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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짱 Apr 07. 2016

여자로 살아간다는 것

아직 나는 잘 모르겠어요


 결혼이란 어떤 것일까. 아직 결혼할 생각은 없지만 적당한 시기쯤은 막연하게 정해놓았던 것이 있다. 한 명의 여자로서 하고 싶은 꿈은 최대한 모두 도전하고, 최대한 꿈을 이룬 후에 하는 거라고 말이다. 꿈을 이뤘을 때쯤이면, 나는 결혼을 할 준비가 되어있을 것이라고 믿고 있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생각이 달라지고 있다. 나의 남은 시간을 최대한 함께 하고 싶은 사람이 생겼기 때문이다. 그 사람이라면 남은 시간 동안 그 사람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고 싶기도 하고, 또 그 사람이라면 내 꿈을 끝까지 응원할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오늘의 거짓말, 정이현 소설집



동네 서점에서 추천받아 읽은 두 번째 소설책, '오늘의 거짓말'. 처음 추천받은 책 '채식주의자'처럼 단편집이었다. 하지만 '채식주의자'는 한 명의 여자를 둘러싼 여러 명의 시선에서 쓰인 이야기라면, '오늘의 거짓말'은 10명의 여자들의 이야기이다. 10명의 여자들의 이야기는 하나같이 인생의 크고 작은 폭풍이 몰아치는 순간들을 말한다. 하지만 그 누구도 그 폭풍을 있는 힘껏 이겨내거나, 싸우거나, 거부하거나 하는 멋진(?) 행동은 하지 않는다. 주어진 환경을 있는 힘껏 받아들이고, 수긍하며 저마다의 방법으로 이후에 있을 더 큰 파도를 막아낸다. 그녀들은 반항적이지 않지만, 그렇다고 해서 수동적이지도 않다. 누구나 당연하게 여기는 멋진 남자와의 결혼하는 것과 같은 로망을 한 발짝 떨어져 냉소를 보내는 듯하면서도, 그러지 못한 자신의 상황에 대해 못내 아쉬워한다. 이중적인 그녀들은 어쩌면 너무나 '한국적'인 것들이어서 나는 그녀들을 크게 부정하지 못했다.


 하지만 크게 수긍할 생각도 없다. 나는 아직은 가부장적인 현시대에 반항적인 마인드를 잃고 싶지 않아서이다. 지금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을 하고 싶고, 함께 꿈을 이뤄나가고 싶은 한 사람이지만 어쩌면 큰 폭풍을 만날지도 모를 여자로서, 이 소설은 읽는 내내 씁쓸한 마음을 지우기 힘들었다. 씁쓸한 마음의 언저리에는 언젠간 소설 속의 그녀들처럼 살아가고 있을지 모른다는 불안감도 포함되어 있을 것이다.


 여자로 살아간다는 것은 무엇일까. 위대한 어머니가 되는 길일까. 아니면 멋진 커리어 우먼이 되는 것일까. 혹은 다 가진 남자와 결혼하여 가진 것들에 대해 행복해하며 살아가는 것일까. 아직 나는 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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