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윽하게 다정하게

2주 휴가를 보내는 방법

by 정은유


아기다리 고기다리~ 2주 휴가가 내일부터 시작이다. 드디어 이날이 왔다.


휴가 전날 밤 제일 먼저 한 일은 바로 이것. 이것부터 해놔야 진짜인 거 같지. 바로, 알 람 끄 기. 모닝콜로 시작해서 출근하고 나서까지도 울리는 알람이 예닐곱 개는 된다. 얘네들 싹 다 꺼버렸다. 으아, 후련하다!

그리고, 꺼져있던 것 중 하나를 켰다. 평소 나 때문에 일찍 깨는 아들 위해 살짝 늦게 맞춰둔 아들 깨우기용 알람, 이거 하나면 끝. 나 진짜 내일부터 새벽같이 안 일어나도 되는 거 맞지!



이번에도 특별한 계획은 없다. 아이 어릴 땐 쉬는 날 어디라도 데리고 다녀야 부모 역할 하는 것 같아서 소소하게라도 일정을 짜는 편이었다. 워킹맘이라면 다 그렇듯 나 역시, 모든 휴가 일정은 아이 중심이었는데, 초등학교 졸업하고부터는 같이 한 게 없는 것 같다. 보고 싶은 영화가 있어서 극장 가자고 졸랐다가 거절당한 게 몇 번인지. 남편은 있어도 없는 것 같은 존재이고, 아들마저 친구 아니면 컴퓨터와 놀지 나랑은 놀아주지 않은지 오래되었다.


혼자 놀러 다니는 것에도 흥미가 없다. 편한 사람이랑 도란도란 취향 나누는 거 좋아하는 스타일이라 홀로 어디 가봐야 즐기지 못한다. 이래저래 언제부턴가 ‘지독한 집순이’가 되어버렸다는 얘기를 이렇게나 장황하게 해 버렸네. 뭔들 어때, 휴가가 2주인데 그 자체로 따봉이지!



내일부터 할 수 있는 것들을 생각해 보고 있다.

일단 시간 위를 느리게 걸어볼 수 있을 거고, 격렬하게 아무것도 하지 않을 자유를 누릴 수도 있겠지.

아침이면 천천히 커피를 내리고, 점심은 오로지 날 위해 소박한 밥상도 차려보고, 오후엔 밀린 독서도 좀 하면서 일상의 아주 작은 모서리들에서 그윽함을 발견할 참이다. 서두르지 않고 나에게 다정한 시간들로 하루하루 채워가는 것. 이거면 충분하다 말하고 싶다.


그윽하고 다정하게 -

10일간의 휴가를 맞이하는 자세로 어떤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