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거지하며 생각한 것 11
겨울 지나갔습니다. 꽃 시샘 올 테지만 어디 겨울 같겠습니까.
이맘때 옛 7번 국도 따라 신혼여행했던 짝과 나는 해마다 동쪽 겨울 바다를 가슴에 넣으려 애썼죠. 숨 트고 마음 놓으며. 더 멀리 보려 실눈 짓고.
속초. 낙산. 하조대. 주문진. 경포. 정동진. 벗도 동쪽 겨울 바다 맛과 냄새를 알게 꼬드겼습니다. 어릴 때부터. 짭짤한 냄새. 시원한 맛.
벗이 바빠 하조대 겨울 바닷바람 품지 못한 게 서너 해. 제 바쁜 탓에 주문진에 닿지 못한 걸 잘 알면서도 투덜대니 거참. 아직 귀엽다 해얄까.
서너 해 들이마시지 못한 동쪽 겨울 바다 냄새가 그립긴 합니다. 맛도. 미천골에서 자고 주문진 바닷가에 쌓인 아침 눈 밟는 맛 참 좋았는데. 경포 순두부도 늘 좋았고. 사람 드문드문한 정동진도.
어쩌겠습니까. 다 지나갔으니 다음 겨울 그려 봐야죠.
아쉬움 커 나도 덩달아 투덜댔습니다. 왈강왈강. 설거지하다가 “우리, 바다 보러 가자!” 외쳤는데 한숨 된통 먹고 말았죠. 왈강왈강. 다음 겨울 그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