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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나두! 블록체인 설명할 수 있어

짧고 굵은 블록체인 히스토리

블록체인은 왜 블록체인이어요?

왜 블록체인은 ‘블록체인’일까? 그것은 거래장부가 형성되는 구조 때문이다. 마치 기차가 앞 칸과 뒷 칸에 연결된 것처럼 거래장부(블록)를 연결해놓았다. 물론 이런 형태를 한 이유가 있다. 1-2-3번 장부가 블록처럼 연결되어 있고 사람들이 거래를 시작하면 다시 4번 장부가 추가된다. 장부는 다른 장부와 암호로 연결되어 있다.  


그럼 암호화폐는 어떻게 만들어질까? 장부를 연결할 때 쓰이는 암호를 발견하는 것은 무척이나 어렵다. 지루하고 끝도 없는 숫자 맞추기의 과정을 계속해야 하는데 슈퍼컴퓨터급의 연산능력이 필요하다. 그래서 많은 시간과 비용(전기료), 하드웨어에 대한 투자비용이 든다. 관련 전력량을 다 합치면 웬만한 중소형 국가의 전체 국토에 불을 다 켜고도 남을 거라고 하니 어마어마하다. 이 과정을 이 세계에선 ‘채굴’이라고 부른다. 이 ‘채굴’이란 단어 때문에 난 처음엔 보물찾기처럼 웹상 어딘가 숨겨놓은 가상화폐를 찾으러 다니는 것을 상상했는데 택도 아닌 것이었다.

      

블록체인은 스스로 확장해서 자신을 증명할 증인들이 있어야 존재의미를 갖는다. 그래서 그 암호를 발견하는 사람들에게 보상을 해줘야 하는데 그것이 바로 ‘비트코인’ 같은 암호화폐이다. 하긴, 이런 보상이 없다면 누가 그 비싼 전기료와 시간과 GPU를 써가며 채굴을 하겠는가? 말하자면 비트코인과 같은 암호화폐는 블록체인 생태계를 유지시키기 위한 기둥 같은 역할을 한다. 그러니 ‘블록체인은 혁신이고 비트코인은 사기’라는 것은 애초에 성립이 안되는 말이다.        


위조와 해킹이 불가능한 세계

다시 장부의 암호 얘기로 돌아가서, 암호를 풀고 나면 조작이 가능할까? 블록체인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다. 3번을 조작하는 동안, 4번 장부가 생겨나고 3번의 내용을 다 조작하기도 전에 4번 장부는 완성되어 닫혀버린다고 한다. 현재 세상에서 가장 발전된 슈퍼 컴퓨터를 수백, 수천 대 가지고 있다 해도 도저히 따라잡을 수 없는 작업량이다. 이렇게 누군가 임의로 위조, 해킹이 불가능한 세계가 만들어지게 되는 것이다.

             

한번 채굴에 성공하면 그 보상으로 12.5개의 비트코인이 지급된다. 현재(2020년 8월) 시세로 보면 개당 약 1300만 원대이니까 약 1억 5천 정도 되는 금액이다. 일확천금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아쉽게도 ‘채굴’은 개인이 일반 컴퓨터를 가지고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십여 년 전엔 그럴 수도 있었겠지만 현재엔 채굴기(채굴을 위한 슈퍼컴퓨터)를 갖추고 펀딩을 해서 공동으로 채굴하고 공동으로 나눠 갖는 채굴방법이 일반적이다. 이것을 ‘클라우드 채굴’이라고 한다.      


비트코인을 얻는 가장 일반적인 방법은 이미 채굴된 비트코인을 거래소에서 사는 것이다. 주식시장에 주식거래소가 있듯, 비트코인을 비롯한 암호화폐를 거래하는 거래소는 이미 다 만들어져 있다. 물론 얼마에 살 것인지, 계속 보유할 것인지는 전적으로 나에게 달려있으니 주식투자와 같은 메커니즘이다.


미스터리에 휩싸인 21세기 신화적 인물

사토시 나카모토가 비트코인을 창조한 것은 이미 너무도 유명한 21세기 신화가 되어 버렸다. 2008년 금융위기로 세계가 뒤숭숭했던 그때... 이 천재는 월가가 지배하지 않는 투명한 경제세상을 꿈꾸었고 새로운 거래도구, 즉 비트코인을 만들기로 했다. 당시 누구나 컴퓨터만 있으면 그가 만든 프로그램을 다운로드하여 실행할 수 있었다.      


준비를 마친 그는 관련 내용을 적은 9장짜리 보고서를 작성하고 암호학 관련 커뮤니티 사람들의 주소록으로 e메일을 보냈다고 한다. 지금 같으면 세상이 온통 들썩일 일이었지만 메일을 받고도 관심을 보인 사람은 거의 없었다. 왜일까? 당시 그런 해프닝은 흔한 일이었고 흐지부지 끝나기 마련이었다.


