앉아 있다가 오기도 했고, 그래도 진정이 되지 않는 날은 반차를 쓰거나 아침부터 상태가 안 좋다고 생각되면 연차를 쓰기도 했다.
지난 한두 달 사이에 선배 두 명이 그만두고, 이번달 중순이면 그나마 친하게 지내던 한국인 후배도 좀 더 좋은 환경의 회사로 전직을 위해 회사를 그만둔다. 여러 가지 회사의 상황이 바뀌게 되면서 그 상황에 불만이 있는 사람들이 하나 둘 전직을 하기 시작한 것이다. 더 좋은 환경의 회사로 전직하는 사람들의 선택에 응원을 하면서도 섭섭한 마음과 함께 부러운 마음이 더 앞섰다. 그 사람들이 전직을 하기 위해 얼마나 뒤에서 노력을 했는지 알면서도... 이런 상황에 풀타임 근무도 아니고 단축근무인데도 이틀이나 연차를 쓰고 쉬고, 반차를 쓰고 쉬는 내가 참 무능하게 느껴졌다.
반차를 쓰고 집으로 돌아온 날, 왜 그랬는지 모르겠다. 아빠에게 카카오톡으로 통화를 했다. 아빠는 전화를 받지 않았고, 나는 약을 먹고 잠을 잤다. 그러다 저녁때쯤 아빠에게서 전화가 왔고, 아빠는 웬일로 전화를 했냐고 물었고, 나는 "그냥~ 기분이 좀 안 좋아서 전화해 봤다."라고 대답했다. 그날은 그렇게 그냥 대충 얼버무리고 넘어갔고, 며칠 전 아빠와 다시 통화를 하게 되었다. 아빠는 "저번에 와 기분이 안좋았노~?"라고 물었다. 나는 말을 할까 말까 망설이다가 "그냥~ 아빠 딸이 너무 무능력하고 바보 같아서... "라고 말하는데 눈물이 터져버렸다. 아빠는 살짝 당황한 것 같았지만 " 니가 왜 무능력하고 바보 같노~ 일본에서 집 도움 하나도 없이 건 10년을 살고, 일도 하고... 그게 쉬운 일이가~"라며 "정~ 힘들믄 집에 온나. 1년이든 2년이든 한국와서 니 하고 싶은 거 다시 생각해 보고 다시 시작해도 된다."라고 말을 하는 게 아닌가....
처음이었다. 내가 힘들다고 이야기를 울면서 한 것도 아빠에게서 위로를 받은 것도.... 아빠도 " 내가 니한테 이래 진지하게 얘기하는 건 처음인데, 아빠는 내 딸이어서가 아니라 니 참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그런 상황에 한 번도 안 삐뚤어지고 니 할 일 네가 알아서 하고...."라는 아빠의 말에 눈물이 멈추질 않았다. 그 통화가 끝나고 시간이 흐른 뒤 생각해 보면 참 민망하면서도 뭔가 꽉 막힌 가슴에 조그마한 숨통이 트인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불안증세(손떨림, 호흡곤란 등)는 계속되고 있다. 내 마음속엔 아직도 무언가 해결해야 될 것들이 많은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