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 한 장의 무게값

사진첩 뒤적이다 발견한

by 정은유


사진은 지난 6월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집으로 배송된 선거 공보물이다.

다른 거보다도 우선적으로 가족 구성원별로 일련번호 나온 부분 폰으로 찍어두려고

내용물 뒤적이다가 화들짝 놀랐다.


아니 왜 우리 집에 투표자가 3명이지, 나랑 남편 둘만 이어야 하는데 의아했다.

찬찬히 보니 맨 끝에 대롱대롱 달려있는 듯 아들 이름이 보였다.

어머나, 네가 무슨 투표를 하니. 오류일 리 없을 텐데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아들 방으로 쫓아갔다.

투표 안내문에 네 이름이 있는데 맞냐 하니까

웬 호들갑이냐는 표정으로 생일 지난 고3부터 투표권 있다고, 이미 알고 있다고 하는 거다.

어머! 나는 상식이 부족한 거야, 관심이 없었던 거야.



이런 식으로 내 자식이 법적 성년이 된 걸 인지하게 될 줄 몰랐는데,

기분이 멜랑꼴리 한 게 말로 표현이 안되었다.

18년간 품 안에 넣고 애지중지 키운 내 새끼가 벌써 성인이라니,

당사자는 태연한데 왜 나만 애달프고 아쉬운 건지.


부모로서 자녀 양육의 의무가 끝났으니 세상으로 내보내라는 이별 통보문 같았다.

이제부터는 손잡고 걷는 대신 한 발짝 떨어져 지켜보라는 주문서 같기도 하고.

예고 없이 받아 든 종이 한 장의 무게가 이토록 무겁게 느껴질 줄이야.

아이의 성장이 감사하고 기쁘면서도 형언하기 힘든 기분에 휩싸여 며칠 좀 앓았던 것 같다.



선거 당일, 집에 없는 남편 빼고 아들과 같이 투표 마치고 첫 의식 기념하자며 외식도 했다.

그러고 돌아와서 남은 기분 빨리 떨쳐내 보기로 다짐했다.

내가 준비가 되었든 아니든, 아들이 법으로 인정받는 어른이 되었으니

엄마인 내가 의연하게 받아들여야 하지 않겠나.

성년의 아들이 만날 첫 번째로 좋은 인생 선배가 당연히 나여야 하기 때문이다.

여기, 보다 더 성심을 다해 살아야 할 이유 하나 추가요~!






* 아침에 받은 글감이 ‘내가 찍은 사진’이었다.

매일 똑같은 일상이라 사진 찍은 게 없는데 어쩌나 싶었다.

휴지통까지 들여다봤지만 눈에 띄는 게 나오지 않던 중에 발견한 게 이거다.

오늘 같은 상황을 위해 앞으로 의미 붙일만한 순간들을 많이 찍어둬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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