이제 조금 더 전문적인 세계로 들어가 보자. 이런 해프닝에 그쪽 전문가들이 회의적이 된 데는 이유가 있었다. 바로 ‘이중지불문제(Double spending)’란 난제 때문이다. 답을 알기 전에는 미궁에 빠져 허우적대는 콜럼버스의 달걀처럼, 당시에는 이 난제 때문에 디지털 상에서 화폐를 교환하는 게 불가능하다고 판단했다. 이것은 문과쪽도 금방 이해가 가는 문제이다.      


오프라인 세상에서는 A가 B에게 천원을 주면 A의 천원은 당연히 그의 주머니에서 없어진다. 하지만 온라인상에서는 어떤가? 카톡으로 친구에게 사진을 보냈다고 해서 그 사진이 없어지지 않는다. 바로 이게 문제다. 온라인으로 천원을 보냈는데도 계속 내 지갑에 남아있다면 아마도 모든 사람들이 계속 사용을 하게 될 것이고 이것은 엄청난 혼란을 불러올 것이다.  

      

그런데 천재 사토시는 ‘블록체인’이란 개념을 창조해 이 문제를 해결해냈던 것이다. A가 B에게 천원을 지불했다는 사실을 블록에 기록하고 암호를 통해 연결해서 이 사실을 아무도 조작할 수 없게 만든 것이다. 한마디로 블록체인의 통제를 모두에게 맡기는 것이었다.

         

이처럼 엄청난 것을 창조했는데도 아무도 몰랐다. 아마도 사토시는 홀로 외로이 비트코인을 캐며 중간에 그만둘까 고민했을지도 모른다. 자신 같은 위대한 인물을 알아보지 못하는 멍청한 세상을 저주했을 것이다. 그런데 그때! 커뮤니티 회원 중 한 사람인 할 피니(유명 암호학자)란 인물이 비트코인에 흥미를 느끼게 되었다. 그는 (웹상으로) 코드 작성을 돕기도 했고 2009년 세계 최초로 나카모토가 전송한 비트코인을 송금받기도 했다. 비트코인이 세상에 나오는 역사적인 순간이었다.

      

하지만 당시 비트코인은 화폐로서의 기능을 거의 하지 못했다. 비트코인을 가지고 할 수 있는 일이 거의 없었다. 한 유명한 일화가 있다. 어떤 비트코인 채굴자가 자신에게 피자를 배달시켜준 포럼 회원에게 고맙다며 1만 비트코인을 지불했다고 한다. 이것은 현재 시세로 130억 정도 되는 돈이다. 피자 한판에 130억이라니!!! 코인을 받았던 사람은 지금 무엇을 하고 있을까...


현재 비트코인의 몸값이 천만원을 넘기고 있다(최고가는 2600만원). 이렇게 가격이 치솟는 동안, 얼마나 많은 사건사고가 있었을까? 인간세상에서 ‘돈과 재물’이란 필요악이 불러오는 온갖 추악한 사건사고가 엄청나게 일어났을 게 뻔하다. 이러니 비트코인하면 여전히 부정적인 생각에 사로잡히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영원불멸한 디지털 금의 탄생

지금도 비트코인은 세상 어디선가 채굴되고 있다. 물리적인 코인의 모습을 가지고 있진 않지만 월럿(지갑)이라고 불리는 디지털 파일에 저장되고 이 코인은 스마트폰, 또는 PC를 이용해 타인에게 전송할 수 있다. 채굴은 사토시 나카모토가 프로그래밍한대로 채굴과정이 점점 난해해지는 과정을 거쳐서 2032년에 2100만 개를 끝으로 완료된다. 비트코인은 디지털 세계에서 만들어진 인류의 영원불멸의 금으로 남게 될 것이다.

      

사토시 나카모토가 누구인지는 아직도 의문에 싸여 있다. 2011년 4월 이후로 그는 웹상에서마저 종적을 감추었다. 가끔 “내가 바로 사토시다!” 하는 사람들이 나타나지만 이렇다 할 증거를 대지 못해 모양만 빠지곤 한다. 전문가들은 비트코인 원년에 사토시 나카모토가 채굴한 비트코인 규모를 약 6억 달러(2016년 기준) 정도로 보고 있다. 천문학적인 자본을 묻어둔 채 그는 무엇을 하고 있을까요? 최초로 생성된 블록인 ‘제네시스’는 그가 소유하고 있을까? 지금까지의 행적으로 봐선 이후로도 세상에 등장하지 않을 것 같기에 더욱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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