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짜 커피 석 잔의 옹골짐
꿀 같은 연휴가 그새 절반이 지난 건가, 오 마이갓... (시간 못 가게 묶어두는 장치 어디 없나요;)
수험생 특혜(?)로 가족 모임에 열외였던지라 설 이후에 처음 만난 친정 식구들, 오랜만이라 더 반갑고 좋았다. 내내 붙어서 먹고 먹고 또 먹고. 돌아가서 급찐급빠 하려면 고생 좀 하겠지만, 이럴 때 아니면 언제 대놓고 먹부림 해보겠냐고.
4일 만에 다시 시작한 글쓰기, 아침에 도착한 글감이 ‘시나브로’였다.
일상용어가 아니라 그런지 단어가 주는 묵직함이 남다르게 와닿는다. 서술어 앞에 붙어서 몽글몽글하게 피어나는 아지랑이를 보는 듯하게 만든다.
오늘 글에 이런 은은한 즐거움을 담고 싶었다. 여느 날보다 더 그래야 할 명절이니까. 한데, 글로 적어낼 만한 소재가 생각나지 않았다. 가족들 속에서 충분히 즐거운데... 그러다 다 늦은 시각에 엄마한테서 회심의 한 건이 나왔다.
꽤 오래전부터 엄마 폰에 캐시워크 앱이 있었다. 누구보다 열정적이고 부지런한 엄마는 걷기 운동을 꾸준히 하였고, 시나브로 포인트가 쌓이면 당신 큰 손주에게 선물처럼 내어주었다. 아들은 좋아라 하며 햄버거로 바꿔 먹곤 했는데, 지금 같은 명절에 햄버거는 안 어울리지. 몇 년간 모으기만 해서 액수가 꽤 되어 커피 석 잔으로 교환했다. 엄마의 한결같은 꾸준함에 명절의 풍성함이 가미된 공짜 커피의 맛, 너무 좋지 뭐.
내일 오전에 집으로 돌아간다. 분명히 다른 때보다 길었는데 왜 똑같이 짧은 거 같냐며 툴툴대면서 짐을 싸겠지. 한 달 반 뒤에 있을 엄마 생신 때 다시 만나기로 하고 각자 일상으로의 복귀를 준비하며 이 연휴를 마칠 테고.
엄마가 걸을 때마다 쌓여간 포인트처럼 나와 내 가족의 다정한 행복도 시나브로 깊어가기를 구름에 가린 보름달에게 빌어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