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oker - A film by Kore-eda Hirokazu
고레에다 히로카즈는 쇼트 간의 호흡을 하나의 흐름으로 연결하는 영화라는 예술에 있어 탁월한 경지에 이른 감독이다. 그가 만들어내는 하나하나의 쇼트는 단순히 어떤 시퀀스를 이루는 것을 떠나 영화 전체에 꼭 필요한 부분이 된다. 고레에다 히로카즈는 영화의 형식을 만드는 데 있어 결코 낭비하는 법이 없는 천의무봉의 경지를 보여주는 감독이다.
이러한 점에 있어 '브로커'는 단연 낯설게 보일 수밖에 없다. 이 영화는 그가 지금껏 만들어 온 자연스럽게 물 흐르듯 만들어지는 흐름과는 너무도 다른 모습이다. 이 영화는 중요한 자리를 프레임에 새기기보다 이곳저곳을 정신없이 돌아다닌다. 무엇보다 필요해 보이는 것을 낭비하고 필요하지 않은 것을 남발한다.
이 영화에서 가장 긴(또는 가장 길게 느껴지는) 쇼트는 수진역의 배두나가 차량에 앉아 통화를 하는 장면이다. 카메라는 차량의 외부에서 차량 안의 배두나의 모습을 비추며 점점 트래킹 하는데, 이것이 단연 최악의 쇼트로 여겨지는 이유는 '갑자기' 유달리 이 테이크를 그렇게 길게 가져가야 하는 이유를 도저히 찾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 테이크에서 갑자기 지금까지 없었던 캐릭터에 대한 투시적 몰입이 필요한가? 그렇다면 이렇게 중점적인 테이크를 가져가는 것이 왜 수진인가? 그것이 꼭 필요하다면 이 롱테이크는 캐릭터를 투영하는 데 있어 효과적인가? 그녀가 차 안에서 통화를 하는 모습이 무엇을 자아내는가? 나는 이 수많은 물음에서 한 가지도 명확한 대답을 찾을 수 없었다.
또한 이 영화에서 가장 아쉬운 쇼트는 윤 씨 부부와의 만남에서 우성이에게 젖을 먹일 때 소영 역의 이지은을 비추는 장면이다. 이 쇼트는 우성이에게 젖을 먹이는 부부의 모습을 외화면에 배치해 소리로만 들려주며 프레임에 오롯이 새겨지는 소영을 통해 내적인 무언가가 분출돼야 할 장면이다. 그런데 정작 어느 정도의 길이가 필요한 테이크에서 그 분출이 일어나기도 전에 소영의 시점에서 바라보았을 윤 씨 부부의 모습으로 장면 전환이 이루어진다.
이 예시는 이 영화에 대한 실망감을 단번에 대변한다. '브로커'는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영화라고 보기 힘들 정도로 낭비적이다. 갑작스러운 POV로의 전환이 불러일으키는 것은 그의 작가적 영화에서 기대하던 것이 충족되지 못하는 당혹감이다. 이 영화는 주기적으로 소영의 입을 빌어 예전에 만났으면 좋았을 거라고 이야기한다. 그러나 이 모티프는 그저 반복되는 공허한 외침으로 남을 뿐이다. 욕망에 대한 감정적 연결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양식적으로 보여지거나 강조되거나 연상되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 같이 불분명한 영화가 탄생한 이유가 무엇일까? 이 영화는 모로 봐도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영화라고 보기엔 힘들다. '브로커'에서 그의 시그니처는 그의 전전작인 '어느 가족'의 스토리 라인을 따온 것 말고는 없어 보인다. 이 영화는 한국의 어느 유능한 감독이 황금종려상을 받은 '어느 가족'을 자기 나름대로 이것저것 고쳐가며 리메이크한 것처럼 보인다.
이 영화의 주인공은 소영역의 이지은이다. 그러나 이지은은 어떤 이유에서든 영화 내내 분명하게 리딩 하는 모습을 한 번도 보여주지 못한다. 내가 그녀에게 바라는 모습은 아마도 '어느 가족'에서의 안도 사쿠라 같은 연기였을 것이다. 아무렇지 않아 보이지만 언제든 자연스럽게 휘어잡을 수 있는 모습. 자신의 삶에 대한 회한을 집어삼킨 채 숨기고 있지만 오히려 그 여유로움에서 드러나는 지배력. 그러나 이지은의 연기는 그냥 센척하는 애 같다. 여유로운 척 하지만 그녀 주위의 무엇도 지배하지 못한다. 그런데 모두를 지배하는 것처럼 영화가 흘러가니 그저 당혹스럽다. 이것이 과연 소영역에 대한 어떤 의도인가?
내가 이 정도로 이 영화에 실망한 이유는 이것이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영화이기 때문이다. 그는 전작인 '파비안느에 관한 진실'에서도 무언가 어색한 느낌을 주었지만 그것은 다른 배경과 그로부터 분산된 주제에서 오는 특이함이었지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흔적은 분명히 느낄 수 있었다. 그러나 이번 영화는 전혀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영화답지 못하다. 재밌는 영화지만 좋은 영화는 아니다. 이 영화가 다른 감독의 작품이었다면 오히려 즐겁게 보았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영화가 이래서는 안 된다. 명장에겐 명장만이 할 수 있는 것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