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많은 사람들이 프로덕트 디자이너를 꿈꾼다.
그리고 그걸 너무 하고 싶어한다. (내가 아직 더 많은 사람을 만나보지 못해서 그런 것일 수 있지만, 한 직업을 갖는 것에 이다지도 정열적인 사람들을 다른 직업군에서는 많이 보지 못한것 같다. 다른 직업에서는 도전은 하되 절실해하진 않는데, 이쪽을 희망하는 사람들은 이 직업이 아니면 안될것처럼 보이기까지 한다.)
지금까지 수많은 글들을 통해 프로덕트 디자이너가 되려면 어떤 것들을 할줄 알아야 하는지 자잘하게 쪼개어 글을 써왔는데, 이 글은 그 글들의 집합체격의 글이라고 볼 수도 있다. 그래서 정확한 Action item들을 반복나열하기 보다는, 개념들 위주로 재구성해보았다.
심층적으로는 비즈니스 측면의 문제보다 회사, 즉 사업 자체가 향하려는 거시적인 로드맵에 따라 그 제품이 담고있는 모든 '경험'을 관리하고, 설계하고, 개선하는 일이라고 보면 된다.
생각보다 많은 한국 사람들이, 이 직함에 '-디자이너'라는 어미가 붙는다고 해서 이 일을 '어떤 구상을 뛰어난 시각적 인터페이스로 구현해 내는' 게 전부인 것으로 오해한다. 실제로 적잖은 프로덕트 매니저나 기획자들이 그렇게 착각한다.
아주 틀린 것은 아니다.
실제로 프로덕트 디자이너라는 직함으로 인력을 채용하는 많은 회사들의 주력상품을 보면, 대부분 모바일 앱이나 웹사이트 같은, 시각적 성질의 제품들이 압도적이다. 어떤 문제에 있어 결국 비주얼적인 변화가 필요하다면, 그 부분만 전담해 줄 사람이 따로있는게 아닌 이상 그 비주얼까지 모두 프로덕트 디자이너가 해야 한다.
그렇다고 프로덕트 디자이너를 develop과 delivery에 한정된 역할로만 본다면, 그건 이 일에 대해 정확히 알고있지 못한 것이다. 그건 프로덕트 디자이너가 원래 아우르던 업무의 극히 일부일 뿐이다.
제품 경험의 관리/설계/개선이 '문제 해결력'과 무슨 상관이냐고?
가방을 만들어 파는 회사가 있다고 해보자. 시대가 변하고, 사회가 변함에 따라 비즈니스를 이끄는 사람들이 여러 사업적 트렌드나, 동향을 계속 분석하며 '이제 하드케이스의 시대는 끝났어. 우리가 시장에서 유리한 지점을 차지하려면, 사람들이 들고 다니기 편한 가방을 만들어야 해.'라고 사업의 방향성을 정했다. 그럼 지금까지 내가 열심히 관리/판매/제작해오고 있던 '기존의' 하드케이스 가방은 곧 문제가 된다. 계속 똑같은 걸 만들어봤자, 비즈니스에 기여하는 경험디자인이 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여기서 말하는 '문제'는, 비단 오류나 골칫거리만을 지칭하는 개념이 아니다. 따라서 누군가 "프로덕트 디자이너가 뭐하는 직업이에요?"라고 했을 때 "기업이 제품이 가진 문제를 발굴하고, 이를 해결하는 일이에요"라고 말해도 전혀 무리가 없다.
사실 프로덕트 매니저나 프로덕트 디자이너는 거의 같은 개념이다.
프로덕트 매니저의 job description과 프로덕트 디자이너의 일반적 정의의 교집합을 자세히 보면, 사실상 거의 극소수를 제외하고 대체로 똑같은 직업이 2개의 다른 닉네임을 가진거란 걸 알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사용자가 어떤 문제를 가지고 있는지 보고, 무엇을 어떻게 해야하고, 어떤 결과를 내야 하는지 자신의 모든 앞길을 스스로 계획하고 처리해가는 프로젝트 리더에 가깝다는 측면이 이런 큰 교집합을 만든다. 또한 UX뿐만 아니라 비즈니스적 관점 또한 늘 장착하고 있어야 한다는 면에서도, 같다. 만일 다른 점이 있다면, 프로덕트 매니저 중에는 UI디자인 산출물을 내지 못하는 사람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만일 프로덕트 매니저와 프로덕트 디자이너를 극명하게 구분짓고 싶다면, 아마 회사에서는 프로덕트 매니저에게 BDM(Business development manager)의 역할을 부여하고, 그 외 프로덕트가 갖는 mid-level, low-level에 대한 것은 프로덕트 디자이너에게 일임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일 것이다.
