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드디렉터 김유경이 바라보는 세상
“구독과 좋아요, 알림 설정까지 잊지마세요!” 요즘은 구독이라는 단어가 그리 생소하지 않습니다. 과거에는 신문이나 녹즙 등이 구독의 대상이었지만 이제는 상품을 넘어 서비스, 콘텐츠, 심지어 누군가의 취향을 구독하는 것이 요즘입니다. ‘구독 경제 (Subscription Economy)’ 라는 새로운 경제 모델이 주목을 받기 시작했고, 이 모델은 밀레니엄 세대와 디지털 네이티브인 Z 세대에게 영향을 받기도하고, 그들의 라이프 스타일을 바꾸며 쌍방향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죠. 구독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식품 산업에서 구독 경제는 어디까지 발전해왔는지, 그리고 구독의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지 생각해보겠습니다.
구독 (購讀). 한자의 의미를 살펴보면 무엇인가를 ‘구’입하여 ‘독’서하는 것이 구독의 첫번째 의미입니다. 그래서 과거에는 책이나 잡지, 신문 등이 구독의 대상이었지요. 필자는 밀레니엄 세대에 속하는데요, 어릴 적 매일 아침 ㅇㅇ일보 신문을 읽으며 아침 식사를 하는 아버지와 1주일에 3번씩 현관 문고리에 걸려있는 녹즙을 챙겨 출근을 하는 어머니의 모습이 기억에 남습니다. 아버지는 지금도 매일 아침 종이 신문을 읽으며 하루를 시작하시지만, 세상이 많이 변한 것 같습니다. 지하철을 타면, 모두가 이어폰을 끼고, 유튜브 영상만 보며 출근을 하고,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에서 흘러나오는 출근길 BGM 을 들으며 인터넷 뉴스를 살펴봅니다. 이제 구독이라는 것은 단순히 독서를 하는 대상이 아니라 좋아하는 동영상을 감상하고, 음악을 듣고, 핸드폰에 알림이 뜨는 어플리케이션을 이용하는 것 등을 모두 포괄해서 이야기합니다. 한마디로 요새의 구독은 내 취향에 맞는 제품이나 서비스를 즐기기 위해 나의 시간과 돈을 소비하는 것이라고 정리할 수 있습니다.
최근 2~3년간 구독 서비스를 시행하는 브랜드와 스타트업들이 많아지면서 생각지도 않았던 것들을 구독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책, 음반, 미국 드라마, 과자, 와인, 전통주, 과일, 꽃, 빵 그리고 커피까지… 그런데 이 수많은 구독 아이템 중에서 가장 보수적이고, 소비자에게 접근하기 어려운 것은 무엇일까요?
바로 식음료 구독입니다. 책이나 음반, 드라마와 같은 것들은 ‘호기심 단계’에서 조금 보다가 내 취향이 아니면 재생을 종료하고, 다른 콘텐츠로 쉽게 넘어가 버릴 수 있습니다. 하지만, 내 몸 안에 들어가는 식품이나 음료는 ‘호기심 단계’를 넘어 ‘의심 단계’에 들어가게 됩니다. 음식이라는 것은 먹어봐야 그 맛을 알기 때문에 맛을 모르는 채 구독을 하기 쉽지 않고, 좋은 재료를 쓴 것은 맞는지 다시 한번 살피게 되고, 할인률이 적용되서 가격이 저렴해지면 저렴하다고 의심을 받고, 비싸면 거품을 넣은 것이 아닌지 비싸다고 또 의심을 받습니다. 그래서 식음료 구독 서비스의 경우 처음 들어보는 제품이나 브랜드보다는 이미 소비자가 한번씩은 경험을 해보았던 브랜드의 제품이 상대적으로 수월하게 접근할 수 있습니다. 지난 6월에 9,900원에 30일간 매일 아이스아메리카노를 1잔씩 마실 수 있는 던킨도너츠의 커피 구독권은 3일 연속 완판되어 인기를 끌었고, 국민 베이커리 파리바게트는 지난 7월에 ‘커피 구독권’과 ‘파리의 아침’ 구독권을 런칭하며 브랜드가 주는 신뢰를 보여주었습니다.
구독이라는 것은 단순히 제품이나 서비스를 정기적인 결제 시스템으로 구입을 하는 것이 아닙니다. 지속적으로 어떠한 제품과 서비스를 이용하면서 신뢰를 쌓고, 관계를 형성하며 브랜드에 대한 로열티가 생기는 것입니다. 만약 중도에 실망스러운 제품을 경험한 경우, 소비자는 냉정하게 구독을 끊어버리고, 주변 사람들에게 좋지 않은 소문을 낼 수 있습니다. 또, 실망스러운 제품이 없었더라도 더 매력적인 브랜드가 구독 서비스를 제안하면, 기존에 구독하던 것을 끊고, 새로운 브랜드로 갈아타게 됩니다. 냉정하지만, 안타깝게도 그것이 현실이고 시장 경제입니다. 그래서 구독 서비스를 시작하는 공급자는 ‘이탈율’이 없도록 하는 것이 중요한데, 어떻게 하면 새로운 브랜드의 진입장벽을 높이고, 기존 소비자와 높은 신뢰 관계를 형성할 수 있을까요? 가장 중요한 것은 ‘Personalize, 즉 개인화’ 입니다. 내 입맛, 내 취향, 내 생일, 내가 사는 곳 등 각자의 취향과 환경에 알맞게 제품과 서비스를 추천해주는 것이지요. 사람이란 동물은 익숙한 것에서 벗어나는 것을 귀찮아하고, 두려워하기 때문에 현재 제공하고 있는 서비스를 더 ‘맞춤형’ 으로 즐길 수 있도록 개선한다면, 지속가능한 신뢰 관계를 이어갈 수 있을 것입니다.
글 | 푸드디렉터 김유경 (안젤라)
이메일 | angelakim@tasty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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