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두근두근 호이안

베트남 호이안

by Atsu

4월 1일, 체크아웃 시간까지 뭉그적거린다.


어젯밤 간식을 먹으며 대충 호이안 올드타운 근처에 숙소를 잡았다. 처음엔 안방해변이나 외곽 쪽으로 잡을까 했는데 호이안은 올드타운만 보면 되지 않을까 싶었고 조금 귀찮았다. 다낭에서 호이안으로 가는 데는 30분 정도, 오행산을 지나 좀 더 내려가면 호이안이다. 대중교통을 찾아봤지만 마땅한 수단이 없었고 결국 공항에서 태워준 기사에게 카톡으로 가격을 물어본다. 30만 동, 굉장히 비싼 가격이라는 생각이 들지만 마땅히 다른 방법도 없고 그랩보다 조금 저렴해서 그냥 타기로 한다. 현금으로만 받고 마침 나도 현금을 뽑아둬야 하니 가는 도중 수수료가 무료인 ATM에 들러달라고 하면 될 것이다. 점심은 다낭에서 먹고 가야지 싶어 1시 반 정도에 가기로 한다.


어제 남은 간식들을 전부 털어먹으며 마지막에 마지막까지 버티다 체크아웃을 하러 나온다. 베트남이 정말 좋은 건 보통 체크아웃이 12시까지라는 것이다. 나같이 늘 뭉그적거리는 사람에겐 감사한 일이다.


체크아웃을 하고 직원들이랑 떠들기 시작한다. 한 친구는 어릴 적 한국어를 공부하고 자격시험 같은 것도 봤다고 한다. 한번 유창한 한국어를 들어보고 싶었지만 오래전이라 까먹었다고 절대 안 한다. 생김새도 서울에서 분명 마주친 거 같은 인상이라 한국어를 한다면 정말 한국인처럼 느껴졌을 텐데 아쉽다. 호이안에서 갈만한 식당도 추천받고 지금 갈 식당도 추천받아본다. 정말 좋은 친구들이다.

조금 걸어 추천받은 식당으로 왔다. 생선을 활용하는 국숫집이다. 꼭 먹어야 한다고 짚어준 메뉴를 먹는데 어묵 국수였다. 뜨끈한 국물에 쫄깃한 면발, 거기에 바다향과 씹는 맛을 더해주는 어묵. 맛이 있을뿐더러 가격이 한화 1500원 정도니 충격적이게 저렴하다. 어제 점심도 그렇고 다낭이 저렴하고 맛있는 식당들이 많다는 생각이 스쳤다.


식사도 잘 마쳤으니 숙소로 돌아와 호이안으로 떠난다. 좋은 친구들이랑 별거 아닌 걸로 웃으며 떠들 수 없어진다는 건 조금 슬펐다.


호이안으로 가면서 계획한 대로 현금을 먼저 뽑는다. 베트남에서 처음이라 조금 당황했지만 수많은 설명들을 참조해 금방 뽑을 수 있었다. 수수료 없이 환전한 금액을 수수료 없이 뽑아 사용할 수 있는 카드가 있다니 쓸 때마다 감탄한다.


가는 동안 박항서나 손흥민이나 페이커 같은 이야기를 나눈다. 다낭에서 식사를 정말 저렴하게 잘했다 하니 호이안은 더 비쌀 것이고 하노이는 엄청 비쌀 것이며 여기가 물가가 가장 저렴하다는 이야기를 해준다. 실제로 베트남 여행하는 내내 식비가 점점 올라 슬펐다.


안방해변을 지나 호이안을 들어오자 좁은 곳에 사람의 밀도가 높아지기 시작한다. 그리고 차 밖으로 보이는 풍경만으로 다낭과 분명하게 다른 공기도 느껴진다.


금방 숙소에 도착하고 체크인을 한다. 사진으로 봤을 때는 알 수 없었던 말도 안 되는 숙소 컨디션에 한숨이 절로 나온다. 매번 귀찮다고 섣부르게 2박씩 잡는 내가 다시 미워진다.


뭐 어쩌랴, 대충 짐을 풀고 밖으로 나간다. 다낭에서는 해를 보기 힘들었는데 그래도 여긴 나름 햇빛이 반겨준다. 숙소의 바로 앞이 올드타운이니 조금 돌아걸어도 호이안 특유의 노란 건물들이 슬슬 보인다.

점점 안쪽으로 들어갈수록, 투본강의 물이 눈에 담길수록 뭔지 모를 느낌이 강하게 고개를 든다. 정말 말도 안 되게 많은 관광객들로 꽉 차있지만 호이안은 확실히 특별한 바이브가 존재한다. 오래되고 정체된 무언가가 품은 아름다움, 그 분위기에 감탄이 나왔다.

