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랑하는 시간, 오후 네 시

당신의 하루는 어떤 빛깔로 물들고 있나요?

by 정은유


나는 하루 중 몇 시를 좋아할까 생각해 보았다.


아침은 절대 좋아할 리 없다. 거의 매일 수면 부족 상태로 일어나니 말이다. 점심 무렵은 사무실 밖에서 밥 먹고 수다 떨다 들어오기 바빠서 좋아하고 말고의 감정이 없는 것 같다. 맛있는 거 먹을 때 기분 좋은 거랑은 별개다.


그럼 밤인가. 저녁형 인간이니 자연스러운 현상이긴 한데, 밤을 좋아하기엔 체력이 예전만 못해서 좋아해 봐야 즐길 수가 없다. 쓰고 보니 좀 슬프네. ^^ㅜ

이래저래 따져본 결과, 늦은 오후인 네 시경이 좋아하기 안성맞춤의 시간인가 보다.

오후 네 시, 널(?) 사랑하기 위한 탐색을 시작해 볼게.




아침에 업무 시작해서 오후에 마치는 직장인에게 오후 네 시를 한 단어로 표현하면 ‘과도기’라 할 수 있을 것 같다. 분주했던 이전의 소음들이 잦아들고 긴장 상태였던 영혼의 날카로움도 함께 무뎌지는 시간. 식었거나 혹은 녹아버린 커피잔을 비우고 한 잔 더 마실까 말까의 고민이 필요한 시간. 오후 네 시는 그렇게 지나간 것은 빨리 정리하고 다가올 새 저녁을 어떻게 맞이할 거냐고 묻는 스케줄러다.


오늘 금요일, 내일은 주말.

아까 네 시에 뭐 했나 떠올려 보니 OO 은행의 갑작스러운 전산장애로 업무처리에 문제가 생겼을 때다. 우리한테 문제 있는 줄 알고 엄한 곳만 살펴보다가 5시 10분 전에야 겨우 송금할 수 있었다. 처리해야 할 게 1건뿐이었으니 그나마 다행이었다. 뒷정리 좀 하고 보니 어느새 퇴근 시간. 오늘의 오후 네 시는 우왕좌왕 그 자체였구나. 예측 불가의 삶 속에 실은 이런 날도 많다는 것.




빛이 가장 부드러워져서 마법 같은 시간대로 불린다는 오후 네 시를 제대로 사랑해 보기로 했다.

분주했던 낮의 굴레를 벗고 잠시 숨을 고르며 다가올 저녁의 고요를 기대하게 하는 여백. 이 짧은 과도기 속에서 내일을 위한 새로운 에너지를 찾고 오늘을 제대로 매듭짓는 지혜를 발견하는 일상이기를 소원한다.


당신의 하루는 지금 어떤 빛깔로 물들고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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