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한 싸움터
다시 내 집이다.
아침에 서둘러 이동한 덕분에 점심때가 되기 전에 집으로 돌아왔다. 씻고 한숨 자고 일어나서 뿌염하러 미용실도 다녀오고 아들과 집 근처 중식당에서 저녁을 먹었다. 우리 테이블 위의 TV에서 임영웅 리사이틀이 방송되고 있었는데, 손님들 대화소리에 묻혀 잘 들리지 않았지만 나지막한 그의 노랫소리는 충분히 분위기 있고 멋있더랬다. 아마도 80년대였지 싶은데, 그 시절 유행가를 탕수육 먹으면서 듣는 기분이란 연휴 끝에서 부여잡고 싶은 낭만 그 자체였다.
오랜만에 만난 가족들과의 시간은 더할 나위 없이 행복했다. 매일 반복되는 일상이 지루하고 고단하여도 기꺼이 열심히 살아야 하는 이유, 가족이다. 존재가 주는 힘은 그래서 강력할 수밖에 없다. 가족들에게서 받아온 온기로 앞으로의 날들도 다정하고 낭만 있게 보내야 하겠지.
왁자지껄 유쾌했던 가족 모임을 마치고 일상으로 돌아온 지금, 이제부터 온전히 나만의 시간이다. 어떤 가면이나 포장이 필요 없는 날것의 나를 드러내야 할 차례, ’글쓰기‘를 해야한다.
지난 봄, 브런치 작가로 인정받고서 뭐라도 된 것처럼 며칠을 들떠서 지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새로운 세상으로의 입장권을 얻은 것일 뿐, 성과에 대한 상장이 아니었는데 말이다. 그도 그럴 것이 밖에서 본 브런치 세상은 꿈과 환상의 나라였는데, 들어와서 몇 달 경험해 보니 한 마디로 고독한 싸움터더라.
아무 말이나 할 거면 일기장에 쓰면 된다. 솔직할 용기가 없다면 그것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는 편이 낫다. 회원 누구나 볼 수 있는 오픈 플랫폼에 내 경험과 생각을 정제된 글로 표현하는 일은 일말의 책임감과 진정성을 요구받는 작업이라 생각한다. 그래서, 매번 어렵고 부담스러운데 어찌어찌 끝내고 나면 잘 썼건 못 썼건 간에 이만큼 솔직해진 나에게 고맙다. 새 글감 받고 다시 낑낑댈 걸 알면서도 밤만 되면 설레는 맘으로 책상 앞에 앉는 걸 보면 어느새 중독된 건지도 모르겠다.
오늘 이렇게 또 하나의 관문을 넘었다. 여전히 부족하고 어설프지만, 어제의 나보다 조금 더 솔직하기 위해 기꺼이 고독했다. 내일도 그럴 것이다. 고독한 몰입을 통해 온전한 자유를 얻을 때까지, 아니 그런 날이 오지 않더라도 계속해서 정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