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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댕챱 Mar 11. 2023

이게 정말 UX디자인이야?

많은 생각을 하게 되는 그런 에피소드.

나는 평상시 '일상 UX'라는 페이스북 채널을 즐겨본다.

이곳에는 비단 앱뿐만이 아니라 비시각적인 측면에서 또한 훌륭한 UX솔루션을 가진 사례들이 많이 소개되는데, 개인적으로 UX디자이너라는 직업의 정의에 대해 부담스럽지 않게 알아가면서도, 그 성격에 대한 오해를 바로잡을 수 있는 좋은 채널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러다 오늘, 페이스북 뉴스피드를 보는데 흥미로운 포스팅을 발견해서 이에 대한 짤막한 생각을 남겨보고자 이 글을 썼다.








이것이 정말 UX개선 사례인가?


이 사진을 보고, 이런 한가지 물음이 내 머릿속을 스쳤다.


'비빔면을 따뜻하게 먹고 싶어'가 정말 올바른 사용자 문제인가?

일단 이게 좋은 UX개선사례로 보일 수 있는 대상인지를 판단하려면, UX디자인, 그리고 비빔면이라는 정의 자체에 대해서 다시한번 돌아볼 필요가 있다.


비빔면은 뭘까?

이 세상에는 소스를 묻혀먹는 수많은 면 음식들이 존재한다. 그리고 비빔면은 '차게 해서 먹는'다는 독특한 특징이 두드러지는 면 메뉴다. 따라서, 원래는 끓인 면을 최소한 찬 물에 한번 식힌 뒤, 매콤달콤한 소스에 잘 비벼 먹는 것이 본래 메뉴의 레시피다.


UX의 근간은 '사용자의 문제 해결'

다른 글에서도 매번 잠깐씩 언급되는 것 같지만, UX디자인의 가장 핵심 가치는 '사용자가 겪는 문제 해결'에 있다. 그 위에 부가가치를 얹든 어쩌든, 항상 그 기저에는 '그래서 네가 해결한 사용자의 문제가 무엇이며 어떻게 해결했는데?'를 빼놓을 수 없다.


따뜻한 비빔면을 원한다고?

물론, 레시피가 무슨 헌법에 명시된 내용이나 기본인권도 아니고, 당연히 기호에 따라 따뜻하게 먹고 싶은 사람은 따뜻하게, 오리지널 레시피대로 차게 먹고 싶은 사람은 차갑게 해서 먹으면 될 일이다. 따뜻하게 먹는 사람이 있다고 해서 절대 비판할 일이 아니다. 다만 내가 동의할 수 없었던 부분은, 이게 좋은 UX사례로 남으려면 이 솔루션에 앞서 이것을 UX문제로 인식해야 한다는 것인데, '이게 정말 [사용자 문제]에 해당되는 이슈가 맞아?'라는 지점이었다.


일단 많은 미국 소비자가 느끼는(상용화까지 되었으니 꽤 다수가 원하던 것이라고 볼수 있겠다) 니즈는 '따뜻하게 먹고싶어'였다는 것인데, 나는 모든 니즈가 반드시 사용자의 문제라고 정의될 수 있는지에 대해 물음을 던지고 싶다. 비빔면은 그 메뉴의 정의 자체로 보았을 때도 냉면처럼 차게 먹는, 독특한 아이덴티티를 갖는 음식이기에 차게 먹는 레시피를 제공해주었을 뿐인데, 단지 개인의 기호에 맞게 따뜻하게 먹는 방법을 제공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이건 사용자를 위해 해결해줘야 하는 문제야!'라고 주장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동의하기 어려워 보인다. 이 사례는 마치, '사용자가 불편하다고 했으니까 사용자 문제야'라고 주장하는 것처럼 들린다.


올바른 사용자 문제는 페인포인트가 아니라 페인포인트를 유발한 그 기저의 무언가이다.

이건 다른 글에서 좀 더 장황하게(ㅋㅋ) 다뤄보고 싶은데, 암튼 내가 지금까지 UX/UI디자이너로 일하며 느꼈던, UXer의 가치를 깎아먹는 대표적 오해이자 마케터와 UX디자이너가 UX라는 것에 대해 토론을 벌이면 늘 나오던 것중 하나가 바로 이것이었다. '사용자가 불편하다고 하는 걸 고치는게 UX디자이너가 할 일 아니야?'


어떤면에선 맞는 말이기도 하다. 그런데, 저렇게 단편적으로만 접근하는 것은 옳지 않다. 그저 사용자가 말하는 불평불만을 그대로 수용해 해달라는대로 해주기만 하는게 이 직업의 본 정의였다면, 애초에 유저리서치 따위는 있을 필요도 없다. 그저 CS팀이나 댓글의 반응들만 무한 크롤링을 반복하면 될 일이다.


아무튼 이 얘기는 다시한번 다른 글에서 얘기해보기로 하고, 이러한 이유에서 나는 이 비빔면 사례가 'UX 개선 사례'라고 볼 수 있는 것인지 의문이 든다. 차라리 '차게먹는 레시피를 더 쉽게 이해하고 오리지널 비빔면을 맛있게 먹을 수 있도록 도와주자'가 더 올바른 HMW 아닐까.



'UX'보다는 '현지화'


그렇다면 이 사례에 대해 좀 더 적합한 표현은 뭘까?

곰곰이 생각해본 결과, UX사례보다는 '좋은 현지화 사례'가 더 적합한 표현이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현지화의 정의를 찾아보면 다음과 같다.

기업이 목표시장으로 하는 현지의 문화, 언어, 관습, 자연환경 등을 고려하여 재화나 서비스를 생산하고 유통시키는 과정.


즉, 이 비빔면 사례는 UX디자인 사례보다는 탁월했던 현지화 사례라고 보는 것이 더 적합하지 않을까 싶다.

적어도 비빔면이라는 레시피의 고유 정체성과 정의가 변화하기 전까지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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