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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계 쌀의 기원은 바로 한국! 쌀가공품으로 보는 미래

푸드디렉터 안젤라가 바라보는 세상

어릴 적 학교를 마치고 집에 오면 할머니, 할아버지가 ‘밥은 먹었니?’ 라고 항상 물어봤다. 밥이 꼭 쌀밥을 말하는 것은 아니지만, 밥이라는 것이 워낙 중요했기 때문에 밥은 끼니를 대체하는 말이 되었다. 그런데 ‘한국인은 밥심이다.’ 라는 말은 요즘 현대인들의 식생활을 살펴보면 다소 어긋나는 경우가 많아졌다. 한국 전쟁 이후 미국의 밀가루 식량 원조로 수제비, 국수, 빵과 같은 밀가루 음식이 많아지고, 경제 발전과 더불어 해외로 나가 햄버거, 피자, 파스타와 같은 외국의 음식들을 접하고 오는 사람들이 많아져 식생활에 많은 변화를 끼쳤기 때문이다. 1980년부터 약 30년동안 1인당 쌀 소비량이 급격히 줄어들었는데, 최근 1~2년 사이에는 그 감소세가 눈에 띄게 둔화되기 시작했다. 무엇 때문일까? 안젤라의 푸드트립 스물여섯번째 주제는 쌀이다.


전 세계 쌀의 기원은 한국? 쌀의 기원 ‘소로리 볍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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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을 주식인 대표적인 나라는 한국, 태국, 일본, 중국, 인도 등 아시아 지역에 몰려있다. 농경 사회였고, 기후나 풍토도 잘 맞았지만 쌀은 밀, 옥수수, 보리보다 단위 면적당 생산량이 높아 집중적으로 재배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최근 들어 쌀은 아시아를 넘어 다른 나라로 퍼져 나가고 있는데, 전 세계 쌀의 기원은 다름아닌 한국이다. 1998년부터 2001년 사이, 충북 청원군 옥산면 소로리에 11톨의 볍씨가 발견되었다. 이 볍씨는 중국에서 발견된 볍씨보다 무려 4,000년이나 더 오래된 볍씨로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볍씨’다. 이는 무려 1만 5,000년 전 우리 땅에서 쌀을 먹었다는 증거가 되었고, 영국 BBC의 보도를 거쳐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볍씨로 인정받았다. 예전만큼 쌀밥을 많이 먹지 않는 우리지만 한국인의 자존심을 ‘밥심’에서 찾을 수 있다.


