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거지하며 생각한 것 12
“아빠! 학회비, 내 이름으로 보냈어?”
방에서 튀어나온 벗이 맥주 먹던 내게 물었습니다. 학교 과 학회에 보내 달라 해 보낸 뒤 한나절은 지났을 때였죠. 눈 크게 뜨고 목소리 달뜬 걸 보니 깜짝한 듯싶었어요.
“응.”
마땅히 그리할 일인지라 거리낄 게 없었습니다. 흔한 높이로 짧게 대답했죠.
“역시, 아빠는 경험이 많아서 잘하는구나.”
허, 이것 칭찬 맞죠. 기쁘네요. 친구로 지내려 애쓴다지만 벗 머리가 굵어질수록 쉽지 않았습니다. 말 주고받다가 서로 상처를 주거나 입기도 했죠. 토라져 입 다물기도 했고.
‘험한 말 새되게 하지 말자’고 다짐하며 애썼지만 나는 그다지 고분고분하지 않은 성싶습니다. 내 말에 상처 입은 벗으로부터 “직업 때문인 것 같다”는 말을 듣기도 했죠. 솔직한 말을 너무 곧바로, 특히 곧이곧대로 들이댄다는 것.
곰곰 돌이켜 ‘바꾸자’고 다짐하며 애썼지만 나는 여태껏 고분고분하지 않은 성싶습니다. 쉽지 않네요. 아빠 구실을 제대로 하고 있는지도 잘 모르겠고. 어깨 높이를 더욱 나란히 하려 애써 볼 따름입니다.
“아버님은 어느 팀을 좋아하시냐?”
벗이 고교 2학년일 때 담임 선생이 ‘내가 좋아하는 야구팀’을 물었답니다. 나는 한 야구팀을 좋아한다기보다 몇몇 선수를 응원할 뿐이라고 말하죠. 믿거나 말거나.
“타이거즈요. 엄마는 ‘베어스’를 좋아해요.”
“너는 ‘와이번스’ 좋아하잖아.”
“예.”
“어~떻게 그럴 수가 있냐? 우리 집에선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야!”
하하하. 이 얘기 들려주던 벗과 함께 웃었습니다. 속마음으론 그 담임 선생 덕에 벗이 ‘타이거즈’를 두 번째 손가락에 꼽을 개연성이 높아졌을 거라 믿으며. 밑도 끝도 없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