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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페로티보로 워밍업하고, 마르게리타 화덕피자로 Move

푸드디렉터 안젤라가 바라보는 세상

뜨라또리아, 오스테리아, 리스토란테, 프로슈토, 그라노파다노, 비노, 핏짜, 파스타, 돌체… 우리가 외식을 하다보면 자주 보는 단어들이 있는데 대부분이 이탈리아어다. 그 이유는 우리나라에 있는 외국 레스토랑 중에서 중식당 다음으로 가장 많은 곳이 이탈리아 레스토랑이기도 하고, 그 어떤 퀴진보다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전세계 푸드러버의 성지. 한번가면 누구나 매력에 빠져버리는 곳. 안젤라의 아홉번째 푸드트립 목적지는 이탈리아다.


Il be paese 아름다운 나라, 이탈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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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사람들이 우리나라를 부를 때 한국이라고 하는 것처럼, 이탈리아 사람들은 자국을 부를때 일 벨 파아제 (Il bel Paese) 라고 한다. 이탈리아 말로 아름다운 나라라는 뜻으로 이탈리아의 지형, 도시, 사람, 요리, 식재료, 패션 등을 한 단어로 표현할 수 있는 말이다. 이탈리아의 지역 시장에만 가도 화려한 색감과 다양한 식재료들, 씨끌벅적한 소음이 뒤엉켜 있고, 유서깊은 광장 주변에 있는 레스토랑을 들어가면 최소 300년 이상 된 곳들이 많다. 직업 특성상 식당에 갈때마다 레스토랑 주인장들에게 “여기는 언제 오픈했어요?” 라고 물어보는데 툭하면 300년이다. 우리나라에서도 꽤 맛있는 음식점들을 가보면 ‘3대가 운영하는’ 이라는 수식어를 많이 붙히는데 그런 논리와 비슷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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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의 아름다움은 특히 식문화에서 더 빛난다. 현대 이탈리아 요리는 이탈리아에서 직접 생산하는 식자재를 기본으로 한다. 물론 아주 오래전으로 돌아가면 16세기에 이탈리아 남부에 머물던 스페인 통치자가 토마토를 스페인에서 수입해오기도 했지만, 토마토, 치즈, 햄, 올리브, 앤초비 등등 이탈리아의 맛을 책임지는 Taste Maker는 모두 로컬 생산이다. 특히 커피에 대한 자존심은 더 대단한다. 이탈리아에서 식사를 하는 순서대로 음식에 대해 하나하나 이야기를 나눠보겠다.


워밍업하고 먹어야지, 아페리티보 타임! (Aperitivo Ti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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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사람들은 주로 8시부터 저녁 식사를 시작해서 저녁 11시~12시까지 먹는다. 그래서 이탈리아로 출장을 간 한국의 몇몇의 바이어들은 이 사람들은 대체 밥을 왜 이렇게 늦게 먹는거야하고 툴툴거리기도 하는데, 식사전 워밍업 타임을 모르고 있기 때문이다. 바로 아페리티보 타임! 아페리티보는 오후 5시부터 8시까지 식사를 하기전에 저도수의 칵테일과 바 메뉴로 식욕을 돋우는 이탈리아의 식문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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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에 있으면서 밀라노, 피렌체, 볼로냐, 리미니 등 다양한 지역을 가보았는데 이 문화는 전국 공통이다. 특히 이때 아페리티보를 제공하는 레스토랑이나 노천까페에 가면 해피아워 타임이라고 붙혀두고, 술을 시키면 간단한 핑거푸드는 무제한으로 준다. 아페리티보는 1757년 친차노 형제가 베르무트 (Vermouth) 라는 칵테일을 발명하면서 토리노 Torino 라는 지역에서 먹기 시작했다. 베르무트 칵테일의 가장 중요한 요소는 바로 캄파리 (Campari) 아래 사진에서 보는 것처럼 오렌지색 술을 말하는데 당시에 마르티니 앤드 로시 (Martini & Rossi) 라는 주류회사가 토리노에서 캄파리 사업을 시작하면서 아페리티보 문화가 만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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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간단한 아페리티보 음료는 캄파리에 이탈리아 스파클링 와인인 프레세코 (Presecco)를 넣고, 레몬을 띄우는 것이다. 별거 아닌 것 같지만 캄파리 특유의 쌉싸름한 맛을 탄산이 있는 프레세코가 띄워주고, 새콤한 레몬향으로 식욕을 돋우니 몇 잔 먹다보면 이상하게 배가 고파진다. 꽤 괜찮은 까페를 가면 프로슈토, 치즈, 크래커 등을 무제한으로 준다. 짭쪼롬하고 바삭한 음식들과 같이 먹으면 위가 꿈틀꿈틀거리기 시작한다. 말그대로 워밍업주다. 이제 배를 채우러 가자.


