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모녀의 계절

엄마의 반찬이 전해준 것

by 정은유


어느새 꿈처럼 여겨지는 연휴 다음이 월요일이라는 것만으로도 부담 백배인데, 비까지 내리면 아, 어쩌라는 거냐 진짜... 여기에 생각 없이 뮬을 신고 나온 바람에 빗물 고인 곳을 철벙거리느라 뒤꿈치에 자꾸 물이 튀어 여간 거슬리는 게 아니었다. 이번 주 내내 비라던데, 저놈의 신발 안 보이게 치워야지.






어찌어찌 하루 마치고 다시 집이다. 요 근래 저녁시간대에 거의 혼자라 대충 먹는 날이 많다. 오래간만에 떡볶이가 당겼지만 이런 날씨에 배달이 웬 말인가 싶어 라면이나 끓여 먹자 했다. 그러다 이내 아차차 정신이 번쩍, 명절에 받아온 엄마 반찬 있잖아!


월요병, 불편한 신발, 팀에 발생한 부당한 상황 등으로 야금야금 쌓인 스트레스가 일시에 풀리는 기분, 역시 단순해. 일단 잘 먹고 남은 시간 동안 다른 건 생각하지 말자.


그동안은 엄마 집에 가면 배 빵빵하게 잘 먹기는 해도 돌아올 때 뭘 들고 오지 않았다. 가져와봐야 다 못 먹고 버릴 건데 아깝고, 손이나 가방이 무거워지는 게 싫어서 엄마는 가져갔으면 하는 눈치를 애써 외면했었다.


이번엔 동생이 같이 받아 가자고 꼬시는 거다. 못 이긴 척 알겠다 했고, 무슨 반찬을 얼만큼 쌌는지 살피지 않고 종이가방에 담긴 채로 들고 왔다. 집에 도착해서 꽁꽁 묶인 봉투를 푼 순간, 으앙~ 엄마, 이건 반칙이잖아, T.T... 딸내미 취향 저격 제대로네, 안 가져왔으면 어쩔 뻔했을까.



통 가득 담겨있었는데 세 번 만에 이만큼 먹었다, 나 혼자.



늦은 시각이어도 마감 전에만 주문서 넣으면 새벽에 문 앞으로 배달해 주는 푸드 쇼핑몰에 이런 류의 반찬은 브랜드별로 있다. 양도 조금씩 팔아서 많이 비싸지도 않다. 집밥 생각날 때 몇 번 주문한 적 있는데, 아주 맛있는 정도는 아니어도 한 끼 먹을 만은 했다.


그렇지만 제아무리 정갈하고 맛 좋다 해도 남이 만든 음식엔 채워지지 않는 게 있지. ‘엄마의 사랑’이라고 하면 좀 상투적이고, 다른 표현 뭐 없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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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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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사한 플레이팅 따위 없는 저 사진 한 장엔 ‘우리 모녀의 계절’이 고스란히 들어있다. 하필 명절 앞두고 감기가 독하게 걸려 당신 몸 간수하기도 어려웠을 텐데, 오랜만에 딸내미랑 손주 온다고 몇 날 며칠에 걸쳐 준비했을 정성을 어찌 말로 다 할 수 있을까. 무심한 딸은 이번에도 완벽한 패를 인정하며 무릎 꿇습니다.



내리는 빗물의 무게만큼이나 고단한 저녁, 잠시나마 하루 시름을 잊게 해주는 엄마 반찬이 있어 따뜻하고 행복했다.

이를 배경 삼아 눈물 나도록 아름다운 계절이 라디오 노래 선율에 맞추어 흐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