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드디렉터 안젤라가 바라보는 세상
삼다도, 삼무도, 탐라. 모두 제주도를 일컫는 말이다. 삼다도는 돌, 바람, 여자가 많은 섬이라는 뜻이고, 삼무도는 도적과 거지가 없어서 대문이 없는 섬을 말하고, 탐라는 제주도의 옛 이름이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섬이자 불과 물이 빚어낸 대한민국 최남단의 화산섬. 최근에는 수려한 자연 환경만큼 젊은이들의 멋진 아이디어와 문화 콘텐츠로 감각적인 명소들이 생겨나고 있어 언제가도 새롭고 즐겁다. 안젤라의 푸드트립 열일곱번째 목적지는 제주도다.
제주에서의 아침은 몸국으로 시작한다. 김희선 몸국이라는 곳은 공항에서 차로 10분이면 갈 수 있는 곳이라 제주에 갈때마다 가장 먼저 달려가는 곳인데 몸국이라는 이름이 다소 생소할 수 있다. 여기서 몸은 사람의 몸을 말하는게 아니라 모자반이라는 해초류를 부르는 제주 방언으로 톳처럼 생겼는데, 모자반을 넣고 끓이면 제주의 바다 내음새가 끓어오르기 시작한다. 아침 7시반부터 영업을 시작하는데 다들 어떻게 알고 왔는지 아침부터 줄을 기다리는 모습이 진풍경이다.
메뉴는 몸국, 육개장, 성게미역국, 고등어구이 네가지 밖에 없는데, 처음 방문한다면 몸국과 성게미역국으로 시작해시길! 몸국은 된장을 풀어 칼칼한 육수에 모자반을 한웅큼 넣어 끓여낸 국으로 입에 넣었을 때 오독오독 씹히는 기분이 참 좋다. 미네랄과 섬유질도 많아서 제주도민들의 보양식으로도 알려져 있는데, 국물 한 스푼을 떠먹어보면 제주 바다 한 입을 떠 먹는 것 같은 기분이 들어 기분이 좋아진다.
배를 든든하게 채웠으니 이제 동문시장으로 투어를 하러 가보자. 동문시장은 제주도 최대의 재래시장으로 동문시장, 동문 수산시장, 동문 풍물시장, 동문 공설시장이 합쳐져있는데 제주도 특산물인 은갈치부터 흑돼지, 감귤, 한라봉, 천혜향, 레드향, 오메기떡, 제주 막걸리 등 없는 것 빼고 다 있다. 시장을 둘러보면 제주 사람들이 어떤 식재료를 즐겨먹는지, 어떤 성격을 가지고 있는지, 어떤 생활양식을 누리고 살고 있는지 알 수 있다. 시장을 돌아다니다 배가 고파진다면 멀리갈 것 없이 시장에 있는 맛집으로 찾아가자.
추천 메뉴는 은갈치조림. 아무래도 수산 시장이 있다보니까 가장 신선한 재료를 이용한 음식이 제일이고, 시장 안에 있어서 멀리 갈 필요없이 배를 두둑히 채울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꺼멍도새기라는 식당을 찾아갔는데 이름만 보면 흑돼지 전문구이집 같지만, 가장 인기있는 메뉴는 은갈치조림이다. 갈치 매니아라 서울 남대문에 있는 갈치 골목도 가보았지만 이 곳만큼 맛있는 곳은 없었다. 인당 두툼한 갈치 세 토막이 나오는데 살이 어찌나 많은지 살만 먹어도 배부르고, 입에 쪽 붙는 매콤한 양념, 그리고 그 양념으로 졸인 부드러운 무조림까지 대단히 맛있다. 밥도둑 삼형제라고 할 정도로 갈치, 양념, 무조림이 맛있는 곳이다.
