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쓰는 편지
이럴 줄 알았다.
아무것도 쓰지 못하고 빈 화면만 멍하니 보고 있을 줄 알았다.
(이 두 줄 쓰는 데도 하루 종일이 걸렸다. 나에게 쓰는 편지가 쉬울 리가 없지. 아 모르겠다, 뭐라도 써보자 일단.)
정은유에게
안녕~ 오늘 하루는 어땠어? 이번 주 들어서 오늘이 제일 덜 바쁜 거 같던데 마음 쓰이는 일들은 잘 해결되는 건가 모르겠네. 여태 수고했으니 설마 더 별일이야 있겠어.
어제오늘 계속 배탈 나는 거 같던데 지금 또 커피 먹고 있네. 아무리 아들이 사다 준 커피라도 적당히 마시는 게 좋겠어.
아들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차마 누구에게도 털어놓지 못하고 속으로 끙끙대며 많이 아파하는 거 알아. 위로조차 조심스러워서 아무 말도 못 하겠지만, 그래도 몇 마디만 해볼게.
힘든 세상에 덩그러니 남겨진 듯 무섭고 막막하지. 그 기분 너무 알겠기에 하... 적당한 다음 말을 못 찾겠다. 그런데 은유야, 네 아들은 어쩌면 너보다 더 치열하게 자기 스스로를 이겨내려고 노력하고 있을지 모르잖아. 너는 엄마인데 네가 더 힘들어하면 안 되는 거잖아. 자식은 존재 자체로 소중하고 고귀하다는 거 기억하길. 하루하루 감사할 것들 찾으며 버티다 보면 다 지나갈 테니 긍정의 힘을 믿길...
(제대로 각 잡고 쓰겠다며 TV 뉴스 보던 거 꺼버리고 플라워 고유진 노래 틀은 거 너무 딱이다, 이 분위기 어쩜 좋아!)
은유야,
회사까지 네 뜻대로 안 되는 일들이 계속 발생해서 이래저래 힘든 여름 보내느라 수고가 많지. 사는 게 참 그래. 좋은 일만 계속 있으면 그거대로 별로일 거 같아. 고마움을 모르고 긴장도 없게 될 거라. 차라리 조금 다치기도 하고 아프면 울기도 하면서 그렇게 ‘버티며 나아가는 삶‘이 훨씬 가치 있다 생각해. 대신에 감당할 수 있을 정도의 아픔만 주시라고 하나님께 부탁해 보자고. 매일을 이토록 열심히 사는 너인데, 안 들어줄 수 없을 거야. 암만!
얼마 전에 끝난 ’미지의 서울‘ 드라마 대사 중에 와닿는 게 있더라.
이 여름 끝날 때까지 우리 이거 마음에 새기고 오늘의 행복에만 집중하자.
“어제는 끝났고 내일은 멀었고 오늘은 아직 모른다.”
이 땅의 모든 은유들을 응원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