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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지의 연못, 평택의 쌀로 만든 막걸리 그리고 세계음식

푸드디렉터 안젤라가 바라보는 세상

평택(平澤) 은 평지의 연못이라는 뜻으로 실제로 광활한 평야와 연못이 많아 평택이라는 이름이 붙혀졌다. 지리적으로 경기도의 최남단에 있고, 평균해발고도가 100m 이하로 낮기 때문에 다른 도시에 비해서 겨울에 따뜻하다. 그래서 평택은 좋은 쌀과 물로 유명하고, 1952년 미군기지가 자리를 잡으면서 경기도의 이태원이라고 불리는 평택국제중앙시장도 명물로 자리잡았다. 안젤라의 푸드트립 열다섯번째 목적지는 평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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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택의 쌀과 물로 만든 호랑이 배꼽 막걸리 & 증류주 소호 양조장, 밝은세상영농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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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9시반, 서해안 고속도로를 타고 서울에서 평택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평일 기준 약 1시간 30분정도 걸리는 거리로 가까운 곳이지만 고속도로를 달리니 뭔가 대단한 여행을 떠나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평평한 길목을 따라 가장 먼저 도착한 곳은 맛있는 평택 쌀로 술을 만드는 양조장 밝은세상영농조합이다. 밝은세상영농조합은 2018년 찾아가는 양조장으로 선정된 곳으로 호랑이배꼽막걸리와 증류식 소주 소호를 만들고 있는 마이크로 브루어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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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 호랑이 배꼽을 가르키는 모습, (우) 호랑이배꼽 캐릭터 꼬비와 안젤라


나무로 둘러쌓여 있는 고즈넉한 곳에 자리잡고 있는 이 곳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들으면 더 흥미롭다. 먼저 호랑이 배꼽이라는 이름을 지은 이유는 한반도를 호랑이가 기상하는 모양으로 봤을때 평택이 호랑이의 배꼽 자리에 자리잡고 있고, 배꼽이라는 것은 어미와 자식을 연결시켜주는 고리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특히 평생 화가로 살아온 이계송 화백이 배 과수원을 하는 아버지의 가업을 이어받아 만든 곳으로 현재는 디자이너이자 사진작가인 두 딸도 귀촌을 결심하고 함께 운영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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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이 운영하고 있는 작은 양조장이지만 1942년에 지어진 고택을 개조하여 술을 맛볼 수 있는 체험장과 호랑이 배꼽 막걸리와 소호 증류주를 맛볼 수 있는 시음장과 민속 주점을 운영하고 있다. 특히 예술가 집안이 운영하는 양조장인만큼 곳곳에 이계송 화백이 직접 그린 그림들이 전시되어 있어 보는 재미도 더 한다. 실제로 왼쪽 사진에 있는 그림이 소호 증류주의 레이블에 붙어 있어 프리미엄 증류주로서의 의미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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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랑이배꼽막걸리의 맛은 독특하다. 뚜껑을 열 때 은은한 배 향이 흘러나오는데, 과거에 배 과수원을 하던 곳이여서 땅에 스며들어 있는 배 향이 그대로 술맛에 베어나온다. 마치 떼루아가 와인의 맛에 영향을 미치는 것처럼 말이다. 아스파탐, 스테비오 같은 인공첨가물 없이 오로지 평택산 햅쌀과 현미, 천연 암반수로만 만든 막걸리로 와인으로 치면 내추럴 와인과 같은 막걸리다. 실제로 둘째 딸이 피부가 예민해서 첨가물이 들어간 음식을 먹으면 알러지가 생겨, 딸이 먹을 수 있는 술을 만들고자하는 아버지의 사랑으로 시작된 술이라고 한다. 어머님은 준치 김치의 명인으로도 소개된 바가 있는데 요즘엔 준치대신 밴뎅이 김치를 직접 만들어 시음장에 직접 온 사람들이 맛볼 수 있게 조금씩 준비하고 있다. 온 가족이 모여 운영하는 양조장인만큼 모든 것이 조심스럽고, 철학이 담겨 있는 멋진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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밝은세상영농조합

