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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과장, 블록체인 좀 알어?

블록체인의 심오한 세계를 들여다보니

"블록체인 좀 알어?"

이 글을 읽고 있는 사람이 직장인이라면 한번은 들었을 법한 질문이 아닐까? “김과장, 그게 우리 사업하고 어떤 관계가 있다는 건지 보고서 좀 작성해 보시게~!” 김과장은 자리로 돌아온 후 재빨리 구글 창에 블록체인을 칠 것이고 ‘비트코인’ 뿐만이 아닌 여러 다양한 정보들이 뜨는 것에 당황할 것이다.  


어느 계좌로 쏴드릴까요?

내가 블록체인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처한 환경 때문이다. 다른 사람보다 좀 더 일찍 퇴사를 준비한 나는 프리랜서로 일하고 있다. 벌이는 신통치 않아도 현재의 최고 장점이라면 바로 공간이 자유롭다는 것이다. 집은 물론이고 세계 어느 곳에 있건 인터넷만 되는 곳이면 일감을 뚝딱뚝딱 해치울 수 있다. 사실 사정을 모르는 사람들은 ‘여행도 하고 팔자 좋구나~’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나에게는 현실적인 선택이었다. 물론 지금은 코로나란 돌발변수로 일시 보류되어 있긴 하지만.


세계 어느 곳을 가도 서울보다 물가가 비싼 곳은 찾기 힘들다. 동남아는 말할 것도 없고, 유럽에서도 물가 비싼 도시 축에 드는 뮌헨에서 조차 역삼동 밥값의 절반 수준이면 한 끼를 훌륭히 때운다. 또 웬만한 데는 걸어 다닐 수 있어 교통비가 거의 들지 않는다. 집 렌탈비는 어떤가? 알람브라 궁전이 내려다보이는 그라나다의 구시가지 방 한 칸은 한달에 약 30-40만원 정도였다. 물론 호화로운 호텔방이나 리조트는 아니다. 그저 소박한 집이지만 유구한 역사를 간직한 도시가 제공하는 문화적 콘텐츠의 혜택은 상당하다. 힐링한다고 따로 돈을 들이지 않아도 그 도시가 주는 공간적 만족감이 있다.


한 달 생활비 백만 원 안에서 이런 환경에서 생활할 수 있다면 마다할 사람이 있을까? 덧붙여 일까지 안정적으로 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한국에서 오더 받는 일도 좋지만 현지에서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하지만 현지 회사에 취업하지 않는 한, 쉬운 일은 아니다. 무엇보다 어렵게 일을 따내도 프리랜서로서 돈을 어떻게 받아야 할지 난감하다. 외국 은행 계좌를 만들기 위해 해괴하고도 복잡한 절차를 혼자 뚫어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사무실에 직접 가서 돈봉투를 받아오는 수밖엔 없는데... 거참, 21세기에 걸맞은 일은 아니다. 디지털 노마드 환상이 와장창 깨지는 소리다.     


그런데 이런 고민에 시원한 솔루션을 제공해줄 수 있는 길이 열렸다. 바로 ‘블록체인 노마드’라는 것이다. 앞으로 많은 사람들이, 스타트업을 하는 20대이건 은퇴한 4-50대이건, 디지털 노마드가 되어 지금의 나와 비슷한 삶을 살 수 있게 될지 모른다.    


영원불멸한 디지털 금의 탄생     

난 2008년이 역사적으로 그렇게 중요한 해인 몰랐다. 엄청난 일이 세계 곳곳에 웹망을 타고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었는데 나만 몰랐다. 그해 인류사에 전설로 남고도 남을 사토시 나카모토(가명, 신원미확인)이란 사람은 그해 인류에게 새로운 세상을 열어줄 씨앗을 뿌렸다. 한마디로 그것은 전 세계에 연결된 웹상에 영원불멸한 '디지털 골드'를 만드는 일이었고 사토시는 그것을 ‘비트코인’이라고 명명했다.

