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집

이태원 시장 골목에서 맡은 여수 밤바다의 향기

by 푸드디렉터 김유경

'뭐야? 지도에서 검색이 안되는데?' 안젤라는 평소 길눈이 밝은 편이긴 하지만 지도와 네비게이션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에 지도에 안나오면 당황하기 시작한다. 알고 지낸지 2년은 되었지만 최근에 같이 방송을 하며 음식과 여행 이야기를 나누며 친해진 모신문사의 기자님의 지령 (?) 으로 이 곳으로 찾아왔다. 네비에 식당 이름을 찍지말고 '시장 골목'이라고 찍으면 내가 나와있을테니 일단 오라고 한다.


정말 시장 입구 한복판에서 택시를 내리고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여기야! 여기!' 반가운 미소를 나누고 기자님의 뒤를 바싹 쫒아갔다. 조명 하나 제대로 안되있는 경리단길의 시장골목에 들어가니 상당히 음습한 기운이 몰려온다. 음식점만 있는게 아니라 철물점, 구멍가게 들이 모여있는 길이었는데 철물점 옆에 있는 한 식당의 문을 드르륵 열었다.


여수식당의 푸짐한 기본 반찬


'오, 안녕하세요!!' 예기치 않은 분들이 더 앉아 계셔서 돌고래톤으로 반갑게 인사하고 자리에 앉았다. 참깨가 잔뜩 뿌려져있는 계란후라이와 간장게장, 밥, 김, 김치들이 깔려있었다. '간장게장 주문하신거예요?' '아냐, 기본반찬이야' 에에~ 기본 반찬으로 간장게장을 준다고? 옆에는 하얀 설탕에 버무린 떡볶이 튀김도 있었다. 대체 몇년 만에 본 음식이던가! 기본 반찬에서부터 기대감이 부풀기 시작했다


추억의 설탕에 버무린 떡튀김



그리고 이어져 나오는 커다란 생선 두마리. 덕자라고 불리는 병어찜과 가자미 튀김이 나왔다. 덕자는 병어를 부르는 전라도 방언인데 뭔가 병어라는 이름보다 덕자가 더 정감이 간다. 대파와 청양고추가 송송 올라가있고, 이 집만의 간장베이스의 양념과 함께 쪄서 나왔다. 가자미 튀김은 겉은 황금색으로 바삭하게 튀겼고, 속살은 촉촉하게 익어있었다.


여수에서 갓 잡아올린 덕자와 가자미



덕자의 두툼한 살을 떼어 간장에 찍어먹으니 후덕한 생선 육즙과 고추간장의 감칠맛이 서로 엉겨 입 안에서 폭발적인 맛을 냈다. 생선을 먹을때 가장 귀찮은데 가시를 발라내는건데 덕자는 뼈대가 굵은 생선이라 가시가 많지도 않고, 살점이 크게 떨어져서 먹기도 편하다. '갈치는 치사하게 살이 떨어져서 갈치고, 덕자는 후덕하게 살이 떨어져서 덕자인가봐요 아하하' 헛소리를 나누면서 소맥과 함께 말아먹기 시작했다.



후덕한 덕자의 살

이 음식과 가장 잘 어울리는 술은 당연 소맥! 특히 요즘은 테슬라라고 테라와 참이슬을 배합해서 만든 소맥을 즐겨먹는데, 테라 특유의 달달함과 참이슬의 깔끔한 맛이 잘 어울린다. 덕자 한점, 소맥 한잔, 가자미 한점, 소맥 한잔... 먹다보니 목소리가 커지고 웃음 소리가 만개한다


미래에 대한 희망이 느껴지는 맥주 방울


기분이 한껏 좋아진 안젤라가 테라 맥주병을 집어 들고 입술에 병을 붙혔다. 그리고 양쪽 입꼬리에 힘을 주고, 리코더를 불듯 맥주병을 불어대기 시작했다. '뿌우~' 뱃고동 소리가 크게 나기 시작했고, 초등학생 때의 기억을 되살려 30대의 폐로 열심히 연주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옆에 있는 영은언니가 소주병을 집어들었다. '뽀오~' 맥주병에 비해 길이도 짧고 좁기 때문에 더 귀여운 소리가 났다.


그렇게 소맥 연주회를 시작한 우리는 불다보니 욕심이 생겨서 술병에 담긴 술 양을 조절하면 도레미파솔라시도까지 소리를 낼 수 있을 거라며 진지해지기 시작한다.

유쾌한 사람들의 소맥연주회

그렇게 신명나게 마시고, 연주하다가 신김치가 듬뿍 들어간 김치찌개가 나왔다. 김치찌개 한 입을 먹으니 눈이 번쩍 떠지며, '크~~흐' 아저씨 소리를 내며 해장을 함께 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어지는 소주 한잔. 먹고, 마시고, 해장하고, 또 마시는 무한궤도에 빠진 우리들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여수 식당에서 하하호호 떠들며 식사를 이어갔다.


해장하면서 술을 먹게 만드는 마성의 찌개


벽에 붙어있는 메뉴판을 보니 간단한 식사 메뉴도 있다. 생선구이, 내장탕, 육개장, 해물볶음밥, 김치볶음밥, 낙지비빔밥 등 여러가지가 있었는데 대부분 1만원대 미만! "혼자와서 먹어도 맛있겠다! 나중에 음식만 제대로 즐기로 다시 와봐야겠다" 안젤라의 이 한마디가 모든걸 말해주는 매력적인 여수의 맛이었다.




여수식당

주소: 서울 용산구 회나무로 13길 시장골목 안

영업시간: 15:00 ~ 새벽 5:00


글 | 사진 푸드디렉터 김유경

(angelakim@tasty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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