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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댕챱 Dec 18. 2023

프로덕트 디자이너라면 특히 조심해야 할 것들.

남에게 짐이 되는 사람과, 자기 역할을 다하는 사람.

내가 다니는 회사에는 주니어 디자이너가 2명 있다. 물론 주니어이기에 내가 당연히 일의 마무리를 봐줘야 하는 경우들이 허다하게 존재하고, 그건 결국 내 일을 2배, 3배로 만든다. 하지만 그들은 주니어이기에 경험의 양이 부족한 것이며 사람은 누구나, 익숙하지 않거나 새로운 것에 대해서는 어려워하고, 서툴다.


하지만 UX를 다루는 디자이너로서, 이따금씩 실무에서 주니어들과 일할 때 약간 좌절감을 느끼는 경우가 발생한다. '이럴거면 저 사람은 이 일을 왜 하지?'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말이다.


이번 글에서는, 프로덕트 디자이너라는 직업의 본질을 기반으로, 내가 경험한 사례들에서 추출한 '프로덕트 디자이너로서 유념/주의해야 할 몇가지'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한다. 어쩌면 이것은, 경력에 관계없이 '문제해결'과 '생각'이 본질인 직업을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지켜야 할 기본적 소양에 속하는 내용이라고 볼 수 있을것 같다.


목차

1. 그냥 '못했다'고 하지 마라.

2. 사람은 검색엔진이 아니다.
3. 생각과 계획이 있는 질문을 해라.

4. 마치면서




그냥 '못했다'고 하지 마라.

여기서 말하고자 하는 건 '못했다고만 하지 말라'는 말이다. 누구나 성공을 할때가 있고, 실패를 할 때가 있다. 하지만 그저 '못하겠다'라고만 해버리고 끝나는 것은, 당신은 앞으로 어떤 문제가 주어졌을 때, 아는 것만 할 줄 알고 모르는 것에 대해서는 스스로 헤쳐갈 줄 모른다는 말과도 같기 때문에, 스스로 프로덕트 디자이너로서의 부적합을 증명하는 말로 상대에게 인식될 수 있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개발, 비즈니스, 타 부서에서 들고 오는 수많은 문제(페인포인트/이슈)들. 이것들을 매의 눈으로 살펴 문제가 뭔지 명확히 파악하고, 이해관계자들과 충분히 소통하고, 우선순위를 정하고, 그에 맞춰 실행하고, 솔루션을 내고, Next step은 무엇이 되어야 할지 일련의 problem-solving 과정을 총괄하는 것이 프로덕트 디자이너다.

따라서 당신이 무언가에 대해 실패했을 때는, '실패했다'라는 결과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주어진 업무에 책임을 지려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구체적으로 설명하면, 내가 실패를 경험했던 문제상황에 대해 메타인지를 발휘, 원인파악과 그에 기반한 결론 및 next plan을 명확히 세우면된다. 물론 머릿속이 복잡할 때, 뭐라도 들어보고 싶은 심정은 누구에게나 생긴다. 하지만 프로는 내 업무를 남에게 떠넘기지 않는다. 이것은 실무자로서 가장 기본적이면서도 '정의되고 합의된' 역할의 원칙이다. 


다시한번 강조하면 어떤 일이든, 주어진 것에 대해 그를 무책임하게 방치해두고 덮어버려서는 안된다. 주어진 업무를 해내지 못해 실패한 상황에서도 늘 당신의 머릿속은 그에 대한 당신만의 계획과 분석으로 꽉 차있어야 한다.




사람은 검색엔진이 아니다.

말 그대로다. 가끔 보면, 타인을 구글검색기로 활용하는 사람들을 보곤 한다.


물론, 모르는 것이 있으면 물어볼 수 있다. 그리고 어떤 대화 도중에, 맥락을 따라가기 위해 기본적인 것임에도 그 자리에서 빠르게 몇가지 묻고 넘어가야 할때도 존재한다.

하지만 101부터 모든 것을 매번 물어 배워가려 하면 안된다. 당신이 그 사람을 구글 검색기로 이용하면, 그 사람은 자기에게 주어진 업무를 제대로 시간 내 소화할 수 없다. 그럼 그 사람은 당신에게 할애해준 시간만큼 퇴근 후 남아서 일을 해야 하거나, 일정을 뒤로 밀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스스로 배울 수 있는 것은 스스로 찾아서 공부할 수 있어야 한다. 이 세상에는 실무를 통해서만 배울수 있는 것이 있고, 단 30분만의 서치로도 결론에 이를 수 있는 것들이 있으며, N회차 이상의 클래스를 통해 상당한 시간을 할애해야만 알 수 있는 것이 있다. 이 모든걸 한 사람을 통해 다 해결하려고 하지 말자.


