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기다리는 시간

다시 한 달을 마감하며

by 정은유


또 한 달이 20개의 글로 채워졌다. 중간에 이틀 정도 감정이입 심하게 되었던 어떤 일로 방황을 겪었지만 그래도 글은 남겼다. 당시엔 이게 최선인가 싶어 마음 불편했는데, 있는 그대로의 나를 기록한 것에 의미를 두고 싶다.






에세이든 시든 ‘쓰는 작업’을 해보고 싶은 꿈이 있었다. 현생 산다는 핑계로 가슴 밑바닥에 가라앉혀 놓았을 뿐 물리친 적 없는 오랜 갈망. 지난봄, 뭐라도 해보자 하고 블로그도 만들고 브런치에 작가 도전도 하고, 유튜브로 글 잘 쓰는 법도 찾아보고 그랬다. 이게 알고리즘에 걸린 걸까, 어느 날 인스타에 글쓰기 커뮤니티 계정이 보이는 거다. 이런 모임도 있다니 신기했다. 처음 접한 곳에 들어가서 모임 신청까지 마쳤는데, 시작 직전에 취소했다. 오랫동안 하고 싶었던 거 드디어 할 수 있다며 설레기까지 해 놓고 한편으론 겁이 났던 것 같다.


두어 달이 지났다. 그 사이에도 인스타는 여러 계정들을 계속 소개해 주었다. 어느 날, 다시 눈길을 잡는 곳이 있었다. 처음 만난 곳과는 다른 편안함이 느껴졌달까. 바로 가입하고 이번엔 꼭 해봐야지 마음도 다독여 놓았다.






일하고 오면 빈둥거리다 자는 걸로 끝나던 일과에 굉장한 할 일이 생긴 것만으로도 바쁜데, 커뮤니티 활동 원칙 익히고 그러느라 첫 주는 정신이 없었다. 초짜(?) 티 내며 민폐 끼칠까 싶어 불안불안, 쫄깃쫄깃한 날들이었다.


매일이 피곤한데 그 속에서 뭔가 벅차오르는 설렘, 이전보다 조금 나은 날들을 살아내고 있는 것 같은 뿌듯함이 나를 더 분발하게 만들었다. 그렇게 한 달 또 한 달, 40개의 녹진한 기록들을 쌓았다.


새로운 달에는 어떤 모습의 나를 만나게 될까. 잠드는 시간이 늦어지는 건 답이 없으니 계속 피곤은 하겠지만, 덜 방황하는 일상이었으면 좋겠다. 마음을 뺏기는 일이라도 생길라치면 하고 싶은 말이 쉽게 정돈되지 않으니 문장을 기다리는 시간이 고역스럽더라. 며칠 전 찐하게 경험했기에 이런 일이 다시없길 바라지만, 사는 게 늘 꽃길일 리가 없지. 힘들면 힘든 대로, 비탈 위에서도 하늘 보는 나무처럼 그렇게 앞을 향해 꾸준히 나아가 보는 걸로. 돌부리도 만나고 새소리 바람 소리 들으며 일단 전진.






오늘 주제인 ‘문장을 기다린다’는 말을 달리 표현하면 문장(글)을 통해 나타낼 진짜 나를 기다리는 일이 아닌가 싶다. 어떻게 시작한 글쓰기인데 진짜 내 모습을 만나고 드러내는 작업이 계속 설레고 즐겁기를, 그리고 이 여정을 통해 서툴고 소심한 미완의 내가 서서히 영글어져 가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