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 말이 정말 많은데, 일단 ‘사이드 프로젝트’라는 말이 생각보다 굉장히 넓은 분야에서 사용되고 있으므로 IT업계에서 흔히 통용되는 ‘사이드 프로젝트’란 무엇인지 대충 파악하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나는 지금까지, 사이드 프로젝트란 보수없이 오로지 실력성장이라는 순수한 동기 아래 사람들이 모여 함께 무엇인가를 만들어 내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어떤 커뮤니티에서는 ‘토이 프로젝트'라고도 부른다. 여튼 사람들이 용어를 사용하는 상황들로 미루어볼 때, IT업계에서의 사이드 프로젝트란 ‘기획자, 개발자, 디자이너가 모여서 각자의 능력치를 할애해 의미있는 결과물을 만들어 내는 실전인듯 실전아닌 실전같은 구축 프로젝트'를 의미한다.
그렇게 본다면 지난 수년동안 내가 참여했던 사이드 프로젝트는 총 3-5회였던것 같은데, 그 팀 프로젝트 모두 참 쉽지 않았다. 이유는 사람 때문이다.
(혹시 오해할까봐 미리 적어놓자면…. 원인이 사람에 있다는 거지, ‘그 사람이 문제의 원흉이다!’라고 생각하면 안된다. 그건 완전히 다른 이야기다.)
나는 지금까지 1개의 UI디자인 산출물 뽑아내기 스터디와 개별적으로 병행하는 사이드 프로젝트들을 진행했다. (산출물 뽑아내기 스터디는 스터디의 성격일 뿐, 이름은 아니다.) 실제로 프로젝트를 벌여서, 완성을 본다는건 정말 쉽지 않은 일이었다. 회사라면 어떻게든 굴려서 마무리를 했겠지만, 내가 최근 하고있는 것들은 자발적인 참여가 근간이 되다보니 완성을 본다는 것 자체가 굉장히 어려운 일이었고 공통적으로 그게 어려운 이유는 사람에게서 기인한다는 걸 느꼈다. 그래서 이번에 내가 깨달은 것들을 글로 남겨, 사이드 프로젝트를 할 때 붕괴, 균열없는 팀 운영을 위해서는 팀원을 모집하는 단계에서 어떤것들을 미리 고려하면 좋은지 적어보려 한다.
(‘이렇게만 하면 성공적인 팀빌딩을 보장해 드립니다!’가 아니다.)
이 아이템을 구축해서 최종적으로 어디에 써먹으려고 하는건지 사람들의 동기부터 확인하는 것이 좋다. 누구는 스타트업, 누구는 그냥 경험, 누구는 어떤 이론에 기반한 자기 공부…. 이렇게 동기와 목표가 다르면, 초반부터 굉장히 꼬인다. 스타트업을 목표로 시작한 사람은 첫발부터 굉장히 꼼꼼히 떼려고 신중을 기할거고, 경험을 목표로 하는 사람은 기간 내에 대충 재밌는 아이템이면 뭐가 되었든 일단 해보고 싶어할지 모른다. 그럼 서로를 이해하기 어려워지고, 팀은 갈라지기 쉽다. 목표부터 동기화 되지 않으면, 보통 초반 몇주를 제외하곤 소통 빈도가 줄어들고, 열정이 떨어지며 그렇게 팀이 서서히 붕괴되기 시작한다. (개인적으로 모든걸 떠나서 ‘책임감이 없는 사람’을 굉장히 혐오하지만, 왜 그런 현상이 나오는지는 이해한다.)
팀원들이 확실히 참여 가능한 기간에 대해서는 확실한 협의가 필요하다. 안그러면 중간에 충원을 해야 하는데, 업도 아니면서 그렇게까지 정성을 쏟기는 어렵다. 주변에서 간접적으로 봤던 프로젝트의 경우, 충원이 필요한 상황이 되면 그때부터 힘이 빠지기 시작했다.
기간을 명확하게 정해야 중간에 사람 때문에 일이 틀어지는 것을 막을 수 있고, 또 현실적으로 생각하는 태도를 만들어주기 때문에 추천한다.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프로세스는 많다. 린 프로세스도 있고, 클래식 UX프로세스부터 타는 방식, 워터폴, 그리고 준 워터폴(크게보면 워터폴과 같은데, 기획과 디자인, 디자인과 개발이 각각 앞뒤로 조금씩 공동진행 하는 방식이다)등이다. 어떤 방식으로 이 프로젝트를 진행할 것인지에 따라, 어떤 팀원은 목표가 좌절될 수도, 어떤 팀원은 내가 맡은 작업이 올 때까지 몇주를 기다려야 할 수도 있다. 또 어떤 팀원은 시간낭비를 한다고 느낄 수 있다. 이건 1번 사항과도 연결되어있는데, ‘어떤 프로세스를 타느냐’는 곧 그 팀원들이 얻어갈 경험이 무엇인지를 결정한다. 따라서 이부분도 꽤 필수적인 협의사항이다.
이건 솔직히 지금까지 내가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제일 많이 답답함을 느꼈던 부분이다.
이부분은 각각의 롤에 대한 명확한 사전 이해가 좀 필요한 부분이다. 디자이너의 입장에서 말하자면, UX디자이너는 무얼하는 사람이고, UI디자이너는, 그리고 GUI 디자이너는 어디까지 하는 사람을 말하는지 정확히 알고 있어야 딜(Deal)이 가능하다. 그 예로, 이전에 참여했던 프로젝트에서 UX/UI디자이너로 참여했기 때문에 리서치와 와이어프레임(UI디자인)부터는 진행에 동참할수 있을줄 알았지만, 현실은 GUI 디자이너에 그쳤다.
적어도 내가 원하는 것을 얻으려면, 내가 구체적으로 참여하고 싶은 작업들이 무엇인지 충분히 이야기하고, 어떻게 참여할 것인지 협의를 보는 것이 좋다.
일단 지금까지의 과정에서 팀원 모집 시 꼭 동기화가 필요하다고 느낀 부분은 위 4가지 정도였다.
원칙적으로는, 그 사람이 평소에 팀작업에 참여하는 태도나 작업 성향 등 거의 MBTI 테스트 급의 꼼꼼한 사전 동기화가 이루어져야 더 공고한 팀 빌딩이 가능할 것이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3–5개월 단위의 프로젝트를 위한 팀을 모집하는데, 성향까지 미리 맞춰 가려면 배보다 배꼽이 더 커질 수밖에 없다. (굳이 한다면야 말리진 않는다. 모집자의 자유니까). 따라서 개개인의 성향차이는 함께 일해보며 알아갈 수밖에 없지만, 적어도 위 4가지에 대해서는 사전에 일치를 봐야만 팀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비교적 매끄럽게 팀을 꾸려갈 수 있다는 깨달음을 얻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