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벌레가 쏘아 올린 밤중 다툼
결혼하기 전, 부부싸움은 사소한 걸로도 자주 일어난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이를테면, 치약을 끝에서부터 짜는지 중간부터 짜는지 같이 한없이 하찮은 것들. 그때 난 생각했다. 그런 치약 문제로 싸울 거면, 짜서 쓰는 치약이 아니라 펌핑해서 쓰는 치약이나 고체 치약을 쓰는 해결책이 있다고. 짧게는 이십몇 년, 길게는 그보다 훨씬 더 오랜 세월을 각자의 스타일로 살다가 한집에 살게 되는데 어찌 작은 부분 부분이 다 일치하겠는가. 결혼을 했으면, 어느 정도는 받아들이고, 어느 정도는 양보하고, 또 어느 정도는 내가 변화하기도 해야 한다고 여겼다.
이론적으로는 반박의 여지가 없는 생각이었다. 그러나 현실은 이론과 다를 수밖에 없다는 걸, 역시나 살아가면서 느낀다.
어제는 아기를 재우고 남편이랑 거실 테이블에 마주 앉아 보드게임을 했다. 협력 게임인지라 둘이 같이 재미있게 게임을 즐겼다. 시간이 늦어서 자러 들어가기 위해 정리를 하는데 작은 날벌레가 테이블을 기어 다녔다. 그냥 내가 잡아도 됐는데(지금 생각해 보니 정말 그럴 걸 그랬다...), 남편에게 벌레가 있다고 말했다. 남편은 검지손가락으로 벌레를 꾹 눌러 잡더니, 그 벌레가 묻은 손가락을 엄지로 탁 튀기며 벌레 사체를 바닥으로 버렸다. 내가 정색을 하고 말했다. 그걸 왜 바닥에 버리느냐고, 주워서 휴지에 싸서 쓰레기통에 버리라고. 남편은 작아서 안 보인다고, 괜찮다고 말했다.
나는 괜찮지가 않았다. 막 기어 다니며 뭐든 다 입으로 가져가는 아기도 있는데, 아무리 작아도 벌레를 그렇게 바닥에 버린다는 게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래서 굳은 표정으로 더 말했다. 그래도 빨리 찾아서 주워 버리라고. 남편은 찾는 시늉도 하지 않고, 다음부터는 그렇게 하겠다고만 했다.
이번 일이 한 번이라면 나도 그쯤에서 그쳤을지 모르겠다. 그러나 나는 결혼 이후 늘 남편의 정리 및 위생 습관에 대해 불만이 있었다. 남편은 옷장 서랍이나 부엌 찬장 등을 열면 절반의 확률로 그것을 다시 닫아두지 않는다. 조금씩 혹은 활짝 열려있는 서랍과 문들을 닫는 건 내 몫이다. 다음날 입을 옷이나 방금 갈아입은 옷을 바닥에 던져두는 것도 마음에 들지 않는다. 옷걸이에까지 잘 걸어두지는 못하더라도, 소파나 테이블에 걸쳐둘 수 있는 것 아닌가. 일일이 잔소리하는 것도 못할 짓이어서 나도 흐린 눈을 하거나, 여유되는 대로 내가 개어서 소파 위에 둔 적도 부지기수다. 그리고 내가 정말 가장 이해 안 되는 것은, 소파에 누워서 초콜릿이나 사탕 같은 것을 까서 먹고는 그 껍질을 또 바닥에 휙 던져버리는 것이다. 이건 도저히 참을 수가 없어서 몇 번 이야기를 했고, 남편도 나름 조심하고는 있다. 설거지의 경우도 남편이 기꺼이 자주 하지만, 남편이 씻은 그릇에는 높은 확률로 눌어붙은 밥풀 같은 음식 잔여물이 남아 있다. 이런 예시를 정말 수십 수백 개도 더 쓸 수 있지만 이쯤 하겠다.
아무튼 이번 날벌레 사건도 같은 맥락이다. 바닥에 아무거나 휙휙 던지는 습관, 그리고 작은 이물질이나 먼지는 그냥 원래 인간과 함께 공존하는 것이니 일일이 다 치우는 건 가능하지도 않고 그럴 필요도 없다는 인식.
백번 양보해서 남편의 저런 생각이 틀린 건 아니라고 받아들일 수 있다. 남편은 그런 식으로 평생 별문제 없이 살아왔을 테니 말이다. 그렇다고 내가 유별나게 깔끔하거나 내가 잘못된 정리 및 위생 관념을 가지고 있는 것도 결코 아니다. 그저 다를 뿐이긴 하다. 안다. 그러나 같은 공간을 공유하고 사는 이상, 그것도 돌도 안 된 아기가 있는 이상, 내 기준만을 완벽히 맞추지는 않더라도 남편이 본인 기준보다는 위생과 정리에 조금은 더 신경 써주길 바란다는 내 뜻을 여러 모양으로 여러 차례 밝혔다.
그래서 어젯밤, 날벌레를 잡아서 바닥에 버리고, 거기에 기겁하는 내 의견을 가볍게 흘려보내는 남편에게 화가 났다. 단순히 위생과 정리의 문제가 아닌, 나에 대한 배려가 부족한 문제라고 생각됐던 것이다. 난 내가 이해되지 않으나 남편이 중요하게 여기는 몇몇 부분들에 대해서 신경 써서 배려를 하는데, 남편은 그렇지 않은 것 같았다. 이런 부분도 어제 같이 말을 했다.
그러자 내가 별것 아닌 걸로 잔소리를 한다고 여긴 남편 역시, 짜증을 억제하려 노력은 했으나 완벽히 감추지는 않는 말투로 항변을 했다. 그렇게 작은 벌레는 없는 거나 마찬가지고, 본인은 그것이 그렇게 더럽거나 불쾌하게 생각되지는 않는다, 그러나 네가 그렇게까지 싫어하는 줄 이제 알았으니 다음부터는 조심하겠다, 그러니 이제 그쯤 해라, 이런 말들.
남편이나 나나 언성을 높이거나 감정적으로 치닫는 성격은 아니기에 언쟁은 그쯤에서 마무리 됐다. 허나 분위기는 냉랭했다. 어젯밤에 이어 오늘 아침까지도. 그렇다고 말도 안 섞는 건 아니고 적당히 각자 자기 마음 추스르고 있고, 아마 이게 심각한 앙금으로 남지는 않을 듯하다.
그러나 한숨이 나는 건 어쩔 수가 없다.
나는 미니멀리스트이고 깔끔한 걸 선호하는데, 남편은 버리는 걸 못하는 맥시멀리스트에 정리 및 깔끔과는 영 거리가 멀다. 결혼 전에도 약간은 알고 있었는데, 같이 살아보니 이게 다양한 시점에 다양한 방면으로 자주 걸린다.
그리고 이런 차이보다도 더 한숨 나는 부분은 이런 거다. 나도 결국 사소한 걸로 부부싸움 하는 사소한 인간인 것인가. 결혼 전에 내가 생각한 건, 현실을 모르는 순진한 이론가의 허상일 뿐이었을까.
어떻게 하면 더 현명한 부부생활, 가족생활을 할 수 있을까.
아마 뾰족한 수가 있다기보다는 끊임없이 자기 수양을 이어가야 하겠지. 정리 잘 안 하고, 바닥 더러운 것도 신경쓰지 않는(혹은 괜찮다고 여기는) 남편 말고, 아기랑 행복하게 잘 노는 남편, 문학에 조예가 깊은 남편, 생각이 독창적인 남편, 필름카메라로 우리 가족의 아름다운 순간들을 열심히 담아내는 남편을 더 생각하며 감사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