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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 짓는 은용이 Feb 06. 2022

승강기, 장관, 벽

2022년 이월 6일 이은용 드림(사진은 2007년 사월 2일)

 승강기(엘리베이터) 안은 참 묘하다. 누구와 함께 타고, 주변에 누가 있느냐에 따라 알던 사람의 낯이 설거나 더욱 가깝게 느껴진다. 정보통신부와 KT 사무실이 들어 있는 서울 종로구 세종로 100번지 건물에 승강기 여섯 대가 있는데, 이따금 그 안이 오묘하다.

 예를 들어 노준형 정통부 장관과 13층에서 조우해 손을 맞잡고는 그대로 1층까지 내려갔다고 치자. 중간에 정통부 공무원뿐만 아니라 KT 직원과 방문객까지 승강기 안으로 들어올 텐데 손을 놓아야 할까, 아니면 계속 잡고 있어야 할까. 세종로 82-1번지에서도 비슷한 장면이 김명곤 문화관광부 장관과 연출될 수 있다. 장관실이 3층이어서 손을 잡고 말고 할 시간이 없겠지만 승강기에서 김 장관을 우연히 만날 가능성이 크다.

 사실 국무위원(장관)과 승강기를 함께 타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특히 장차관용 승강기가 따로 마련된 정부과천청사에서는 실현될 확률이 거의 0%다. 장차관을 우연히 만나는 게 뭐 그리 대수로운 일일까마는, 1961년 박정희 소장이 현 문화부 장관실을 국가재건최고회의 의장실로 사용하던 때와는 분명 다르다. 감히 어느 안전이라고! 아예 건물 벽 너머로 고개를 내밀 수조차 없었을 것이다. 1963년 김유택 경제기획원장이 그 집무실을 이어받았을 때에도 서슬 퍼렇기는 마찬가지였겠고.

 높디높던 벽이 많이 낮아졌고, 계속 낮아진다. 문화부와 정통부에서는 아예 무너질 모양이다. 김명곤 장관이 젊은 블로거를 만나고, 노준형 장관이 정보화 소외 계층을 찾아가 교육하기도 한다. 벽이 낮아진 결과일까. 지난 (2007년 2월) 7일에는 두 기관이 192억 원을 들여 '디지털 크리처(creature) 제작 소프트웨어 개발 과제'를 함께 수행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벽은 힘이 센 사람이 밀어야 쉽게 무너지게 마련. 김명곤·노준형 장관이 '콘텐츠 진흥을 누가 할 것인지'를 둘러싼 갈등의 벽을 무너뜨릴 수는 없을까. 현대 건축에서 벽은 큰 의미를 잃었다고 한다. 참여 정부도 지난해(2006년) 7월 고위공무원단을 만드는 등 부처 간 벽을 허물기 위해 팔뚝에 힘을 더해 왔다. 문화부·정통부가 '어느 학교를 나와 언제 고등고시에 합격했는지를 묻는 벽'까지 앞서 무너뜨릴 수는 없을까.

By Eun-yong 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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