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was my day?

숨이 차다 못해

by 정은유


일명 멘붕이 심하게 올 때 내뱉는 표현이 있다. “여긴 어디, 나는 누구?”

표현만 보면 웃긴데 볼수록 씁쓸해지는 말 같다. 얼마나 현실 부정이 하고 싶으면 이런 말을 내뱉을까.

오늘 내 상태가 딱 이렇다. 퇴근해서 집에 왔는데 몸만 오고 정신은 아직 사무실 모니터 앞에 있는 듯한 느낌이다. 누가 내 정신 좀 집으로 보내주세요.


“바빴다”라는 말로는 부족하다. 바쁘면 그만큼 속도를 내면 된다. 그래도 안 끝날 거 같으면 우선순위 정해서 할 수 있는 만큼만 하면 된다. 단순히 바쁜 정도로 멘탈이 들락날락하지는 않았을 거다. 팀에 휴가자가 둘이었던 데다가 처음 겪는 이슈들이 폭죽놀이하듯 뻥뻥 터졌다. 하하하하... 그저 웃지요.

중요한 문제들은 일단 수습한듯하여 퇴근길 지하철에 몸을 실었다. 중간에 운 좋게 빈자리가 나서 앉을 수 있었다. 벅찬 하루였으니 집 가는 동안 숨 좀 고를까 하며 진정하는 중에, 오 마이갓! 하루 종일 속썪이다 겨우 끝낸 건에서 새로운 문제가 발생했음을 알았다. 하하하하 & 하하하하... 그저 웃은 거 취소요

내일 고객에게 전화해서 오늘 송금한 환급금을 돌려달라고 해야 한다. 많은 액수의 보험금을 받았으니 설마 자투리 환급금은 쉬이 줄 거 같긴 한데, 휴... 고객님 미리 죄송합니다.

오늘의 글감인 ‘숨이 차다’는 건 대체로 운동을 심하게 하거나 할 말이 입안에 가득 고여 무슨 말부터 꺼내야 할지 모를 때의 느낌일 거다. 나는 오늘 달리기는커녕 맘 편히 걸어보지도 못했고, 대화다운 대화도 제대로 나눈 기억이 없다. 그런데 이미 넘치게 숨이 차다. 이렇게도 숨이 찰 수 있다는 걸 몸소 실천한 하루라니, 얼른 불 끄고 누워야겠다.

오늘 정은유의 일상은 호흡소진으로 조기 마감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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