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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댕챱 Dec 22. 2023

세수하러 왔다가 물만 먹은 이야기

샘 알트먼 - 일부 인터뷰 영상들에 대한 개인적인 후기, 인사이트

Chat-GPT의 존재를 몰랐던 건 아니지만, 내가 이 업계에 있어서 그런지 유독 올해가 GPT 그 자체보다도 왠지 '샘 알트먼'이라는 사람에 좀 더 초점이 맞춰진 한 해 같이 느껴졌다.


그래서 좀 더 자세히 알고싶었다. 이 Open ai라는 세계적 관심을 받고있는 조직에서 일어난 그 유명한 미국판 갑신정변에 대해서, 매순간을 관찰당하는 환경에서 별 탈 없어보이던 애들이 어쩌다 그런 급진적인 이벤트를 터뜨렸나 너무 궁금했다. 그래서 그 사건의 주축이 되는 인물들의 생각을 어느정도 엿볼 수 있는 몇몇 인터뷰 영상을 찾아보았다. 그중에는 일부러 샘 알트먼과 그를 내치는데 일조한 일리야 수츠케버가 이전에 함께했던 인터뷰 영상도 챙겨보았는데, 혹 둘의 의견차이가 드러나는 대목이 있을까 싶어서였다.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이를 알아내는 데 실패했다. 사건 전 뿐 아니라 그 후에 있었던, 한해를 마무리하는 인터뷰에서도 큰 소득은 없었다. 다소 민감해서인지 또는 굳이 (흐트러진 분위기를 다시 잘 수습했는데) 긁어부스럼을 만들고 싶지 않았는지, 무슨 이유에서인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하지만 그를 알아내기 위해 여러차례 인터뷰 영상을 되돌려보고, 말 한마디 한마디를 곱씹어가며 시청한 결과, 개인적으로 내 노트에 남게된 몇가지 개인적 인사이트들이 있었다. 그래서 이 글에서는, 비록 본래 찾던 것에 대한 답이나 힌트는 아니지만 그 영상들을 시청하면서 든 나의 2가지 인사이트라도 남겨보고자 한다.

이전에도 다른 인터뷰 영상과 GPT4 소개 영상을 이따금씩 봐오긴 했지만, 특히나 이 인사이트들은 인터뷰 영상은 블룸버그와 지난 6월경 진행했던 인터뷰, TIME과의 인터뷰, 그리고 앞서 잠깐 언급했던 텔아비브 컴퓨터과학과 교수인 나다브 코헨 교수가 진행한 인터뷰영상 총 3가지를 보고 다듬어진 것임을 밝힌다.





내가 인터뷰들을 보면서 느낀 것은 크게는 다음 2가지였다.


1. 많은 대중들은 샘에게 시대에 대한 '답'을 요구하는 듯 하다.

어쩌면 내가 인터뷰를 보던 중 놓쳤을지도 모르고, 또는 여러 인터뷰 중 몇가지만 봐서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3개의 인터뷰 영상은 각각 시점도 다르고, 대상에도 조금씩 차이가 있었음에도 대체로 공통된 점들이 목격됐다. 바로 질문들이 크고 심오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에 대한 답을 곧바로 샘 알트먼이라는 사람에게 구하고자 하는 듯 보였다.