어쩌면 이 부분에 대해 프로덕트 매니저로 일하는 사람중 반대의견을 가진 사람도 있을거라 짐작한다. 만일 그 이유가 궁금하다면, 약 10여년 전에 출판된 'UX디자이너'에 대한 직업적 정의부터 UX/UI 디자이너, 그리고 프로덕트 디자이너, 프로덕트 매니저까지의 변천사를 잘 살펴보면 이해할 수 있다.
여튼 이쯤 되면, 우린 궁금해진다. '어떻게 해야 프로덕트 디자이너가 될 수 있을까?'
그렇다. 최근 AI시대니 뭐니 해서 여러 뇌과학자들, 인지심리학자들이 그렇게 수년째 강조해오고 있는 그것, 바로 '메타인지'다.
그 이유는 메타인지가 제대로 발동되지 않으면, 대체로 회사에서 당신은:
1. 열심히 쌓아온 나의 노고가(회사 입장에서는) 헛짓을 한게 되거나
2. 기업이 가진 문제를 해결해주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나에게 어떤 도전/난관이 주어졌다.
그럼 난 어디서 어떻게 시작해야 하며, 무엇을 해야 할지, 왜 그래야 하는지 명확하게 이해하고 움직일 줄 아는 그 사고력의 총집합. 그것이 필요하다.
애초에 회사가 나에게 들고 오는 문제들은 마치 시험 족보처럼, 누군가 앞서밟은 발자취를 그대-로 따라간다고 해서 다 해결되진 않는다. 또 많은 문제들이 친히 instruction과 함께 나오는 것이 아니기에, 난관을 헤쳐가기 위한 홀로서기가 제대로 되어있지 않다면 프로덕트 디자이너로서 그 어떤 업무도 제대로 할 수 없다. 결국은 겉핥기에 그칠뿐이고, 스스로도 어떻게 하다 이 결론까지 왔는지 모를 것이다. (단, 잘 리드해줬는데 못 알아먹는 경우는 빼자.)
1. 그럼 UI디자이너는 메타인지가 없어도 할 수 있을까?
내가 이전에 썼던 'How를 설계하는 능력자들'을 읽어보길 권한다.
UI디자이너도 그 아웃풋을 위해 내려야하는 의사결정들이 있고, 그 업무를 처리하기 위해서는 어떤 low-level의 하위 문제해결 프로세스를 밟아야 할지 스스로 생각해야 한다. 다만 프로덕트 디자이너에 비해, 조금 더 정책적인(?) 의사결정까지 깊게 관여하지는 않을 뿐이며, 유저리서치를 직접적으로 계획 및 수행하지 않을 뿐이다.
2. 그럼 프로덕트 매니저나 UX기획자도, 다 프로덕트 디자이너라고 볼 수 있을까?
상당 부분은 그렇게 볼 수 있다. 사실상 이 두 직군이 하는 일의 대부분을 프로덕트 디자이너의 정의에서 모두 포함하기 때문이다. 그치만 이부분은 조금 더 명확한 구분이 필요하다.
먼저 UX기획자가 하는 일을 보면 필요한 이해관계자들과 적재적시에 의견을 수집하고, 정보구조를 설계하고, 플로우를 짜는 등 사용자경험을 디자인하기는 하지만 비-시각디자인적 작업들을 더 많이 담당한다. 이럴경우, UX기획자는 프로덕트 디자이너보다는 오히려 UX디자이너와 역할이 거의 동일하다고 볼 수 있다.
프로덕트 매니저의 경우에는, 위에서도 말했듯 최종 산출물까지 담당하는 경우가 많지 않다. 주로 산출물에 대해서는 '디자이너'를 붙여 전담하게 하는데, 그런 면에서 봤을 때는 100% 동일하다고 볼 수 없다. 단, 상당부분 역할이 동일하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3. 그럼 UI디자이너는 프로덕트 디자이너보다는 조금 별로인 일인가?
나는, 개인적으로 그 직업이 순위에서 더 '낮은' 지위를 가진 일이라거나 그런 식으로 착각하는 사람은 없었으면 한다. 수년간 UI 중심의 업무를 해온 사람으로서 느끼는 거지만, UI디자인 한 업무만 잘 처리해줘도 개발자와 기획자(내지는 프로덕트 매니저) 모두를 행복하게 해주는 정말 중요한 포지션이기 때문이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