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 최고의 보상에 관한 이야기
벌써 6년 전, 엄마 셋 아이 셋이 베트남 여행을 간 적이 있다. 아들이 6학년 때였고 5학년 때 같은 반 인연으로 만나서 친해진 엄마들과의 여행이었다. 한 엄마가 나보다 두 살 위라서 언니라 부르며 지냈는데, 이 언니가 검색의 달인이다. 여행 생각 없던 내게 어느 날 갑자기 베트남 패키지 싸게 나온 게 있는데 같이 가지 않겠냐는 제안에 선뜻 예약을 눌렀다. 그때만 해도 MBTI 같은 거 모르던 시절인데, 확인해 보나 마나 셋 다 P였을 게 분명하다.
그렇게 실행된 패키지여행. 얼추 20명쯤 되는 일행이 공항에서 만나 하노이로 날아갔다. 3박 4일간 같이 밥 먹고 같이 움직이며 지내던 중에 유독 눈에 띄는 여자가 있었다.
남자랑 둘이 온 걸로 봐서 부부거나 애인 사이려니 했는데, 나중에 들어보니 재혼 앞두고 여행 온 거라고 했다. 서울에 두 딸이 있다고도 했다. 이혼하고 혼자 딸들 키우다가 만난 사이이고, 남자가 미혼이라 재혼 생각해 본 적 없는데 본인 빼고 모두가(딸들까지) 결혼하기를 종용했다고. 우리 셋과 그 엄마까지 넷이 한 방에서 마사지 받게 된 바람에 여행지에서 처음 만난, 공통점이라고는 워킹맘이라는 거 말고는 없는 낯선 이의 인생 풀 스토리를 듣게 된 거다. 그리고, 그 일이 이 글을 쓰고 있는 사람의 인생도 110도쯤 바꿔놓았다는 사실.
그녀의 인생 이야기를 듣기 전에는 겉으로 보이는 모습밖에 모르니까 첫인상부터 얘기하자면 단순히 예쁘고 날씬하기만 한 게 아니라 묘하게 그녀만의 분위기가 있었다. 같은 여자인데 자꾸 눈길이 갔다고 해야 하나. 얼핏 보면 여려 보이는데 속은 반짝이는 단단함으로 채워진 진주조개를 보는 기분, 그러던 중에 굴곡진 인생사를 듣고 나니 이전과 다른 느낌의 멋짐이 폭발했고, 내 마음은 어떤 감정 하나로 가득 채워졌던 것 같다.
부러움이라고만 말하면 싱거울 거 같고, 질투심 쪽도 아닌, 그런데 근원은 이것들과 비슷한 부류의 어떤 감정. 그게 뭔지 알아낼 새도 없이 여행에서 돌아오자마자 계획 실행에 들어갔던 거 같은데, 오늘 ‘닮아가는 사람들’을 주제로 글 쓰려고 이런저런 추억 들추다가 비로소 알았다. ‘닮고 싶다는 마음’, 이거다.
어릴 때 엄청 말랐었는데 성인 되고서 스멀스멀 살이 붙더니 급기야 과체중 단계까지 가버린, 자기 관리에 대책 없이 살던 내가 있었는데, 지금은 없다. 여행지에서 우연히 만난 어떤 멋진 여자가 나를 자극했고 다이어트 결심 4개월 만에 10kg 감량을 성공하게 했다. 야식 중단, 저녁 소식, 시간 날 때마다 동네 걷기, 이 3가지를 동시에 꾸준히 이행하고 얻은 가히 내 인생 최고의 보상이다.
회사 동료, 친구(특히, 베트남 일행), 심지어 가족들조차도 나의 다이어트 계획 선포를 지지해 주지 않았던 걸로 기억한다. 뭐 이해한다. 나도 나를 못 믿었으니까. 말로만 하는 다이어트 노래에 또 저러다 말겠지 했겠지. 그런데, 위에서 말한 닮고 싶은 누군가가 남긴 영향력이 외모뿐 아니라 삶까지 바꿔놓았다고 하면 과장일까. 다이어트 성공은 비단 외모만 변화 시키는 게 아니었다. 끝내 무언가를 이뤄냈다는 성취감이 나를 더 단단하게 만들었다고 믿는다.
참고로, 10kg 감량 후 2kg 붙었습니다. 숨만 쉬어도 땀이 나려고 하여 올여름은 자체적으로 운동 금지 기간이고요, 선선해지면 걷기든 달리기든 다시 해서 3~4kg 뺄 거예요. 가을아 딱 기다려라.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라는데, 한 날 한 시에 같은 행선지로 향하는 인연이면 얼마나 많은 우연이 겹쳐야 하는 걸까. 영혼까지도 닮고 싶었던 그녀가 어느 하늘 아래 있는지 모르겠지만 어디서든 소중한 이들과 행복하게 살고 있길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