오래된 골목과 건물의 연식이, 흘러나오는 차향과 커피향을 진하게 만든다. 한 때는 아시아 최대의 국제무역항 중 하나로 다양한 세계에서 온 사람들이 뒤섞여 영원히 활기를 잃지 않을거 같았던 호이안, 그러나 순식간에 성장한 다른 항구 도시들에 밀려 소외되고 버려졌다. 그러나 그렇게 버려졌기 때문에 이같이 유일무이한 시간의 향기를 내게 전해줄 수 있는 것이다. 이 얼마나 아름다운 역설인가?


마냥 걸어 다니고 싶지만 사람이 너무 많아 분위기에 취해있기만은 힘들다. 올드쿼터 중심가를 지나 북쪽으로 계속 올라가면 다낭에서 추천받았던 가게가 있으니 가본다. 꽤 긴 시간을 걸어가 봤지만 아직 이른 시간이라 그런지 노점의 흔적만 있고 횅하다. 텅 빈 거리에서 서너 명이 장사 전에 앞서 요깃거리 정도 하는 모습만 보인다. 약간 억울하고 아쉽지만 왔던 길을 그대로 돌아간다.


올드쿼터를 들어가기 이전에 살짝 더 돌아가니 초입에 노점이 몇 개 있다. 꼬치구이 냄새가 흘러넘치지만 반미 간판을 지나칠 수 없다.

베트남에서는 잊을 만하면 비건 메뉴들이 눈에 띈다. 육식이 포함되지 않는 식사를 지양하지만 이건 반미고 엄청나게 저렴하니 먹어본다. 역시 맛있다. 고기 없이 다채로운 맛을 내는 속 재료도 신기하지만 특히 바게트의 식감이 뛰어나다. 가판 앞에 아무렇게나 놓인 의자에 앉아 맛과 가격에 감탄하는 시간을 갖는다.

올드쿼터로 돌아가 그대로 걷다 보니 커다란 건물 안밖에 다양한 식당들과 가게가 있는 시장이 나온다. 이 시장 입구 앞에 놓인 거리를 따라 중국인들이 지은 오래된 사당들이 많다.


걷다가 아무 생각 없이 회관을 하나 들어갔는데 알고 보니 운 좋게 문 닫기 직전에 유명한 푸젠화교회관을 들어갈 수 있었다.

여기는 중화풍의 베트남 양식보다 중국 양식에 가깝게 지어진 사당일테다. 동양 건축양식에 미천한 지식을 가지고 있는 나는 중국과 베트남의 건축양식을 구별할 수가 없다. 특히 화려한 색감과 장식이라는 공통점이 너무 눈에 띄게 확실하니 둘이 더욱 같아 보인다. 다만 한중일의 건축양식에서 구별되는 지붕의 생김새를 생각할 때, 가장 장식이 화려하고 곡선을 많이 활용한다는 중국식 처마를 볼 수 있다.


한편 해가 저물어가면서 화려한 풍등이 빛을 발하기 시작한다.

하늘이 어둠에 가라앉는 지금, 이 거리는 그 진가를 보인다.

해가 작별을 고할때 하늘은 주황색 분홍색 보라색 제멋대로 그 얼굴을 물들인다. 세계 어디서나 작별의 이 순간은 아름다울 테지만, 지금 여기는 내 넋을 내놓아야 할 정도였다.

물론 사람이 만든 빛이 완전히 점령한 이곳도 아름답다. 그러나 관광객은 더욱 많아지고 수없이 배를 태우려는 호객에 지쳐간다.

걸을 만큼 걷고 구경도 했으니 이제 저녁식사로 마무리해야겠다. 아무래도 확실히 다낭보다 비싸졌기 때문에 어디를 갈지 망설여진다.

강가에 있는 적당히 세련된 가게에 들어간다. 메뉴에 역시 다낭에서 추천받았던 호이안 특식 까오라우가 있기에 주문해 본다. 점원이 친절하게 외국인이 먹기 힘든 맛일 수도 있다고 한다만 도전한다.

뭔가 빠진 거 같은 밍밍한 밀가루 맛이다. 근데 이 아래에 살짝 깔린 소스가 꽤 취향에 맞아 더 요청해 끼얹어보았다. 단숨에 다른 음식이 되었다. 특히 차슈와 크루통이 소스랑 어우러지니 하나씩 내 뱃속으로 사라져 갈 때마다 아쉬운 마음이 들 정도다.


매우 친절한 직원이 눈 마주칠 때마다 웃어주고 따뜻한 차도 리필해 주고 또 다른 식당도 추천해 준다. 식당이라기보다 고급 카페에 가까워 별 기대는 없었지만 여러모로 만족스러운 식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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