(최근 한 주니어 디자이너의 UI 크리틱을 진행할 때 이런 현상을 겪었는데, 검색만 하면 온갖 자료가 나오는 것을 자꾸 나에게 물어와서 리뷰를 하는데 자꾸 제동이 걸린 적이 있다. 그 때 "그런건 니가 좀 알아서 공부해!"라고 소리를 꽥 지르고 싶은 충동을 힘들게 다스렸었다.)




생각과 계획이 있는 질문을 해라.

경험상 대부분의 주니어들은 질문이 구체적이지 않고 여러 작은 생각의 조각들이 얼기설기 뒤섞여 굉장히 추상적인 형태로 되어있다. 물론 일을 망쳐놓는 것보다야 그렇게라도 뒤탈을 최소화 하는 것이 더 현명하다. 하지만 자신의 업무(Task)에 대해 뚜렷한 인지와 계획없이, 아무 진전도 없는 것을 그대로 들고 와 조언을 요청한다면, 이는 답변자와 질문자 모두에게 좋지 못하다.


우선 답변자의 입장에서는 정리되지 않은 거대한 물음표를 하나 받으면 뭘 어디에서부터 말해줘야 할지, 상대방을 어떻게 도와줘야 할지 막막해지기 때문이다. 질문자의 입장에서도 마찬가지다. 추상적이며, 답변에 따른 next step이 명확히 준비되지 않은 질문은 오히려 질문자의 업무시간 또한 축낼 뿐이며, 얼기설기한 답변은 질문자가 기대했던 그 어떤 명확한 가이드라인도 제시해주지 못한다. 오히려 질문자에게 끊임없는 후속질문과 불안함만을 만들어낼 뿐이기에, 항상 자신만의 판단과 근거, 계획등을 갖고 질문/조언을 구해야 한다.


서로를 돕는 질문을 만들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나 혼자만의 판단이나 능력으로 온전한 해결이 어려운 업무를 만났을 때, 당신은 누군가에게 조언을 구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해, 사전에 당신이 반드시 해야 할 일이 있다.


1. 무엇에 대해 어떻게 물어볼 것인지 구체적으로 정하고,

2. 그 결과에 따라 나는 그 다음을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정한다.


이렇게 접근하면, 적어도 당신의 상사는 어떤 해결책을 강구해보아야 할지, 당신에게 어떤식으로 조언이나 답변을 해주어야 할지 갈피를 잡을 수 있다.


많은 주니어들이 착각하는 것 중 하나가 바로, '경력자들은 답을 알고 있을 것이다'라는 것이다.

물론 어떤 것은 정답이 정해져있어서, 그것을 상대적으로 먼저 알게 된 시니어가 알려줄 수 있는 부분도 있다. 하지만 실무에서 마주하는 문제상황들, 돌발상황에는 대개 정답이 없다. 그들도 그때그때 자신에게 주어진 것들에 대해 나름의 메타인지를 발휘해 하나씩 해결해 갈 뿐이다. 따라서 막연하게 '물어보면 알려주실거야'라는 근거없는 믿음을 들고가는 것보다는, 본인을 위해서라도 상대방에 대한 배려가 담긴 조언요청/질문을 하는 것이 더욱 바람직하다.


내 업무에 대한 의사결정을 내리기 위해 필요한 판단의 자원을 주변사람으로부터 모으는 것과, 누군가가 지시한대로 하려고 하는 것은 엄연히 다르다.




마치면서.

무언가에 대해 계속해서 '인지활동'을 한다는건 정말 어렵고 피로도가 높은 일이다.

하지만 이런 힘든 과정은 직업 특성상 우리들에게 주어진 숙명과도 같은 일이며, 따라서 주어진 업무에 있어 실패/성공 여부와 관계없이, 자신에게 어떤 도전과제가 주어졌을 때 그에 대해 내가 할 수 있는 것, 알고 있는 것을 총동원하여 그 사람에게 적절한 대안책이나 해결책을 제시해주는 것을 포기하거나 놔버려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퇴근 후 대부분은 충동적이고 무계획적으로 변한다.)


사실 이 글의 주제에 대해서는 다른 글에서도 몇번 자세히 다룬 적이 있는데, 어쩌면 한단계 더 세세히 고민해보고 싶은 이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을 것 같아 아래에 링크를 남긴다.


https://brunch.co.kr/@euny2772/14


https://brunch.co.kr/@euny2772/7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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