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글 짓는 은용이 Feb 20. 2022

충정

2022년 이월 20일 이은용 드림(사진은 2007년 칠월 23일)

 최근 ━ 2007년 구월 ━ 영화 <화려한 휴가(감독 김지훈, 제작 기획시대)> 관객 수가 700만 명을 넘어섰다. 1980년 5월 광주에 사무친 '5·18 광주 민중 항쟁의 아픔'이 스크린을 통해 21세기 관객 가슴에 되살아난 것.

 본디 영화라는 게 보는 이에 따라 여러 갈래 감상을 불러일으키게 마련이지만 '5·18과 8·15가 헷갈리는' 두 젊은이를 두고 많은 누리꾼이 인터넷 댓글 공방을 벌였다. 또 "아무리 군인들이 명령에 죽고 살지만 형제와 같은 자기 동포에게 총을 겨눠서 무차별 사격을 하는 이것(영화 속 장면)은 허구가 너무 치나치다"며 "픽션도 아니고 차라리 코미디"라는 전사모(전두환을 사랑하는 모임) 회장의 발언에도 네티즌 간 설전이 이어졌다.

 '어찌하다가 우리 국민이 이토록 역사를 알지 못하고, 진실을 외면하게 됐는지'를 탄식하는 이로부터 '광주에 갔던 진압군도 피해자'라는 안타까움까지 인터넷을 물들였다.

 인터넷을 달군 댓글 공방의 한 축에 육군 20사단도 있다. 이 부대는 1980년 5월 21일부터 29일까지 광주에서 이른바 '충정작전'을 수행했다. 작전에는 총(M16)과 함께 물푸레나무나 박달나무 진을 뺀 뒤 물로 삶아 말려 단단해질 대로 단단해진 '충정봉'이 쓰였다. '충정(忠情)'이란, 충성스럽고 참된 정. 대개는 그 말에 애국 애족하는 마음이 담긴다. 그러나 1980년 5월 '충정작전'에서는 총탄과 '충정봉'이 엉뚱한 곳에 내리박혔다.

 그로부터 9년 뒤인 1989년 5월, 한 젊은이가 20사단에 입대했다. 이후 그 젊은이는 여름 뙤약볕을 벗 삼아 '충정봉'을 들고 소요진압 훈련을 했다. 때로는 땅바닥에 '충정봉'을 'ㅣ'자로 내려놓은 뒤 그 위에 깍지를 낀 채 느릿한 "하나, 둘" 구령에 맞춰 팔굽혀펴기를 해야 했다. 그 고통 사이로 들려오던 선임하사의 말, "너 같은 X들 때문에 20사단이 광주에 가서 사람 죽이고 욕 먹었다!" 그리하게 만든 자는 따로 있는데, 전두환과 노태우 따위였는데, 엉뚱한 사람들끼리 다퉜다.

 광주의 고통은 국토 어디에나로 퍼졌고, 영화와 인터넷을 통해 현재로 이어졌다. 미래는? 진정한 '충정'에서 열린 공간(인터넷)으로 나와 '역사 올바로 세우기'에 나서는 누리꾼 몫이다.

By Eun-yong Lee


매거진의 이전글 승강기, 장관, 벽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