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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짱 Dec 31. 2018

우도의 강아지들

섬에서 태어났다는 이유만으로

 계획에 없던 우도행. 아무것도 계획하지 않았기에 오히려 가벼운 마음이다. 가깝기도 하거니와 다른 항구보다 사람이 북적이지 않는다는 종달항에서 우도로 가는 배에 올라탔다.


종달발 우도행 배 안


 가는 길 내내 크게 울렁이는 배 안에서 나는 갑판을 부여잡고 사진을 연신 찍어댔다. 높은 파고를 어떻게든 사진 속에 담아내고 싶었다. 신기한 것, 새로운 것을 보면 일단 사진으로 담고 보는 성미가 제주도에선 유독 심하게 발동되던 터였다. 우도에 도착해서도 마찬가지였다. 아름다운 하고수동의 해변과 예쁘게 디자인된 카페, 보기 드문 동굴의 모습까지. 사진을 찍기 위해 마련된 벤치에서도 친구에게까지 사진을 부탁했다.


유명한 땅콩아이스크림


 우도에서 가장 처음 만난 강아지는 땅콩 아이스크림이 유명한 카페 옆집에 있던 큼직한 강아지였다. 진돗개 종류 같았는데, 굉장히 큰 편인데도 우리가 다가가자 연신 두발로 서기 묘기를 보여줬다. 이후 길을 걸으며 자유롭게 누비는 강아지 세 마리를 마주쳤다. 우도가 아닌 다른 동네에서도 그랬듯, 마냥 귀여운 강아지들을 바라보며 카메라 속에 부지런히 담아냈다.


묘기하는 우도 강아지 
사람들을 보며 꼬리치던 우도의 강아지


 우도에서 돌아와 다시 숙소로 향하는 버스 안. 우도를 포함해 제주도의 다른 마을에서 만난 강아지들 사진을 모두 모아보니 스치는 생각이 있었다. 유독 우도에서는 목줄이 끊긴 채 홀로 돌아다니는 강아지들이 많았다는 것. 다른 동네에서 만난 강아지들은 하나같이 목줄을 하고, 다소 투박하지만 따뜻한 보금자리도 있었다. 가장 짧은 시간을 보냈던 우도에서 가장 많은 강아지를, 아니 유기견을 만났던 것이다.


제주의 작은 마을 강아지


 우도에 유기견이 많아 이 아이들을 '문제'화 하기 시작했다는 사실은 조금만 검색해도 알아낼 수 있었다. 관련 기사 속에서는 우도는 유기견이 굉장히 많은데, 관광객들을 위협하는 일들이 생기자 해결책을 강구하기 시작했다는 것. 너무 살기 좋은 환경이라 번식이 쉽게 되어 유기견이 유독 많다나 뭐라나... 제주시에서는 포획하여 유기견 센터에 이송하거나, 무료로 중성화 수술을 시키는 방법을 내놓았다.


 강아지를 키울 때는 언제고, 쉽게도 버리고, 버려진 강아지들끼리 번식하기 시작하니, 관광객을 위협한다는 이유로 또다시 포획하고 중성화 수술을 한다니. 섬에서 태어났다는 이유만으로 왜 그런 폭력을 당해야만 하는 걸까.


포켓몬스터에서 튀어나온 것 같았던 우도 강아지


 사진 속 강아지들의 모습을 다시 바라본다. 더 이상 아이들의 귀여운 생김새는 중요하지 않았다. 그들이 감내해야만 했던 고통들과 시간이 느껴지는 듯, 가슴이 무거워졌다.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따뜻한 눈빛으로 화면 속 아이들을 바라보았다.  


사람에게 다가가지 않던 우도 강아지


다음에 다시 만날 수 있다면, 그럴수만 있다면 있는 힘껏 만져주고 살펴봐주겠노라고, 덜컹거리는 버스 안에서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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