경기도 평택시 포승읍 희곡리 66-1 / 031-683-0981

호랑이배꼽막걸리 인스타그램 https://www.instagram.com/tigercalyx/


경기도의 이태원, 세계문화의거리 평택국제중앙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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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5 전쟁의 발발로 1952년 미군 기지가 들어선 평택. 전쟁 중 공군이 필요해서 부대를 만들었고, 미군 기지를 중심으로 상권이 발달해 자연스럽게 그 앞에 신장동 쇼핑몰이 생는데, 그곳이 바로 지금의 평택국제중앙시장 (Pyeongtaek Internatioanl Central Market) 이 되었다. 한글보다 영어 간판이 더 눈에 많이 보이고 경기도의 작은 이태원이라고 불리는 이 곳에서는 다양한 인종과 문화, 먹거리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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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네팔, 멕시코, 베트남, 태국 등 다양한 나라의 음식들뿐만 아니라 미군들이 즐겨가는 클럽들도 있는데 거리를 활보하는 외국인들이 많아 이태원을 연상케한다. 재밌는 이야기 하나는 유난히 가게 간판을 보면 송씨네, 김씨네, 이씨네 등 사람의 성을 붙인 가게명이 많은데 외국인들이 많다보니 한글 이름을 부르기도 어렵고 외우기도 어려워, Mr.Song, Mr.Kim, Ms.Lee 등 성으로만 기억한다고 한다. 그래서 평택국제중앙시장의 명물인 송쓰버거, 미즈리버거, 미스진 버거 등이 마찬가지의 이유로 이름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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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 찾아간 곳은 송쓰버거로 평택 출신인 연예인 송두학씨가 오픈한 레스토랑으로 오픈 직후부터 입소문을 타서 평택에 온 사람들은 한번쯤은 맛보러 찾아온다고 한다. 매장을 방문하니 주문을 받는 곳과 햄버거를 만드는 곳이 서로 다른 건물에 있었다. 작은 까페처럼 생긴 곳에서 주문을 하니, 마주보고 있는 건물 주방에서 햄버거를 가지고 온다. 은박지로 쌓여있는 두툼한 햄버거가 나오는데 안에 내용물이 가득 차있으니 잘라서 먹을 경우에는 은박지째로 칼로 잘라먹는 것을 추천한다. 이 버거의 핵심은 패티에 있다. 연탄불에 패티를 직접 구워서 불맛이 가득 베여있고, 패티가 질기지 않아 부드러운 식감과 목넘김이 좋다. 개당 4,000원인데 웬만한 수제버거만큼 맛이 좋아 부담없이 먹기 좋다.


송쓰버거

경기 평택시 중앙시장로25번길 12-1 / 031-667-7080



파키스탄 사람이 운영하는 인도 & 네팔 음식점, 스파이스빌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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햄버거를 간단히 먹고 제대로 된 식사를 하기 위해 다시 시장 거리로 나왔다. 송탄 부대찌개를 먹을까 고민을 했지만, 평택국제중앙시장인만큼 이색적인 세계음식을 먹자라는 의견으로 통일되어 영어로 된 간판을 둘러보며 메뉴를 정했다. 미국, 이탈리아, 태국, 베트남 음식점들 사이로 인도 현지의 느낌이 물씬 나는 한 식당이 눈에 들어왔다. 2층에 자리잡고 있고, 입구가 허름했지만 2층이 임대료가 상대적으로 싸기 때문에 재료나 음식 본연의 맛에 충실할 것이라는 믿음으로 올라갔다. 오묘한 조명과 컬러풀한 소품들로 가득차있어 이국적인 분위기가 물씬 났고, 한국말을 조금 하는 파키스탄 남성이 “어서오세요” 반갑게 환영해주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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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름 인도 출장을 세번이나 다녀온지라 자신있게 좋아하는 메뉴를 골랐다. 하나는 갈릭 티카로 마늘맛 탄두리 치킨이라 보면 되고, 하나는 머튼 비르야니로 양고기 볶음밥이다. 게다가 인도의 국민맥주 킹피셔도 판매하고 있어서 인도에서의 추억도 떠올랐다. 갈리 티카는 뼈하나 없는 순살 치킨을 다진 마늘을 넣은 매콤한 탄두리소스에 발라 구워 먹기도 편하고, 한국인 입맛에도 꼭 맞는 요리고, 머튼 비르야니는 양고기를 비린낸없이 잘 조리해 인도인들이 즐겨먹는 얇고 긴 바사미티 쌀과 함께 볶은 요리다. 소위 날라다니는 쌀인데 국내에서 접하기 힘든 초록색쌀, 붉은색쌀도 중간중간 섞여있어서 같은 밥이지만 이색적인 경험을 할 수 있다. 물론 현지인의 입맛에 맞춘 요리라 호불호가 조금은 있을 수 있지만 평택국제시장의 글로벌함을 느낄 수 있는 곳이다.


스파이스빌리지

경기 평택시 쇼핑로 17-1 / 031-668-4444


글 | 사진 푸드디렉터 김유경 (안젤라) (foodie.angela@gmail.com)
푸드디렉터 김유경 (필명 안젤라) 은 디지털조선일보 음식기자 출신으로 MBC 찾아라 맛있는 TV, KBS 밥상의 전설, KBS 라디오전국일주와 같은 방송프로그램에 출연해왔고, 테이스티코리아 유투브채널을 통해 한국의 맛을 전세계에 알리고 있다. 최근에는 안젤라의 푸드트립 채널을 통해 세계 음식과 술, 그리고 여행지를 국내에 알리고 있으며, 네이버 포스트와 네이버 TV (http://tv.naver.com/angelafood) 를 통해 만날 수 있다. 요리는 오감을 깨우는 여행이라는 철학으로 오늘도 맛있는 기행을 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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