쌀밥보다 편의점 도시락, 물만 부어먹는 죽, 즉석밥 등 쌀가공식품의 수요가 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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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쌀의 기원국가에게도 위기가 찾아왔다. 지난 30년간 출산율 감소, 1인 가구의 증가, 늘어난 외식 등의 외부 요인으로 인해 쌀 수요가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 우리나라의 1인당 연간 쌀 소비량은 해마다 줄어들어 2018년에는 10년 전인 2008년과 비교해 약 20% 감소한 61kg(2018년 기준)를 소비하는 데 그쳤다. 하지만 가정 간편식 (HMR, Home Meal Replacement) 는 식품 업계에서 급격하게 성장해 즉석밥 뿐만 아니라 편의점 도시락, 물만 부어먹는 죽, 쌀로 만든 씨리얼 등 다양한 쌀가공식품이 급격한 쌀 소비 감소를 막아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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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가공식품협회에 따르면 쌀 소비량이 많은 업종으로는 2018년 기준 떡류 제조업 172,317톤으로 가장 높았고, 도시락 및 식사용 조리식품 147,474톤, 탁주 및 약주 제조업이 60,785톤을 기록하며 쌀가공식품이 쌀 소비 촉진에 중대한 역할을 하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한 상을 차려서 먹을 필요도 없고, 빠른 시간 안에 포만감은 채우고, 영양은 고루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서울국제식품박람회 내에서 펼쳐진 라이스쇼에서도 56개사의 쌀가공식품 회사가 참여하여 수준 높은 쌀가공식품을 선보여 큰 인기를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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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에서 더 인정받는 한국 쌀가공식품의 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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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형 식품 업체인 Fresh Direct 홀푸드 조사에 따르면 2019년 미국 식품 트렌드는 ‘건강, 슈퍼푸드, 식물성’이 키워드다. 건강과 환경을 생각하여 육류보다 대체육을 앞세우고, Organic, Sugar Free, Gluten Free, Fat Free 등은 몇 년 전부터 미국 식품업계에서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인증 마크 중 하나다. 특히 유럽인들이 식품을 구매할 때 가장 우선시 하는 것이 글루텐프리 (Gluten Free) 식품이다. 글루텐은 밀가루를 찰지고 쫄깃하게 만드는 성분으로 서양인들이 즐겨먹는 빵이나 파스타 등 밀가루로 만든 식품에 함유되어 있어 피하기가 쉽지 않다. 글루텐은 밀, 보리, 귀리 등에 들어 있는'글루테닌'과 '글리아딘'이 결합하여 만들어지는 성분으로, 물에 용해돼 풀어지지 않는 성질을 갖는 불용성 단백질의 일종으로 밀가루를 먹으면 배가 아프고, 설사, 구토 및 심하여 사망까지 할 수 있는 셀리악병을 유발할 수 있어 유아식부터 노인식까지 글루텐 프리 제품을 선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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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전 쌀가공식품협회의 초청으로 이탈리아 리미니에서 열리는 Gluten Free Food Exhibition (글루텐 프리 박람회)에 참가하여 한국 음식을 선보인 적이 있는데, 대부분의 부스는 각 나라에서 온 브랜드관이였지만, 유일하게 국가관이 있던 곳은 대한민국 한 곳이었다. 한국은 오래전부터 쌀이 주식인 나라이기 때문에 셀리악병을 찾아보기 힘든 ‘셀리악병 청정국가’ 이기 때문이다. 당시에 3살짜리 아이와 함께 온 이탈리아 부부가 한국 부스를 찾아왔는데 “우리 아이는 어릴적부터 글루텐 분해 능력이 없어서 밀가루를 먹으면 거품을 물고 죽을수도 있다는 말에 글루텐 프리 음식만 먹고 있다. 그래서 여러 음식을 조사하던 중 한국은 글루텐이 문제가 되지 않는 나라 중 하나여서 한국 음식에 큰 관심을 가져 찾아왔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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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사람들에겐 당연하게만 느껴졌던 떡볶이, 쌀면, 쌀강정, 쌀튀밥, 쌀 누룽지 등은 해외에서는 생존하기 위해 꼭 먹어야하는 생명의 음식 중 하나다. 농산물 수출 법률상 쌀은 수입 및 수출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쌀가공식품의 활성화와 수출 판로 확충을 위해 제조업체들과 기관들이 협력하고, 라이스쇼, 라이스위크 등 다양한 행사 유치를 통해 우리 나라 쌀 소비량 증가뿐만 아니라 무역 활성화에도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된다.


글 | 사진 푸드디렉터 김유경 (안젤라) (foodie.angela@gmail.com)
푸드디렉터 김유경 (필명 안젤라) 은 디지털조선일보 음식기자 출신으로 MBC 찾아라 맛있는 TV, KBS 밥상의 전설, KBS 라디오전국일주와 같은 방송프로그램에 출연해왔고, 테이스티코리아 유투브채널을 통해 한국의 맛을 전세계에 알리고 있다. 최근에는 안젤라의 푸드트립 채널을 통해 세계 음식과 술, 그리고 여행지를 국내에 알리고 있으며, 네이버 포스트와 네이버 TV (http://tv.naver.com/angelafood) 를 통해 만날 수 있다. 요리는 오감을 깨우는 여행이라는 철학으로 오늘도 맛있는 기행을 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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