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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댕챱 Mar 02. 2023

'잘' 질문하기

나는 어떻게 질문하고 있나요?



“UI/UX디자인 포트폴리오는 어떻게 만들어야 하나요?”

“~하려면 어떻게 해야 돼요?”

“뱅킹 앱을 디자인하고 있는데, 좋은 사례가 있을까요?”



혹시, 이런 질문 해본 적 있으신가요?

저렇게 질문했는데, 막상 조언을 참고해 시도해보니 ‘그냥 뭐…’ 싶으셨나요?




적절한 질문이란 뭘까요?


제가 말하는 ‘적절한 질문’은, 질문의 의도를 가장 잘 달성할 수 있는 질문을 칭합니다.

누군가에게 무엇을 물어볼 때, 우리는 다양한 context를 갖고 ‘질문'이라는 행위를 합니다.


상대의 근황이 알고 싶어서, 쟤랑 똑같은 옷 안 고르려고, 혹은 잘 할 수 있다고 호언장담을 하는데 아무래도 미덥지 못해서 확실히 해두려고…?


어쨌든, 얻고자 하는게 무엇이든 어떤 걸 알고 싶기 때문에 누군가에게 질문을 던지죠.


이 글에서 하려는 얘기는, ‘조금 더 질문을 잘할 수 있는 방법', 그래서 ‘내가 정확히 원하는 것에 최대한 가까운 소스를 얻어낼 수 있는 방법'에 대해서 적어보려고 해요. 특히, 저는 UX/UI 디자이너, 그리고 프로덕트 디자이너이고 우리 일에서 ‘적절한 질문을 하는 것'은 정말 중요하기 때문에, 그 상황에 초점을 맞추어 내용을 공유해보려고 합니다.


하지만 일상생활에서도 충분히 적용해 볼수 있는 방법이긴 해요.




제가 경험했던 가장 흔한 유형

이전에, 모 단톡 커뮤니티에서 신입/취준생 분들을 대상으로 한 고민상담소를 몇달간 운영했던 적이 있었어요. 그리고 고민상담소를 종료하고 난 뒤에도, 커뮤니티에 심심치 않게 이런 질문이 많이 올라옵니다.


“뱅킹 앱을 디자인하고 있는데, 좋은 사례가 있을까요?”


“UI/UX디자인 포트폴리오는 어떻게 만들어야 하나요?”


“~하려면 어떻게 해야 돼요?”


“~해도 될까요?”


질문의 의도가 나쁜건 아니지만, 결과적으로 답변이 도움이 될 확률을 낮추게 할 뿐더러, 나를 성장시키지도 않아요.


왜냐구요? 질문들을 자세히 보면, 생각과 판단의 주체는 답변자가 되어있어요.


저렇게 질문하게 만든 문제들에 대해, 나는 해결할 수 없기에 다른사람이 ‘대신' 해주기를 기다리는 질문이 되어버렸습니다. 하지만 저 질문들은 원래, 대부분 자신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던지는 것들이죠.


용기내어 나의 부족함을 드러내고, 조언을 구하기 위해 질문을 했는데, 목적과 의도에 맞지 않는 질문방식으로 오히려 조언을 받았던 경험이 빛을 잃게되면, 그만큼 속상한것도 없겠죠?





그럼 어떻게 해야 질문과 답변을 가장 내게 값어치있게 만들 수 있을까요?


1. 감정과 이성을 분리하기

호랑이 굴에 들어가도 정신만 차리면 산다는 속담이 있습니다.

감정에 빠져있을수록, 지금의 그 어려움에서 벗어나기는 더 어려워져요.

그치만 감정이 ‘나약함'의 상징인 것은 아니에요. 저도 죽을만큼 우울하거나 힘들면 어떤 때는 SB비용을 쓰기도 합니다. 아니면 회의하다가 잠깐 카메라를 끄고 얼굴로 성질을 내기도 하죠ㅋㅋ


다만, 이 고비를 넘기고 싶은게 당신의 최우선과제라면, 그 감정에 너무 오래 빠져있지는 마세요.


2. 내 삶을 다른 사람에게 맡기지 않기.

누군가에게 이게 맞는지, 저게 맞는지, 이게 더 좋은건지 컨펌받지 마세요.

그 누구도 그게 나에게 좋을지 안좋을지 말해줄 수 없어요. 그들은 당신의 삶을 살아본 게 아니고, 당신 자신도 아니거든요. 모든 문제에 왕도는 없어요.

그치만, 내 경험의 테두리 안에서 알수 없을것 같은 것들에 대한 ‘자료를 수집'할 수는 있어요.


3. 나 자신의 상태에 대해 먼저 정확히 인지하기.

냅다 질문을 하기 전에, 그 질문에서 얻고자 하는 내용이 구체적으로 무엇인지, 질문 의도와 목표를 몇개의 단어로 요약할 수 있을만큼 아주아주 뾰족하게 다듬어보세요.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나 자신에 대해 제대로 파악되지 못한 상태에서 무작정 질문들을 많이들 던지십니다.