마르게리타 여왕을 위한 선물, 마르게리타 피자

피자를 빼놓고 이탈리아를 말할 수 없고, 이탈리아를 빼놓고 피자를 말할 수 없다. 특히 이탈리아레스토랑에 한번이라도 가본 사람은 마르게리타 피자를 본적이 있을 것이다. 마르게리따 피자는 1889년 화덕피자의 성지 나폴리에서 라파엘레 에스포지토 (Raffaelle Seposito)가 마르게리따 이탈리아 왕비에게 바치기 위해 만든 음식이다. 여왕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서 이탈리아의 국기 색깔에서 영감을 받아 붉은 토마토, 하얀 모짜렐라치즈, 그리고 초록색 바질을 재료로 넣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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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자에 대해 조금 깊게 이야기를 한다면 고대 로마시대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당시에 피자는 오븐에 Picea 라고 불리는 포카치아 형태로 구웠다. 도우 위에 올리브, 앤초비와 같은 간단한 재료들만 올렸는데 1858년에 출판된 책 <나폴리와 주변의 풍속과 습관>을 보면 피자의 원형은 더 단순했다. ‘제빵용 반죽 한쪽을 준비하여 밀방망이로 밀어 펼치거나 손바닥으로 두드려 피세요. 그리고 머릿 속에 떠오르는 재료들을 올려 올리브유나 라드를 두르고 불에 익혀드세요.’ 오븐, 밀가루, 토마토, 치즈, 올리브오일만 있으면 누구나 간단히 만들 수 있다. 그렇게 나폴리 피자가 대중화되면서 이탈리아 전역으로 퍼져나갔는데 아메리칸 스타일 피자가 빠르게 성장하면서 이탈리아 피자의 아성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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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위협을 느낀 이탈리아 사람들은 나폴리 피자를 보존해야겠다고 결심해 1984년 정통 나폴리 피자 협회 (Associazione Verace Pizza Napolitana : AVPN) 을 설립했다. 와인과 치즈의 품질을 보장하는 DOC 제도도 피자에도 도입해 1997년 DOC 기준에 준하는 피자를 만들어 인증에 성공해 이 곳의 인증을 받아야 진정한 나폴리 피자라고 부를 수 있다. 협회의 사이트에 들어가면 나폴리 피자 인증을 받기 위한 8가지 조건을 나열해 놨다. 반드시 장작 화덕에서 구워야 하고, 화덕의 온도는 485도 이상이 되야하고, 형태는 둥근모양이여야 하고, 지름이 35cm를 넘어서는 안된다. 또, 피자반죽은 반드시 손으로 해야 하고, 반죽의 두께는 2cm 이하로 만들되, 가운데 두께는 0.3cm 를 넘어서는 안된다. 그리고 토핑은 반드시 이탈리아 산지의 토마토와 치즈를 사용해야 하며, 쫄깃하고 부드러우며, 손으로 쉽게 접을 수 있어야 한다. 오래전부터 음식 하나에 대한 기준을 만들어 두고, 지켜왔기 때문에 지금처럼 이탈리아 요리가 미식의 근본이 되었다고 본다. 피자를 먹었으니 이제 다음 여정은 피렌체의 피오렌티나 스테이크와 와인이다. (다음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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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사진 푸드디렉터 김유경 (안젤라) (foodie.angela@gmail.com)
푸드디렉터 김유경 (필명 안젤라) 은 디지털조선일보 음식기자 출신으로 MBC 찾아라 맛있는 TV, KBS 밥상의 전설, KBS 라디오전국일주와 같은 방송프로그램에 출연해왔고, 테이스티코리아 유투브채널을 통해 한국의 맛을 전세계에 알리고 있다.

최근에는 안젤라의 푸드트립 채널을 통해 세계 음식과 술, 그리고 여행지를 국내에 알리고 있으며, 네이버 포스트와 네이버 TV (http://tv.naver.com/angelafood) 를 통해 만날 수 있다. 요리는 오감을 깨우는 여행이라는 철학으로 오늘도 맛있는 기행을 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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