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다짐
매주 보통 사람의 모습을 하고서 특별한 재주를 보여주던 <생활의 달인>이라는 TV 프로가 있었다. 언제부턴가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지 않고 나 역시 기억에서 잊힌 지 오래라 종영됐겠거니 했는데, 검색해 보니 아직도 방송 중이다. 1000회가 넘었더라. 세상에 얼마나 많은 재주꾼들이 있길래 20년 장수 프로그램이 된 건지 대단하다 싶다.
한 분야에서 전문성을 갖추는 것만으로도 숱한 시행착오와 실패가 필요한 법인데, ‘달인’이라는 수식어를 얻으려면 대체 몇 곱의 그것들을 감당해야 하는 걸까. 생각이 미천하여 감히 헤아리기도 어렵다.
그런 와중에,
오늘 하루 동안 나는 어떤 분야에서 달인이고 싶은지 생각해 보았다. 제일 자신 없는 분야인 요리? 살림? 육아?(는 이제 필요 없지만 여하튼) 정도 떠올랐다. 모두 주부 영역이고 회사 관련은 없구나. 후~ 당연한 거 아닌가. 돈 받는 만큼 책임 있게 일하면 그뿐, 생계형 직장인이 그 세계에서 굳이 달인일 필요는 없지 않냐고 목소리를 높여 본다.
사실, 요리와 살림 이 두 가지도 평균 정도면 되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더 잘해서 얻다 쓰나, 남에게 퍼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고수되어 유튜브 할 것도 아닐 테니 말이다.
시선을 돌려 나의 내면으로 들어가 보자. 평소 어떤 그릇을 가진 사람이고 싶었던가 나는.
두서도 맥락도 없이 이것저것 떠오르는 속에서 어느 하나에 멈칫, 이것이었으면 좋겠다.
귀차니즘 극복의 달인
너무 적나라한가, 직설적인 것 같기도 하고. 그래도 어쩔 수 없다.
내 일상을 강력하게 훼방 놓고 있는 이 나쁜 버릇 때문에 스스로에게 화나고 실망스러울 때가 많다. 나일 먹으니 몸은 점점 둔해지고, 꼭 해야 할 일조차도 미룰 때가 있어서 문제다. 중요한 일이면 언젠가는 하지만, 미리 한다거나 세부계획을 세워서 실행할 생각은 없는 수동형 인간이 바로 나다.
오늘만 해도 이 시간까지 주방을 안 치웠고, 어제 온 택배 하나가 이틀째 현관 바닥에 그대로 있다. 냉동실 정리하기로 마음먹은 게 벌써 몇 달째인지, 볼 때마다 거슬려하면서 피곤하다는 핑계로 애써 못 본척해 버리고 마는 이놈의 귀차니즘. 집안일을 혼자 하니까 누구 눈치 안 보고 맘대로 할 수 있어 좋은데, 내 손 닿지 않는 곳은 여실히 티가 나니 마냥 미룰 수 없다는 게 귀차니스트에겐 큰 스트레스다.
극복하자 맘먹는다고 바로 될 건 아니겠으나, 자꾸 의식하고 상기하면서 간단한 일부터 생각나는 즉시 해치워야겠다. 글 완료하고 바로 주방으로 뛰어가기!
‘달인’이 되어보는 걸로 목표를 세워야 그것이 불쑥불쑥 내 의지를 자극하겠지. 맞는 말이라고 일단 믿어보겠다.
귀차니즘이 뭔가요? 하게 될 날을 기다리며 오늘의 다짐 인풋 완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