‘이러면 될까..? 그냥 저렇게 할까…?’
이런 고민은 불안감으로 인한 감정에 더 가까우며, 지금 나 자신이 풀어가고 싶은 문제를 명확히 파악하고 있는 건 아니에요.


답변이 나한테 실질적으로 유용한 데이터가 될수 있도록, 주도적으로 질문 환경을 통제하세요.

예를 들어, 질문을 할때, 질문 안에 내가 목표하는 바와 질문을 통해 얻고자 하는 구체적 유형의 정보, 그리고 난 어떤 대안들을 고민해보았는지가 담겨 전달된다면, 아마 답변자도 불필요하고 뻔한 내용은 생략하고 알짜배기만 쏙쏙 답변해줄 수 있을거에요.





자 그럼, 처음에 나왔던 질문중 몇 개를 약간 바꿔보겠습니다.


“UI/UX디자인 포트폴리오는 어떻게 만들어야 하나요?”

➡️ “UI/UX디자이너 채용을 해보신 분들께 질문이 있습니다. 저는 UX디자인부터 UI까지를 모두 아우르는 포지션을 원하는데, 전반적으로 아우르는 포지션을 원할 때는 어떤 측면들을 중요하다고 보셨고, 그 이유는 무엇인가요?”


예상 답변 데이터
�포트폴리오에서 드러나면 좋을 역량들
 각자가 근무하는 회사의 특성상 특정 역량들을 중요시하게 보는 이유


답변을 얻었다면, 그 데이터를 가지고 어떤 포트폴리오 구성전략을 취할지는 오롯이 자신에게 달렸습니다.


“뱅킹 앱을 디자인하고 있는데, 좋은 사례가 있을까요?”

➡️ "뱅킹 앱을 디자인하는데, ~~부분/상황에서 CTA가 더 잘 되도록 UI를 개선하려고 해요. 혹시 이 케이스에 대해 좋은 디자인 사례라고 느껴졌던 게 있으셨나요? 왜 그렇게 느끼셨나요?”


예상 데이터
� 해당 디자이너가 당시 유사한 화면/UX를 디자인 할때 어떤 맥락이 중요했는지
� 그 케이스의 CTA가 어떤 이유에서 잘 작동한다고 느꼈는지(시니어, 미드레벨, 주니어 등 다양한 관점에서 수집 가능)
� 검토해볼만한 케이스 추천


사실 이 질문유형의 경우, 내가 목적에 부합하는 사례를 충분히 찾아봤는데도 영 신통치 않아 질문하는 거라면, 아래의 말도 추가해, 그 외에 내가 몰랐던 내용과 레퍼런스 검색에 대한 접근법까지도 답변을 얻을 수 있습니다.

“뱅킹 앱을 디자인하는데, ~~부분/상황에서 CTA가 더 잘 되도록 UI를 개선하려고 해요. 그것과 관련해서 저는 A, B, C, 정도가 ~~한 이유에서 가장 참고할만한 사례인것 같아 살펴봤는데, ~~한 측면에서는 큰 인사이트를 얻지 못한것 같습니다. 혹시 이 케이스에 대해 좋은 디자인 사례라고 느껴졌던 게 있으셨나요? 왜 그렇게 느끼셨나요?”


답변을 얻었다면, 이제 내 디자인에 녹이는건 디자이너인 본인이 판단해야 할 몫이죠.




만약 내 질문의 목표가 내 문제를 대신 해결해줄 사람을 구하는게 아니라면,

저렇게 질문해야 필요한 자료를 얻으면서 나도 주체성과 독립성을 가진 개인으로 성장할 수 있어요.



근데 혹시… 눈치채셨나요?

저 위에서 언급한, 좋은 질문을 던지기 위해 했던 일련의 사고 과정들이, 어떻게 보면 UX/UI디자이너 or 프로덕트 디자이너가 되기 위해서는 꼭 갖춰야할 정말 정말 중요한 ‘문제해결능력’이기도 해요.


문제를 당면했을 때, 내가 아는것과 모르는 것에 대해 명확히 구분하고, 질문에 대한 계획을 짜서,

맞는 대상에게 목표달성을 위한 적절한 형태의 질문을 던지고, 얻은 답변을 정리해서 해결방안에 대입/응용/활용하기…


적절하게 질문하는 것 또한, 연습하면 Problem-solver로서의 디자이너 역량을 키우는 좋은 연습이 될수 있습니다.




문제가 생기면, 인간은 누구나 난처함을 느끼고 당황도 되고, 또 불안해지기도 해요. 저도 맨날 그래요.

그런데 내가 원하는게 무엇이냐에 따라 정신만 단디 차리고 상황을 차분히 바라보면, 비록 모든 것이 갖춰진 환경이 아니더라도 작지만 아주 쓸모있는 실마리를 찾는데는 충분할거라고 약속할게요! 겁먹지 말고 그냥 ‘남의 일이다' 생각하고 마음편히 도전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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