물론 Open AI와 그들이 만들어낸 결과물에 대해서는, 나또한 그가 어느정도 답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마치 우리 뇌 안에서(닉채터의 mind is flat 책에 대한 독후감에 나와있음)일어나는 정확한 프로세스를 우리가 다 알아챌 수 없듯이 실시간으로 무슨일이 어떻게 일어나는지 속속들이 아는데는 한계가 있다는 AI의 대표적 성질을 고려할 때, 그들도 아직 100% 모든걸 다 밝혀내거나 말할 수는 없을지 모른다. 하지만 최소한 자신들이 남긴 이 엄청난 발자국에 대해, 그것의 어떤부분을 왜 오픈소스로 내놓았고 그 결과물에 대해 어떤 책임감을 느끼고 있는지 등, 대중의 입장에서도 많은 것을 당연히 물을 수 있고, 그 스스로도 명확히 하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인터뷰 영상들 속 질문을 보면, 대체로 범주가 한 사람이 쉽게 대답하기에는 너무도 크고 넓어보였다. GPT가 아니라, GPT의 등장과 비약적 발전 양상을 통해 우리가 인공지능이라는 분야에 대해 전반적으로 느끼고 우려하는 거의 모든 것들을 "Super Intelligent AI가 탄생하면 우리는.."라는 말을 덧붙여 인터뷰마다 묻는 듯 했다. 대체로 보면 AI 규제에 대한 생각, AI가 인류의 고용시장에 미칠 효과는 무엇인지, AI가 어떤 분야에 어떤 영향을 줄거라고 생각하는지 등. 물론 OpenAI가 지금의 변화에 지분이 있는 것은 사실일지 모르나, 뭔가 지금의 대중들은 GPT에 대한 책임이나 답을 요구하는게 아니라, AI라는 분야에 대한 전방위적 책임의식을 너무 한 개인과 소수들에게 몰아붓기하는 건 아닌가 싶은 느낌을 받았다.


마치 아이폰의 창시자인 스티브 잡스를 붙잡고는 "10년뒤 스마트폰은 인류에게 어떤 존재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까? 당신은 그걸 어떻게 해결해줄 겁니까?"라고 묻는 것 같았달까?

오메.....


그게 정말, 한 개인에게 던지기 적합한 질문들이었나?

AI 모델 특성상 자신의 작업물 조차도 어디로 어떻게 튈지 100% 예상할 수 없는 현실, 그리고 AI에 대한 각종 연구와 개발이 전세계 곳곳에서 실시간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상식적 측면을 고려할 때, 너무 과한 부담이 지워지고 있다고 느꼈다. 어쩌면 많은 사람들이 너무나도 불안해진 나머지, 현존하는 여러 AI모델중 때마침 잘 만들어진 하나를 가졌을 뿐인 조직에게 너무 많은 기대감과 의존감을 가지려 하는 건 아닌가?


인터뷰에서 오고간 세세한 질문들을 살펴보면, 물론 개중에는 뻔하거나 반복되진 않는 질문들도 있었다. 하지만 여전히, 큰 맥락에서는 '당신이 이렇게까지 불안한 분위기를 조성했잖아. 그래서 계획이 뭐야? 어떻게 이걸 잠재울건데? 잠재울 수는 있을거 같아? 우리가 앞으로 뭘 어떻게 해야 돼?'라는 질문들이 계속 반복되는 느낌이었다.


어쩌면 그게 꼭 그 사람에게 뭔가 부담을 주기 위해서라기 보다, OpenAI라는 조직은 AGI라는 목표를 향해 AI자체에 대해 연구하는 곳이기에 그런 질문들이 자주 주어지는 것일지 모른다. 혹은 이미 많은 학회, 공식석상에서 그 분야 전문가들에게 질문돼왔듯, 같은 맥락으로 샘을 향해서도 '너의 개인적인 생각은 어떠니?'라고 그저 gentle하게 물어본 것일 수 있다. 하지만 순수한 호기심으로 잠깐 물어본 것 치고는 대중 VS 샘 알트먼과 OpenAI라는 구도에서 봤을 때, 인터뷰들마다 조금 불필요하게 반복적인 질문들이 다소 있었다고 생각한다. 심지어는 그 또한 몇몇 질문들에 대해 답을 하면서도, '너 뿐만 아니라 다들 그걸 그렇게 나한테 묻더라'라는 뉘앙스를 풍기거나 혹은 "나도 아직은 잘 모르겠다", "예단하기 힘들다" 또는 그렇게 말하는 것이 가장 정확한 답이기에 가장 피상적인 답변을 하는 경우가 꽤 있었다. (혹, 다른 AI 스타트업 CEO들과의 인터뷰에서도 이런 질문들이 쏟아지고 있을까?)