       

금(金)이라는 게 무엇인가? 우린 경제시간에 누구나 ‘금본위 체제’라는 말을 배웠을 것이다. 세상엔 많은 나라가 존재하고 그들은 각기 다른 화폐를 사용하는데, 애초에 이들 화폐의 가치를 매기는 기준은 무엇일까? 그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금이다. “금 한 덩어리에 100장~” 이런 식으로 가치를 가지면서 지폐와 동전들이 인류사에 등장했다.     


그렇다면 디지털 상에 어떻게 금을 만든다는 것일까? 도통 이해가 되지 않았다. 어릴 적 열광하던 싸이월드 ‘도토리’ 같은 것일까? 물론 택도 없는 생각이다. 사토시가 만든 블록체인의 세계는 좀 심오했다. 그것은 암호학, 컴퓨터 언어, 그리고 경제학이란 지식이 골고루 뒷받침되어야 이해가 가능한 세계이다. 공학이니 IT니 하는 것에 허약한 나 같은 문과 출신에겐 넘사벽처럼 느껴졌다. 미드 ‘빅뱅이론’에서 공대 천재들에게 둘러싸인 배우지망생 페니가 된 기분이다. 하지만 내가 사토시처럼 ‘비트코인’을 창조할 일도 없으니 그 개념을 나름 머릿속에 간단히 정립해 볼 수는 있을 것이다.

        

블록체인 = 화폐 + 정직한 중개인

사실 가만 생각해보면 희한한 일이다. 인류 최초의 코인은 기원전 600년 전 터키에서 발행되었다고 하는데,  인류가 달에 갔다 오고 인터넷 혁명까지 이뤘는데도 나온 지 2천6백년 된 화폐를 예나 지금이나 똑같이 쓰고 있다. 왜일까? 그것은 '신뢰'의 문제를 화폐가 극복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거래하는 상대방을 믿지 못하기에 중간에 은행이나 중개인, 에이전시 등을 끼워 넣는다. 그런데 블록체인은 화폐의 역할과 더불어 중간 중개인들의 역할을 함께 할 수 있다. 그것도 거의 비용 없이.       


블록체인의 세계를 접하면서 가장 많이 보게 되는 단어 중 하나는 바로 ‘분산원장(distrubuted ledger)’이란 단어다. 분산했다는 것은 말 그대로 여기저기 나눴다는 것이고 ‘ledger’는 거래장부라는 뜻이다. 이것이 바로 사토시 나카모토 아이디어의 시초이다. 디지털 세상에서 가장 결여된 부분인 ‘신뢰’를 구축하기 위해 유저들이 서로 정보를 공유하게 해서 누구도 사기 칠 수 없는 ‘거래’를 만들어낸다. 그렇게 되면 거래는 투명하고 정상적으로 끝난다. 또 그 ‘거래’는 이 세상 마지막 컴퓨터 한 대가 사라지지 않는 한 삭제할 수 없는 기록이 된다. 부연하면, 모든 거래는 블록체인에서 확인이 가능하다. 소유자들이 드러나지 않을 뿐, 비트코인이 어디로 옮겨갔는지 확인이 가능하다. 누구든 그 돈이 어디에 쓰였는지 추적할 수 있다.

      

첩보영화에서 주인공이 혼자 주체할 수 없는 엄청난 비리를 알게 되어 조직으로부터 쫓기게 되었을 때, 가장 빠르고 쉽게 위기를 모면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아마도 관련 영상이나 자료를 SNS에 올리는 일일 것이다. 나의 정보가 아니라 모두의 정보로 만드는 것이다. 몇 백만, 천만 명이 알게 되었는데 나 하나 없애봤자 아무 소득이 없을 것이다. ‘분산원장’도 이런 의미에서 비슷하다. 내가 친구 정민이에게 천원을 빌린다. 그리고 그 사실을 모든 친구들에게 알린다. 이렇게 되면 내가 천원을 다 갚을 때까지 많은 사람들이 증인이 되어 줄 것이다.         


‘블록체인을 사용해 분산원장 네트워크에 기록되는 자산은 해킹, 복제가 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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