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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 짓는 은용이 Mar 31. 2021

끝나지 않은 KT CEO 리스크

보도와 논평 사이

 범죄 혐의가 있어 검찰로 넘어간 피의자 회장으로부터 같은 의심을 산 사장에게 경영 바통이 이어졌다. 말 못할 앞뒤 사정과 까닭이 제아무리 많다 하더라도 이를 상식(常識) 안쪽 흐름으로 읽기는 어렵지 않나.


끝나지 않은 KT CEO 리스크


국회에 불법 정치자금 후원한 혐의 여태 그대로

검찰, 조사 마쳤음에도 2년째 꿩 구워 먹은 소식


By Eun-yong Lee


 지난 3월 28일 KT 새 노동조합이 ‘구현모 사장 2020년 경영평가 보고서’를 내놓았다. 구 사장 임기 첫 해인 2020년 치 매출·이익과 윤리경영·노동인권·지속가능경영 여부를 살펴 A부터 F까지 평가했는데 ‘D’에 지나지 않았다는 것.

 실제로 KT 2020년 매출은 23조9167억 원으로 2019년(24조3420억 원)보다 4253억 원(1.7%↓) 줄었다. 영업이익은 1조1841억 원으로 2019년(1조1595억 원)보다 2.1% 늘었다. KT 새 노동조합의 CEO 경영평가위원회는 이런 결과가 경쟁사인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에 견줘 “격차가 두드러진다”고 봤다. 이동전화 가입자가 줄었고, 초고속 인터넷 고객 수마저 나아지지 못한 점을 함께 짚었다.


KT 새 노동조합 CEO 경영평가위원회 보고서 매출 부문


 새 노동조합은 경영평가 ‘D’를 바탕으로 삼아 3월 29일 KT 이사회에 공개 질의서를 내 실적 부진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 물었다. 특히 2014년 7월부터 2017년 9월까지 3년 2개월 동안 국회의원과 입후보자 99명에게 4억3790만 원을 불법 후원한 사건의 흐름을 물어 눈길을 끌었다.

 사건은 어디로 얼마나 흐른 걸까.

 꿩 구워 먹은 소식이다. 2019년 1월 17일 경찰이 황창규 전 KT 회장과 구현모 사장을 비롯한 전·현직 임원 7명에게 ‘기소 의견’을 달아 검찰에 넘겼지만 (송치) 2년 2개월째 조용하다. 검찰은 진즉 피의자 조사를 마쳤음에도 움직이지 않았다.

 사건이 검찰로 넘어갔지만 공소가 제기되지 않았으니 구현모 사장은 피의자 상태. 범죄 혐의가 있어 입건돼 공소 여부를 기다리는 것. 구 사장은 이 사건 공소와 재판에 따라 책임질 일이 드러나면 KT 사장 자리를 내놓기로 약속했다.

 약속한 지 이미 1년. 검찰이 2년 넘게 조용한 바람에 이른바 ‘CEO 리스크’가 여태 이어졌다.


2019년 2월 15일 ‘KT광화문빌딩East’ 앞 길정순 씨 천막 농성장. 그는 KT 경영진 일부를 상대로 명예회복과 대리점 피해 보상을 요구하며 2016년 8월부터 농성했다.


 지난 2019년 2월 한 피의자는 ‘자의로 퇴직했는지’를 묻는 기자에게 “자의일 수 있겠느냐”고 되물으며 “(KT와는 관계를) 작년에 다 끊었고, 그쪽에서 끊었다”고 말했다. 그와 황창규 전 회장은 경찰 조사에서 진술이 엇갈린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다른 피의자도 “(회사에서) 수사 대상이 된 걸 퇴직(할) 이유로 대기에, 그렇다면 (함께 조사 대상이 된) 황창규 회장과 구현모 사장은 왜 가만히 있고, 나만 그만두게 하느냐고 내가 반발했다”고 밝혔다. 황 전 회장과 구 사장에게도 책임이 있다는 주장으로 들렸다.

 황창규 전 회장은 그러나 사건 관련 보고를 받은 적 없고 후원 사실도 몰랐다고 주장했다. 그가 몰랐다면 구현모 사장에게 더 큰 책임이 갈 개연성이 있다. 검찰은 여전히 고요하다. 


2020년 4월 6일 오후 KT 광화문지사. 뒷 건물이 새로 지은 'KT광화문빌딩EAST'이고, 앞 건물은 '빌딩WEST'로 옛 사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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