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노레드 이노라이더 기획팀 면접을 보고 난 후
나는 '광고대행사'에서 글을 쓰는 '카피라이터'가 되고 싶었다. 내가 보는 시선에서 광고는 하나의 상업적인 '작품' 같았고 그 작품을 만드는 사람들이 멋있다고 생각했다. 카피라이터에 대한 생각을 직접 경험해보기 위해 휴학을 결정한 뒤, 1년간 마케팅과 광고와 관련된 활동들을 하며 지냈다.
다시 학교로 돌아왔지만, 경험이 아직 부족하다고 생각했다. 한 학기가 채 지나기 전에 나는 또다시 다른 활동을 위한 준비를 시작했다. 곧 시작되는 방학 동안 할 만한 활동을 찾던 차에 관심 있게 지켜보던 광고대행사 이노레드의 신입 채용공고를 발견했다. 이노레드는 처음 지원서를 받을 때 1페이지 자소서라는, 1페이지에 어떤 형태로든 자신을 표현하면 되는 독특한 형식으로 지원을 받는다. 평범하게 줄글로 제출하는 방법도 있겠지만, 나는 나 자신을 '방귀'와 '메모장'이라는 2가지 키워드를 가지고 포트폴리오를 만들어 제출했다. 자소서를 만들면서도, 아직 졸업을 안 했기 때문에 당연히 안 되겠지 라는 생각이 많았다. 그런데 덜컥 1차를 붙었고, 어떻게 지나갔는지도 모를 1주일이 지나 면접날이 다가왔다.
면접을 보는 날. 면접 시간보다 30분이나 일찍 도착한 나는, 아래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며 마음을 가다듬었다. 면접에서 간단하게 주어지는 자기소개 시간을 위해 다시 한번 연습하고 엘리베이터에 올라 사무실에 들어갔다. 이전부터 관심 있게 지켜보던 회사라 블로그에서만 봤던 회사 내부 사진들이 내 눈앞에 펼쳐져있다는 사실이 신기했다. 들뜬 마음도 잠시, 곧 1대다 면접을 보기 시작했다.
5명의 면접관들은 먼저 공손히 그들을 소개했다. 신입사원 면접에 대표까지 참석했다는 사실이 새로운 인재를 대하는 회사의 자세를 알 것 같았다. 편안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된 면접. 질문을 보다는 내 이야기를 들어주려는 태도가 긴장감을 풀어주었다. 하지만 나는 느낄 수 있었다. 대화가 부드럽게 진행되지 않고, 계속 끊기는 느낌이 들었다. 곧이어 나는 제대로 된 대답을 못한 것을 두고두고 부끄러워할 질문을 받게 된다.
"은지님은 어떤 광고를 만들고 싶나요?"
나는 어떤 광고를 만들고 싶었을까. 이때까지 어떤 광고가 멋있고, 재밌고, 기발하다라고만 생각했지, 내가 어떤 '광고인'이 되고 싶은지 제대로 생각한 적이 없었다. 당연히 저 질문에 제대로 된 질문을 할 수 없었다.
면접 결과는 탈락이었다. 탈락했다는 사실보다 내가 지금까지 뭘 위한 준비를 해왔는지, 내가 진짜 뭘 만들고 싶었는지에 대해 고민을 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너무 부끄러웠다. 광고를 멋있는 '작품'으로 본다면서, 내가 어떤 작품을 만들지에 대한 고민은 제대로 한 적이 없었던 거다. 어쩌면 나는 누군가가 달리고 있는 멋진 길을 따라 하고 싶었던 건 아닐까. 삶은 빨리 뛰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어떻게 뛸 건지를 먼저 고민해야 한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이었다. 마지막으로, 이 값비싼 교훈도 열심히 달려왔기에 얻을 수 있었음을 위안하며 나는 이제야 제대로 된 걸음마를 뗀 기분을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