그는 그저 한 명의 투자자이자, 비영리 기업가일 뿐이다. 그 사람도 물론 자신만의 비전이 있지만, 그 사람이 꿈이 곧 모두의 꿈이라고 할 수만은 없고 그저 한사람의 푸른 야망일 뿐이다. 어쩌면 대중들, 언론들이 지금껏 그에게 던져온 수많은 질문들에 대한 답은, 찾아온 변화에 대해 새 시대를 맞아 우리 스스로가 함께 헤쳐가며, 직접 정의해야 하는 것들인지도 모른다. 역사적으로 왕들이 자신의 나라에 맞다고 생각되는 율법을 제정하고, 군락민들끼리 자신들만의 전통과 문화를 만들어 계승해오기도 했던 것처럼 말이다. 어쩌면, 그것이 그가 모든 인터뷰마다 어딘가 뻔하고 피상적인 답변(각국의 정부에서 개개인에게 끼칠 악영향을 대비해 적절한 제도적 조치를 마련해줘야 한다거나)을 내는 이유인지도 모르겠다. 


2. 생각할 줄 안다면, 크게 우려할 이유가 없다.

당연한 말이지만 우리는 미래에 어떻게 일이 전개될지 아무도 확신할 수 없다. 하지만 10년뒤보다도 Chat-GPT, 제미나이 같은 더 나아진 AI툴이 나온 현 시점, 그리고 그나마 예상이라는 걸 조금은 해볼 수 있을 근미래까지에 대해, 나는 인터뷰를 쭉 시청하며 '난 내 삶에 대한 내 생각만 확고하면 되겠구나'라는 생각을 특히 아래 질의응답들을 보며 다시금 확신하게 되었다. 그 이유와 내 생각의 베이스가 된 내용들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아래 내용은 1개가 아닌 3개의 인터뷰를 시청한 후에 정리된 것이기에, 가장 마지막에 시청했던 텔아비브 대학교수와의 인터뷰를 중심으로 정리했으나 각각의 인터뷰에서 나온 그의 관련 답변들도 각 문단안에 섞여있을 수있다. 또한 시청각 자료를 보고 해석한 것으로, 때로 그가 말한 그대로를 인용해오기는 하였으나 많은 부분에서 나의 의역이 가미되어 있을 수 있다.)


1) AI의 등장으로 인한 교육의 변화

사실은 Education in math가 주제였지만, 그에 대한 답은 특정과목을 넘어 '교육과 학습' 전반을 커버할 수 있는 전망이었다. 그는 이 토픽에 대해, 현재의 AI모델은 한 인간이 다양한 방법으로 학습할 수 있도록, 즉 개별 맞춤형 학습이 가능하게 함으로써 human potential을 열었다고 답했다. 요약하면 interactive한 학습교재가 만들어진 셈인데, 사실 이점은 나 또한 실제 업무에서 GPT를 써보면서도 일찍이 그 가능성을 느낄 수 있었다.


2) AI를 통한 그의 꿈, 소망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샘이 소개한 그의 비전을 보면, 마치 아이폰의 등장으로 우리 인류의 삶이 분명 더 편안해지고, 윤택해진 측면들이 있었듯 자신도 AI 모델을 이용해 더 많은 사람들이 혜택을 누리게 되어 세상을 더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고 싶다고 언급했다. 


3) 고용시장, 그리고 직업적 측면에서 AI가 Blackswan이 될 것인가?

샘은 이에 대해 별로 그럴것 같진 않다고 대답하며, 오히려 사람들이 지금도 AI가 직업 자체를 한번에 송두리째 없애기보다, 그들이 처리하던 소소한 업무들부터 시작해 그것들을 더 잘 해낼 수 있도록 돕고 있는 상황이라고 덧붙여 설명했다. 이어서, 물론 모든 것을 다 함부로 예단하긴 어려우나 이것(점점 더 강력한 AI의 등장)은 예견된, 그리고 (자연스러운)점진적인 변화라고도 덧붙였다.


4) "...But also I cannot imagine a world where people don't do something with their time to create value for other people, and all other benefits that come with that."

이 답변은, 텔아비브 대학의 한 학생이 던진 "Why is it important to learn new skills to keep my job in the next 10-15 years?(Rephrase됨)"에 대한 답변 중 끝에 언급된 내용이었는데, 이 사람은 이 질문에 대해 위 내용을 포함해 총 3가지의 주목할만한 지점들을 전하고 있었다.

