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류 총량의 법칙

‘오류 제로의 법칙’이라 외치고 싶지만

by 정은유


오늘은 낮과 밤의 길이가 같아진다는 추분이다. 그래서인지 하늘이 한층 높아 보였고, 바람은 선선했다. 어느새 가을이었다. 진심 반갑다 가을!


계절이 바뀌었음을 온몸으로 느끼며 여느 때처럼 커피와 함께 하루 시작했는데, 아침부터 심상치 않은 기운이 돌았다. 웬만한 일에 척하면 척이 가능한 팀의 선임과의 메신저 대화가 오늘은 안 그랬다. 결과적으로 잘 마무리됐지만, 자칫 기분 상할 뻔했다.


그 뒤로 퇴근 직전까지 종일, 아니 집에 와서까지도 오늘 하루는 사건사고 및 오류로 점철된 날이다.






가장 큰 사고는 아끼는 반지를 잃어버린 것이다. 어제인지 오늘인지 금값 사상 최고라는 뉴스 제목을 본 거 같은데, 이런 날 내 금반지가 없어졌다. 아침에 안 끼고 나갔나 싶어 집에 들어오자마자 늘 놓아두는 곳부터 살폈건만, 없다.


아흑, 속 쓰려. 열 손가락 중 안 아픈 손가락 없다는 표현이 지금 나올 말이 아님에도 절로 떠오를 만큼 손가락 마디마디가 몹시 허하고 아픈 느낌이다. 결혼반지 이후로 내돈내산 첫 반지를 2년도 못 끼고 잃어버리다니, 어찌 이럴 수가...



또 하나의 사고는 우리 팀 주 업무에서 전산오류가 발생한 것이다. 고객 지급은 당일 처리가 원칙인데 어제 접수한 건을 오늘도 해결하지 못했다. 내일은 끝낼 수 있겠지.



마지막으로 언급할 사고는 (이거 말고 더 있지만, 생략한다),

2년 전에 퇴사한 직원이 고객으로 홈페이지에 문의를 남겼다. 본인이 가입한 상품의 특정 지급 예상금액이 앱에서 0원으로 보인다고 했다. 문제는 다른 고객들에게도 같은 오류가 있을 상황이었다. IT부에 긴급으로 확인 요청해 두었고, 엄한 일로 정신없어서 오류 원인은 듣지 못했다. 이것도 내일 이어서 살펴야 한다.






이쯤 되면 ‘총체적 난국의 화요일’이라 이름 붙여도 충분하지 않나. 오류와 사고들이 한데 모여 숨죽여 있다가 다 같이 짠하고 등장하기로 작당 모의라도 했나 싶다.


그런데, 그래봤자다. 시간은 흐르기 마련이고, 어떤 일이든 시작이 있으면 끝도 있는 법. 이번에도 침착하되 확실하게 하나씩 격파해 나갈 거다.


대신 그전에 먼저 할 게 있다. 오늘부로 오류 총량의 법칙을 발동하여 “이제 그만!”을 외쳐야 할 판이다.


“아아, 여기 주목! 지금부터 약 한 달간 오류 중지, 사건 사고의 접근 금지를 명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