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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 짓는 은용이 Apr 05. 2024

[논평] SPC 허영인 감싼 매체, 언론 자질 없다

전국언론노동조합 민주언론실천위원회

 

 5일 SPC 회장 허영인 구속을 두고 ‘초유 경영 공백’과 ‘사법 리스크 현실화’로 ‘글로벌 진출 난항’이 걱정된다는 매체가 있다. 여럿이다. SPC가 해외로 가려면 “강력한 리더십이 필요한데 이번 허 회장 구속으로 K베이커리 글로벌 확장세에 브레이크가 걸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더니 급기야 “해외 시장에서 K푸드 영향력을 키울 ‘골든 타임’을 놓칠 수 있다는 얘기”라고 보도했다.


 세계 진출 어려움을 ‘관측’하고 ‘전망’하며 걱정이 쏟아졌다는 스트레이트 기사를 ‘일각’이나 ‘업계 관계자’ 같은 익명으로 전하니 참으로 부박한 보도 아닌가. 기자야 그리 쓸 수 있겠으되 게이트키퍼까지 같은 꼴이라면 참으로 기본 없는 매체다. SPC가 이 매체에게 광고를 얼마나 주는지 모를 일이나 광고주 입장에서도 참으로 쑥스러운 꼴 아닌가.


 사회 공기여야 할 언론은 SPC 허영인이 아닌 시민과 노동자를 바라봐야 한다. ‘허영인 없는 SPC 사법 리스크’보다 SPC에서 땀 흘리는 노동자를 더욱 주의 깊게 살피라는 얘기다. 당신이 올곧게 취재하며 공익을 위해 공정히 보도하는 것으로 믿는 시민이 아직 있다. 이를 잊었다면, 알고도 외면했다면 당신에겐 언론 자질이 없다. 붓을 놓고 떠나라. 홍보 대행업으로 할 일을 바꾸는 게 나을 터다.


 지난 2017년 6월 한겨레 보도처럼 동네 어귀 SPC 계열 제빵 노동자는 “케이크가 부족하다”는 회장 말마디에 새벽에 출근해 빵을 만드느라 점심 거르고 화장실 갈 시간도 없이 일했다. 지난 2022년 10월 경인일보 보도처럼 SPC 계열 평택 공장 노동자는 동료가 사망한 곳에서 내내 일해야 했다. 안전한 일터를 만들지 않아 중대 재해를 빚은 허영인에게 더욱 무거운 책임을 물어야 할 까닭을 찾아 밝히진 못할망정 부당노동행위 혐의로 구속된 자를 두고 “글로벌 진출 난항” 운운할 일인가.


 언론이 본디 해야 할 일을 무겁게 되새길 때다. 공정 보도로 공익에 이바지하는 것. 신문과 통신과 방송엔 주식을 많이 가진 자가 제멋대로 욕심을 채울 틈이 없어야 한다. 틈을 막아 낼 생각이 없다면 당신에겐 언론 자질이 없다.


2024년 4월 5일

전국언론노동조합 민주언론실천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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