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의 종이접기
올해 고3인 아들은 어릴 때부터 종이접기를 좋아했다. 좋아하다 보니 실력이 늘어서 내 눈엔 꽤 복잡해 보이는 것도 척척 접었다. 엄마 아빠는 이쪽으로 소질이 없는데 어찌 된 영문인가 싶었다.
중학교 들어가면서 집에서 하는 걸 거의 못 봐서 한때 재미로 끝난 줄 알았다. 그런데, 작년에 담임선생님과 면담하는데, 아이가 종이접기를 곧잘 해서 친구들이 신기해한다는 얘기를 했다. 집에서 안 한 것뿐 아들은 취미이자 특기를 꾸준히 연마해 왔더라.
2014년(8살) 겨울에 종이 접기로 만든 크리스마스트리다. 맨 위에 별을 달려고 컬러 진주핀으로 앙증맞게 연결한 게 이 작품의 백미다.
“ 엄마 회사 직원들 한 개씩 줘, 크리스마스 선물이야. “라고 했으나, 회사로 가져가서 내 책상 위에 전부 올려놓고 그렇게 몇 계절을 보낸 것 같다.
오늘 ‘버리지 못한 이유’라는 글감을 받고서 많은 생각을 떠올렸다. 살면서 버리지 못한 것들이 뭐가 있을까? 고민 없이 쉽게 답할 수 있다. 난 맥시멈보다는 미니멈 쪽이라 뭘 많이 가지고 있는 스타일이 아니다. 물건에 싫증을 잘 내서 애착 형성 전에 처분하기 바쁘고, 기억력이 달려서 보관해 봐야 다시 찾지도 못한다. 내 살림에서 버리지 못한 걸 찾는 일은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성격, 감정 같은 추상적인 것에서 찾아봤는데, 문장으로 만들어지지 않는 단어 조합들만이 입안에서 맴돌았다. 석 달째 이어가는 글쓰기 짬바로 봤을 때 여기에 빠지면 답 없음을 알기에 더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그러다 문득, 내가 쓰는 책장 속 투명 박스가 눈에 들어왔다. 아들이 작년 1년 동안 학교에서 종이접기 한 것을 모아놓은 거였다. 버리기 아까워서 가져왔다는 말에 도치 엄마 감성 폭발하여 고이고이 보관 중이다. 다음 종이 접기가 나올 때까지 너희들 자리는 여기이니라.
물건이든 살림이든 쌓아놓고 사는 사람이 아닌데, 자식의 손때 묻은 흔적들은 그렇게 되지 않았다. 이 투명 박스 안에도 훌쩍 커버린 아들의 시간이 고스란히 담겨 있어 차마 버릴 수가 없다.
작년에 동생네 놀러 갔을 때 아들이 제 이모랑 이모부에게 실력 보여준다고 접은 거를 집으로 가져온 거다. 마침 생일 초가 있어서 같이 놓고 찍은 건데, 이렇게 하니 시기를 금방 알 수 있어 좋구나.
언젠가 추억은 힘이 세다는 말을 듣고 깊이 공감했었다. 살면서 한 번씩 기억을 뒤적여 찾은 추억으로 웃을 수 있고 위로받을 수 있으니 그 능력이 놀랍지 않나. 온갖 거 잘 버리면서 추억 묻은 것만큼은 쉽게 버리지 못하는 나라서 참 다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