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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 짓는 은용이 Jun 22. 2021

그대로 믿어 주기 힘든 우본 ‘우수 공무원’ 추천

By Eun-yong Lee

 A는 지금 서울 시내 한 우체국 국장이다. 4급 서기관. 우체국을 품은 우정사업본부(우본)뿐만 아니라 중앙행정기관에서도 일했다. 박근혜 정부 때인 2016년 12월 31일 우본에서 맡은 일 경쟁력을 높였고 관리 체계를 안정화했다는 칭찬 속에 ‘우수 공무원’으로 추천돼 대통령 표창을 받았다.

 그를 우수 공무원으로 추천한 건 우본 운영지원과. 2016년 11월 2일 우정 공무원 108명을 칭찬하고 상을 주라며 미래창조과학부(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요청할 때 A도 포함됐다. 대통령 표창을 받을 만하다는 여덟 사람 가운데 하나였다.

 한데 상 받을 날을 앞두고 사달이 났다. 그해 12월 19일 대전둔산경찰서로부터 A의 폭행죄 수사를 시작했다는 알림이 우본 감사담당관실로 온 것. 길거리에서 처음 보는 사람을 때린 혐의였다.

 ‘2016년 정부포상 업무지침’에 따라 추천을 거둬들여야 하는 흐름. 우본 운영지원과는 그러나 별다른 움직임 없이 애초 추천한 대로 A가 표창을 받게 했다. 하여 운영지원과에서 잘못한 책임을 졌을까.

 그해 12월 포상을 앞두고 감사담당관이 김기덕 8대 우정사업본부장에게 ‘둔산경찰서의 A 수사 개시 통보’를 보고했다. 보고할 때 운영지원과장이 함께 있었기 때문에 감사담당관은 스스로 “운영과에 전달한 건 맞다”고 여겼다. 그는 2019년 1월에 있었던 감사원 감사에서도 “본부장에게 보고할 때 운영지원과장이 배석했기 때문에 별도로 통지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고 말했다.

 운영지원과장은 감사원 감사가 시작되기 14일 전인 2018년 12월 31일 퇴직했다. “(운영지원과장) 본인은 (감사담당관실로부터 수사 개시 알림을) 받았다고 인정했다”는 증언이 있었지만 따로 확인하거나 책임을 물을 수 없게 된 것.

 22일 김기덕 전 우정사업본부장은 “연말 표창이 수백 명 되는데 본부장 입장에서는 한 사람 한 사람 (결격 사유가 있는지를) 일일이 볼 수 없다”며 “전혀 기억이 없다. 직원이 3만 5,000여 명이나 되고 수사 개시 보고도 수시로 받기 때문에 (A 폭행 사건 수사 개시 관련 보고를 받고 포상 추천 철회를 따로 지시한) 기억도 없고 하지도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술 한잔 먹고 그렇게 잘못한 것 같아요.”

 둔산경찰서 수사 담당자 말. A 사건을 “단순 폭행”으로 보고 “피해자의 (처벌) 의사 표시가  없어서 공소권 없음으로 불기소 처분”했다고 전했다. “그 당시는 불기소 사건이라도 입건되면 검찰로 송치”했는데 “검찰에서도 반의사불벌죄니까” 같은 내용으로 “종결됐다”고 덧붙였다.

 대전지방검찰청 정보 공개 과정에서도 같은 내용이 확인됐다. 사건 종결 일자는 2016년 12월 30일. A가 대통령 표창을 받기 하루 전이었다. 그때 그렇게 끝난 이야기일까.

 아니다. 2017년 4월 7일 중앙징계위원회가 A 행위를 “견책 상당 징계로 엄중 문책해야” 한다고 봤음에도 “(2016년) 우수 공무원으로 선발된 공적과 (2014년) 장관 표창을 받은 공적이 있는 점 등을 감안해 불문경고로 의결”했다. 잘못을 캐묻거나 꾸짖지 않고 앞으로 조심하고 삼가도록 주의를 주고 만 것.

 특히 중앙징계위원회가 그리 의결한 까닭 가운데 하나가 ‘2016년 12월 31일 대통령 표창’이어서 눈길을 끈다. ‘2016년 정부포상 업무지침’에 따라 추천을 거둬들여야 했던 표창. 받을 자격 없던 대통령 표창이 징계를 갈음하는 데 보탬이 됐다. 우본 쪽에선 “징계위에서 본질적으로 살폈어야죠. (징계) 감경 사유가 안 되는 걸 (표창) 날짜만 봐도 알 텐데” 그걸 놓치고는 힘 없는 우본만 닦달했다는 볼멘 소리가 들렸다. 중앙징계위원회에도 일말의 책임이 있다는 뜻. 여기저기 물 샌 틈 많았던 가운데 A만 웃은 셈이다.

 “이미 감사원 감사로 종료된 사건인데요.”

 징계를 피한 A 사건을 취재하면서 우본 관계자들로부터 가장 많이 들은 말. 감사로 “마무리된 일”을 왜 들쑤시느냐는 듯 성가셔 한 이도 있다.

 그에게 되물었어야 할까. “우본에선 길거리에서 처음 본 사람을 때려도 공적이 많으면 우수 공무원인 것 맞느냐”고. “철회했어야 할 까닭을 덮을 만큼 공적이 많아 표창한 것이냐”고. 실제로 지금 서울 시내 우체국장인 A에겐 ‘2016년 12월 31일 대통령 표창’ 기록이 고스란하다. 


2019년 4월 감사원 감사 보고서
2019년 4월 감사원 감사 보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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