개인적으로는 질문에 정면으로 대응하는 답이라기 보다, 굉장히 우회적이면서 자신의 관점에서 우리가 지금 마땅히 중요하게 여겨야 한다고 느끼는 것들에 대한 답이었던 것 같다.

일의 속성이 바뀔 거라는 것은 의심치 않는다.

지금 배워야 할 주된 능력/스킬은 'how to learn'에 대한 것이다.
How to:
a. learn fast
b. learn new things
c. give it a sense for what is coming
d. be adaptable
e. be resilient
f. figure out what others are gonna want
g. you can be useful (to other people?)


나는 이 학생의 질문에 대한 그의 답변을 다음과 같이 해석했다.

어차피 일의 속성/성질(nature)은 변하며 사람들은 그 세상 안에서 끊임없이 나/남을 위한 가치, 세상을 위한 가치를 찾고 실현하려 고군분투하며 살 것이고, 그것이 곧 우리 인간이 인공지능에게 다른 작업들을 일임하고 몰두할 새로운 '일'의 속성이 될 것이며 그것을 위해 우리가 지금의 AI를 통해 집중해야 할 것은 '(위에 언급한)How to들'일 것 같다.

결과적으로, 2번째 상위 인사이트인 '생각할 줄 안다면, 크게 우려할 이유가 없다'는 생각은, 위 4가지 질의응답들에 대해 다음과 같은 하위 인사이트들을 찾았기 때문이었다.


1) 우리는 어떤 것에 대한 학습 과정에서 AI가 고안해낼 수 있는, 그 지식에 대한 다양한 접근 방식들을 통해 끝내 어떤 것을 완벽히 이해하고 학습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내 삶의 중심은 내가 잡되 그것 또한 부릴 수 있으려면, '어떤 지점이 왜 이해가 가지 않는지 등 학습과정 전반에 있어 끊임없이 스스로를 관찰 및 연구하고, 분석하는 등 개인에 대한 높은 메타인지가 요구될 것이다.


2,3) 어디에, 어떻게 활용하느냐는 우리의 손에 달린 일이다. 새로운 것을 주체가 되어 활용하려면, 그것을 어디에, 어떻게 쓸건지 자신의 생각이 있어야 그만큼 잘 누릴 수 있다.


4) 가치창출, 즉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지극히 생각하는 힘에 기반돼있다. 인간을 필요로 하는 일의 속성이 '가치 창출'에 더 가까워져가는 지금, 스스로가 나, 그리고 주변의 많은 것들에 대해 생각하는 힘을 가지고 있다면 적어도 근 미래까지는 크게 흔들리거나 두려워할 일이 없다.


따라서, 나는 '만일 AI의 출현과 발달에 대해 지레 겁먹은 사람이 있다면, 결국은 아직까지도 개개인의 뚜렷한 자기생각과 욕망을 AI가 침해할 수는 없기에, 그저 내가 스스로의 생각을 펼쳐갈줄만 아는 사람이라면, 크게 우려할 이유는 아직도 없다'고 생각한다.




에필로그

실제로 AI 모델의 많은 부분들이 개선됨으로써, 인간의 사고력(추론 등)부문에서 많은 부분을 꽤 잘 따라잡은 것은 부정하지 않는다. 그러나 AI에 대해서 내 마음이 크게 동요하진 않는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지만 난 내가 어떻게 생겨 먹은 사람인지 너무도 잘 알고 있기 때문이고, 점점 더 많이 알아가고 있기 때문이다(대부분이 거의 재발견에 가깝다.)


세상이 아무리 변해도, 나라는 사람의 기질은 좀처럼 변하지 않았다. 사실 변화한 줄 알았지만 그 속에서도 나는 여전히 나였으며, 그런 나는 끝까지 내가 하고싶은 것을 갈망하고, 어떻게든 하고 말 사람이라는 게 갈 수록 분명해져가고 있다. 그저 그렇게, 지구상 어딘가에서 살아가고 있을 것이기에 별다른 생각이 들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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