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성 ㄴㅇ

오늘은 빨리 마쳤습니다

by 정은유


월요일이었나 오후에 갑자기 시끌시끌하는 소리가 들렸다. 대부분 그렇겠지만 나 역시 누가 부르는 거 아니면 관심 두지 않는데, 소리가 점점 다가오는 것이 무의식 중에 고개를 돌리게 되었다.


인사부장님이 웬 나이 지긋해 보이는 남자분과 함께 우리 부서 공간으로 들어왔다. 딱 보니 ‘신입사원’ 오셨구나 싶었다. 아니나 다를까 그분에 대해 소개하는데, 한 분야에서 29년 일한 베테랑이라면서 잘 부탁한다고 했다. 아니, 이 경력이시면 우리가 잘 부탁해야 하는 거 아닌가, 더구나 OO 부인데 하며 속으로 살짝 웃었다.


서서 인사 나눈 시간 고작 1분 내외. 찰나의 만남 이후 불쑥불쑥 그분 생각이 났다. 근무하는 층이 달라서 일부러 찾아가지 않으면 얼굴 볼 일 없을 거라 잠깐 이러고 말겠지만, 온통 낯선 환경과 낯선 사람들 속에서 잘 적응하실지 괜한 걱정이 들었다. 얼핏 보아도 50대 중반은 되어 보이는 것 때문이었다.


이후에 그분에 대해 여러 정보들이 공유되었다. 나이 57세, 동종업계에서 작년에 명예퇴직했다고 한다. 역시 연륜 있어 보이더라니, 명퇴하고 재취업에도 성공하시고 멋있다 싶었으나 이내 본디의 내 걱정으로 돌아와서...


57의 나이에 아무 직책도 없이 직급으로만 대우받는 일반 스탭으로 입사하기까지 어떤 결의와 포부가 있으셨을까. 내가 뭐라고 남의 생각을 함부로 헤아릴 마음은 없다. 그럴 여유도 없고. 다만, 그분이 몸담게 될 부서와 깊은 관련이 있는 부서 직원으로서 앞으로의 상황들이 충분히 예상되기에 이 대목에서 걱정 아닌 걱정이 되는 거다.


법정 정년 3년 남겨놓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기로 마음먹은 그 과정 어딘가에 나이에 대한 부담은 없으셨을지, 감히 짐작하건대 아주 없진 않으셨을 거 같다.


왜 아닐까, 남자 평균 명퇴 연령이 50세가 채 안 되는 이 시기에 57세까지 현역에 계셨으면 오래 버틴(?) 편이다. 그런데, 얼마 못 가 같은 분야에 다시 뛰어들었으니...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말을 그분께 선물해 드리고 싶다. 기회가 닿으면 박힌 돌이 굴러온 돌을 향해 반가운 환영의 말씀도 한 마디 드리고 말이지.






언제부턴가 누군가 내 나이를 물으면 바로 답이 나오지 않는다. 상대방에게 옛날 나이? 만 나이? 뭐로 답해야 하나 싶어서이고, 정말로 끝 숫자가 X 인지 X 인지 헷갈리기도 한다. 만 나이 체제로 바뀌면서 계산 회로가 살짝 고장 난 것 같다. 그도 아니면 나도 모르는 무의식에서 잊고 살기로 한 건지도... 아무튼, 나이 얘기만 나오면 움츠려드는 일인, 여기요~.


나이 가지고 소심해질 때마다 OO부의 신입사원 OOO 수석부장님을 떠올려야겠다. 그 나이에도 다시 일하겠다고 일도 많고 탈도 많은 회사에 뛰어드셨는데, 내가 이러면 안 되지. 살아있는 오늘이 내 남은 인생에서 가장 젊은 날임을 잊지 말기로 하며 오늘의 글쓰기도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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