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등가교환

오랜만입니다 ^^;

by 정은유


7월부터 시작한 글쓰기, 평일이면 어김없이 하루 한 편씩, 이왕 하는 거 잘하고 싶어 정말이지 정성을 다했다. 매일 실천은 물론이고, 누가 보든 안 보든 나 스스로의 만족을 위해 최선을 다했다.

당연히 안 써지는 날도 있었다. 넘치는 의욕을 비웃음 당하기라도 하듯 한 줄도 제대로 써내기 힘든 날에는 글감은 포기하고 내 상태를 솔직히 밝히기도 했다. 중요한 건 절대 빼먹지 않는 것이라면서 스스로를 다독였다. 그렇게 4개월을 채웠다. 80개의 글이 작성된 것이다.

11월 초, 새 달의 설렘과 함께 다시 시작된 글쓰기. 으레 첫 주를 맞이했는데 지금 생각해도 아찔할 만큼의 피로와 스트레스가 온몸을 덮치는 느낌이었다. 닷새 동안 무슨 정신으로 글을 쓴 건지, 4개월간 몸에 밴 익숙함이 영혼 따로 손가락 따로 움직이게 한 게 아닐까 싶다. 일명 습관의 무서움.

둘째 주 들어서자 더는 이어가기 힘들었다. 카톡 메시지를 여러 번 썼다 지웠다 하며 망설이다가 늦은 밤에야 운영자님께 당분간 쉬어야 할 것 같다고 했다. 적잖이 놀라신 눈치였다. 나도 그랬다. 이렇게 빨리, 갑작스레 내려놓게 될 줄 몰랐으니까. 그런데, 다른 선택지가 없었다. 무작정 결석(?) 하는 건 더 못할 짓이었으니 이어갈 수 없으면 정식으로 스톱을 외치는 게 맞는 거였다.




왜 그렇게 갑자기 쉬어야 했는지, 이유는 명료하다.

글 좀 쓴답시고 잠잘 시간 줄여가며, 없는 에너지 긁어모아가며 동동거린 게 4개월 지나 5개월 차에 바닥이 드러나버렸다. 이팔청춘도 아닌 나이에 만성피로에 시달리니 영양제 털어 넣어봐야 그때뿐인 느낌. 생전 안 그랬는데, 회사에서 한 번씩 졸음이 세게 와서 모니터 보다가 눈이 감긴 순간도 있었다. 재밌으려고 시작한 취미 생활인데, 도리어 그것이 나를 애먹이는 것 같았다.

여기에 결정적으로 아들의 수능이 코앞으로 다가온 이유도 컸다. 수시 지원해 놓은 상태라 수능이 중요하지 않았으나, 그래도 시험은 시험이었나 보다. 당사자는 되레 덤덤한 거 같은데, 엄마인 내가 더 불안했다. 수능 있는 주가 시작되자마자 엄청난 압박감과 우울감이 찾아왔다. 자꾸 안 좋은 상상이 들면서 기분이 다운되는 것이 이 상태로 글을 쓰기란 불가능이었다.

그래도 이왕이면, 멈추느니 가볍게 쓰면서 이어가고 싶었는데, 나를 둘러싼 모든 상황이 제발 잠깐이라도 내려놓으라고 아우성치는 것 같았다. 당시엔 못내 아쉬웠지만 최선의 선택이었다 생각한다.




4주간 원 없이 쉬었다. 글 쓴 적이 없었던 것처럼, 브런치에도 블로그에도 발길 한번 안 했지 싶다. 하루도 게으름 안 피우고 16주 동안 열심히 썼으니 노는 것도 제대로 놀아야 하지 않나. 그런 의미로 잘 먹고 잘 잤다. 막연하게 어느 날을 상상하면서 내가 나에게 준 휴가를 아쉬움 없이 보냈다. 그리고, 오늘이 왔다. 글 쓰는 게 좋아서 잠깐 미쳤었던 나로 돌아왔다.

등가 교환이라는 말을 여기에 붙여도 될지 모르겠다.
피곤함 견디며 열심히 글 쓴 덕분에 내 이름으로 된 책이 4권이 생겼다.
그러다 얼결에 맞이한 4주간의 방학이 맘껏 쉬게 해 주었다.

이 정도의 맞교환이면 값어치 있는 거 아닐까.
배터리 효율 87%쯤이 한계였던 육체와 영혼이 꿀 같은 휴식과 재충전으로 100% 효율 만땅이 되었으니 이제부터 다시 달려보자. 올해 연말은 다른 이벤트 하나 없어도 충분히 즐거울 수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