한국 술의 역사를 살펴보면 신석기시대부터 곡물을 직접 재배하고, 곡물로 술을 만들어 먹었다고 말한다. 그 중에서 조, 피, 수수 등을 즐겨먹었는데 이때부터 이를 이용해 술을 만드는 제조 방법도 습득하였다고 한다. 특히 조를 이용한 막걸리, 발효주, 증류주 등을 만들어 먹기 시작했는데 제주의 오메기술과 고소리술이 바로 그 제조법을 바탕으로 만든 술이다. 제주시에 있는 제주샘주는 농식품부 찾아가는 양조장으로 선정된 곳으로 제주의 천연 화산암반수와 청정한 농산물로만 술을 빚는 곳이다. 대표적인 술로는 오메기술, 고소리술, 세우리, 니노메가 있는데 오메기는 차조를 일컫는 제주 방언으로 이를 발효하면 오메기술, 증류하면 고소리술이 된다. 전통적인 방식으로는 오메기떡을 누룩과 함께 넣어 만들었는데, 현재는 오메기 (차조)와 맵쌀, 누룩 등을 넣어 만든다. 제주샘주 김숙희 대표는 ‘온 정성을 다하여 모든 이에게 이로운 술이 되자’ 라는 사명을 바탕으로 먹고 취해버리는 것이 아닌 맛있는 음식에 곁들여 먹는 좋은 친구로서 술을 먹는 문화를 이어가고 싶다고 말한다.
양조장에서 오메기술 한 잔을 마시니 적당히 달큰한 것이 제주의 신선한 회가 생각난다. 이 곳에 오면 양조장 투어뿐만 아니라 쉰다리 체험, 오메기떡 체험, 칵테일 만들기 체험 등을 할 수 있고, 아주 저렴한 가격에 술도 살 수 있어 술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완벽한 관광 코스다. 신청은 10인 이상만 가능하며 인당 15,000원으로 홈페이지를 통해 사전 예약이 가능하다.
언제부터였을까? 제주 흑돼지를 먹을 때 멜젓을 찍어먹기 시작한 시점말이다. 멜은 제주도 방언으로 멸치를 뜻하고, 멸치를 소금에 절여 만든 젓갈 음식인데 언젠가부터 멜젓을 보면 제주 흑돼지가 생각나고, 제주 흑돼지를 보면 멜젓이 생각난다. 제주도 흑돼지 전문점 돈사돈이 바로 이 문화를 만든 곳인데, 고기를 주문하면 멜젓에 마늘, 고추를 가위로 잘라 넣어 숯불의 열로 끓여준다. 짭쪼름한 바다의 맛과 함께 멸치 특유의 향으로 고기의 느끼함을 잡아주는데, 안먹고 돌아왔으면 후회했겠다라는 생각이 들정도다. 함께 곁들이는 술로는 한라산 소주와 제주 맥주에서 생산한 제주 위트 에일을 추천한다.
한라산 소주는 제주의 물로 만든 소주로 깔끔함이 인상적이고, 제주위트에일은 제주 감귤 껍질을 넣어 만들어 산뜻하게 먹을 수 있다. 한라산 소주와 제주맥주 역시 양조장을 오픈해 일반인들도 술의 제조 과정을 볼 수 있어 시간이 된다면 양조장 투어도 추천한다. 제주의 하루는 맛있다.
글 | 사진 푸드디렉터 김유경 (안젤라) (foodie.angela@gmail.com)
푸드디렉터 김유경 (필명 안젤라) 은 디지털조선일보 음식기자 출신으로 MBC 찾아라 맛있는 TV, KBS 밥상의 전설, KBS 라디오전국일주와 같은 방송프로그램에 출연해왔고, 테이스티코리아 유투브채널을 통해 한국의 맛을 전세계에 알리고 있다. 최근에는 안젤라의 푸드트립 채널을 통해 세계 음식과 술, 그리고 여행지를 국내에 알리고 있으며, 네이버 포스트와 네이버 TV (http://tv.naver.com/angelafood) 를 통해 만날 수 있다. 요리는 오감을 깨우는 여행이라는 철학으로 오늘도 맛있는 기행을 떠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