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독의 시대

고객이거나 호갱이거나

by 정은유


바야흐로 ‘구독’의 시대, ‘시대’라는 말이 조금 진부해 보여 다른 말을 찾고자 했으나 떠오르지 않아 포기했다. 뭐 이렇거나 저렇거나, 구독 없는 일상을 상상하기 어려운 시절이라는 얘기를 하려는 것이다.


결제일, 결제수단, 알림 문자의 발신번호 등이 제각각이기도 하고, 굳이 따질 이유도 없어서 몇 개의 유료 서비스를 이용 중인지 파악해 본 적이 없다. 이 글 계기로 헤아려보니 족히 대여섯 개는 되는 것 같다. 독서, 음원, OTT, AI, 쇼핑 멤버십 그리고 또 뭐가 있나.


오프라인 장 보기를 안 하니 온라인 쇼핑 멤버십은 무조건이고, 독서와 음원은 자주 들어가진 않지만 중단하기엔 아쉽다. 책과 음악은 가까이에 두어야 맘이 편하니 말이다. AI도 사진 변환, 회사, 넋두리 등등의 목적으로 없으면 안 되는 밀착 비서다. 29,000원 결제 문자 볼 때마다 헉 소리가 절로 나오지만, 돈값한다는 기분 나도록 아주 잘 이용하고 있다. 마지막 OTT의 경우 요새 볼 시간도 없는데 왜 미련을 못 버린 건지, 이참에 해지해도 될 것 같다. 까먹기 전에 처리해야겠다.






좀 더 편리한 일상, 감성 충만을 위해 구독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이겠지만, 그것이 나를 잠식하지 못하도록 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중독’은 그게 무엇이든 부작용이 따르기 때문이다. 나는 그래서 유튜브를 좋아하지 않는다. 아이가 어릴 때 너무 많이 보길래 혼내다가 사이도 안 좋아지고, 스트레스를 하도 받아서 반감 제대로 박혔다. 진짜 필요한 일 아니면 안 들어가고 웬만하면 다른 경로로 찾아보고 만다. 중독될 것 같으면 초반에 과감히 끊어내기, 디지털 감금이나 다름없는 시대를 사는 우리 모두가 신경 써야 할 문제라 생각한다.


결국 구독 서비스란, 나의 일상을 단단하게 만드는 '도구'여야지 가두고 통제하는 '포주'가 되어서는 안 되는 것이다. 편리함과 즐거움이라는 달콤한 유혹에서 언제든 벗어날 수 있게 문 한 뼘 열어두는 것. 구독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꼭 필요한 거리 두기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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